부실선거 이면엔 ‘업무 하청’… “선관위 직원 코빼기도 안 비쳐”
2026.06.11 02:05
구조적 문제에 제때 대응 못해
대행사무 이유 관행적 책임 회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거 사무를 사실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위임하는 ‘하청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투표일 투표소 운영·관리는 지방공무원이나 교사 등이 투표관리관·투표사무원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침을 따라 맡게 돼 있다. 다만 이런 구조 탓에 투표용지 부족과 같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때 주먹구구식 현장 대응이 이어지면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예견된 참사였다. 그동안 선관위는 ‘대행사무’라는 이름에 숨어 책임과 의무를 관행적으로 회피해 왔다”며 “지자체에 위임하는 대행 사무의 전면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3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사무원들이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혼선과 잡음이 이어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선 선관위가 추가 배부한 투표용지 약 200장이 ‘종이가방과 지퍼백’에 담긴 모습을 본 유권자가 현장 공무원에게 항의했다. 송파구 문정2동 제2투표소에선 현장 공무원이 급히 ‘선거인명부 대조전표(대기표)’에 검은 사인펜으로 대기번호를 적어 배부했다.
송파구의 한 투표소에 참관인으로 활동했던 김모(28)씨는 “종이, 비닐에 무성의하게 담긴 투표용지를 보면서 유권자들이 선관위의 안일한 대처에 분노를 표출했다”고 말했다. 투표사무원 A씨도 “현장에는 선관위 직원이 코빼기도 안 보이고, 선거 업무를 공무원들에게 하청주듯 떠넘겨 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한 선거 사무 하청 구조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6·3 지방선거 기준 전국 1만4288곳 투표소를 선관위 직원 3000여명으로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 같은 돌발 상황에서는 선거 사무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현장 투표사무원의 대응이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다. 선관위가 지난 1월 발간한 ‘현대민주주의의 부정선거론 및 대응방안’ 연구보고서도 “선거는 짧은 기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긴장의 공간이므로 절차상 작은 오해나 이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이 지연되는 경우 곧바로 의혹과 불신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선거 사무 하청 구조에 대한 개편 논의도 선관위 개혁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정당학회는 2022년 선관위가 발주한 ‘안정적 선거 관리를 위한 선거관리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권위주의 시대에 확립된 관(官) 주도·동원·의존형 선거 모델은 한계와 위기에 봉착했다. 선거철 수당을 현실화하고 투표사무원 교육인증센터를 설립해 인증받은 이들을 중심으로 선거 사무를 실행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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