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잠실 투표용지 보관상자, 송파구 선관위가 9일 폐기했다
2026.06.10 20:44
보전명령 통보한 오후 5시반보다 이른
낮 12시경에 폐기 전문업체가 실어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증거로 지목돼 법원이 보전을 명령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를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겉에 ‘인쇄 매수 1900매’ 등이 표기된 이 상자는 지역 선관위가 확정 유권자 수의 절반에 못 미치는 투표용지만 준비했다는 의혹을 밝힐 자료였다.
10일 송파구 선관위 관계자는 “해당 상자는 9일 폐기 전문 업체가 다른 물건과 함께 실어 갔다”라며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가 담긴 투표함과 달리 단순 보관 상자는 법적 보관 의무가 없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는 “송파구 선관위로선 (법원의 보전 명령을) 사전에 인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송파구 선관위가 밝힌 폐기 시점은 9일 낮 12시경으로, 서울동부지법이 보전 명령을 통보한 같은 날 오후 5시 반경보다는 이른 시간이다. 앞서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은 “선거인 명부에 따르면 잠실7동 제2투표소의 전체 선거인 수는 3856명인데, 송파구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비율의 하한선인 50%(1928명)에 못 미치는 1900매만 준비했는지 밝힐 자료”라며 증거 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10일 오후 3시경 잠실7동 제2투표소를 찾아 현장 검증을 진행 서울동부지법 김지연 부장판사 등은 약 26분 만에 해당 상자를 찾지 못한 채 검증을 종료해야 했다. 김 위원은 “현장이 모두 치워져 있는 상태여서 (상자가) 없었다”라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등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6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 선언을 진행했다. 연세대에선 시국 선언 이후 자유 발언에서 한 학생이 “선관위가 부정선거 음모와 계엄 옹호 세력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하자 다른 학생이 “계엄 얘기는 왜 하냐”며 따지면서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을 수사하는 경찰은 송파·동작·강남·서초·광진구 선관위 직원들과 출석 일자를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선거 당일 투표소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 투표소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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