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청약에 380조 몰렸다
2026.06.11 00:36
스페이스X가 12일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공모 청약에서 목표액의 4배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상장 직전 연도의 막대한 적자와 함께 실제 버는 돈에 비해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고평가 논란이 일면서 과거 ‘페이스북 상장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상장 초기 극심한 주가 변동성이 예상되는 만큼 맹목적인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스페이스X는 12일 공모가 135달러로 나스닥에 상장하며, 자금 조달 규모는 750억달러(약 114조원)에 이른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7600억달러에 달해 미국 상장 기업 중 7위 규모로 단숨에 올라선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장기 투자 펀드들의 대규모 주문이 몰리며 공모 청약 수요가 목표치의 3.5~4배인 2500억달러(약 380조원)를 넘어섰다.
시장은 상장 이후 패시브 자금(지수 추종 자금)의 대규모 유입에 주목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상장 후 15거래일 뒤인 다음 달 6일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될 예정이다. 이를 포함해 각종 지수 편입으로 총 162억달러 규모의 패시브 자금이 밀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스페이스X의 주요 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이 주목된다”면서도 “다만 스페이스X 상장 직후 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가격 조정을 활용해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스페이스X의 화려한 데뷔 이면에는 지난 2012년 페이스북(현 메타) 상장 직후 주가가 반 토막 났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건설 등 인공지능(AI) 부문의 막대한 자본 지출로 49억3000만달러의 대규모 순손실을 낸 적자 기업이다. 조승빈 연구원은 “과거 주요 기술주 상장 사례와 비교하면 스페이스X의 상장 직전 연도 매출액 증가율은 33.2%로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주가매출비율(PSR)은 과도하게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가매출비율(PSR)이란 기업의 몸값(시가총액)을 연간 총 매출액으로 나눈 수치로, 회사가 벌어들이는 매출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게 설정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은 회사가 실제로 내고 있는 매출 규모에 비해 주가가 너무 비싸게 매겨졌다는 뜻으로,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선반영돼 주가에 거품이 끼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구나 상장 초기에 주가 흐름이 부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의 초기 상장 비율은 4.2%로, 이후 6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유통 주식을 풀어 최종 100% 상장할 예정”이라며 “페이스북 사례를 보면 물량이 풀리는 시기마다 나스닥이나 다른 대형주의 상승률을 밑돌았고, 상장 이후 3개월 동안 공모가 대비 -50%를 기록한 바도 있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스페이스X IPO가 증시 자금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여 단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메가 IPO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수급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청약 및 상장 후 진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최근 상승세가 가팔랐던 한국의 AI·반도체 주도주가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공모주를 사들이기 위해 기존 보유 주식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스페이스X의 등장은 한국 반도체에 새로운 기회”라며 “단기적인 수급 이탈은 잠시 스쳐가는 소음일 뿐, 스페이스X의 AI 패권 경쟁 참여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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