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전
“부족한 투표지 누가 전할지 매뉴얼 없다” 선관위, 6시간 늑장 대응
2026.06.11 00:54
지난 3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총체적 부실 때문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선관위는 중앙선관위 산하에 시·도, 시·군·구 조직을 갖추고 있는데, 모든 레벨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원지 격인 서울 송파구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앙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 첫 회의를 통해 투표용지 부족 당시 선관위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가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를 얼마나 찍을지 방침을 정한 것은 선거 6개월 전인 작년 12월이었다. 선관위는 유권자 대비 최소 60% 찍던 본투표 용지 인쇄율 기준을 50%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사전투표율 증가와 투표용지 보관의 어려움, 투표용지가 많이 남을 경우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 결정은 9명의 중앙선관위원이 아니라 장관급인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이 전결로 정해졌다. 작년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위철환 상임위원이나 8명의 비상임 선관위원은 별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고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용지 인쇄 기준 등 투표 사무 절차는 규칙에 따라 사무총장이 결정해 왔다”고 했다.
이 결정은 ‘지침’으로 전국 255개 시·군·구 선관위에 내려졌다. 서울 송파구선관위에도 “(투표 용지) 축소 인쇄 필요성이 있을 경우 선거인 수 50%를 하한선으로 잡고 개별 위원회 의결로 산정하라”고 전달됐다. 송파구선관위 사무국은 최저 기준인 유권자 대비 50%를 인쇄하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 축소 결정안’을 작성했다. 다만 과거 사전투표율이 낮았던 잠실 3·4동은 60%로 정했다.
송파구선관위는 판사, 여야가 추천한 인사 등 비상임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의 선관위가 선관위원 회의를 열어 인쇄율을 정했지만 송파구선관위는 지난 5월 7일 서면으로 사무국이 작성한 원안을 의결했다. 송파구선관위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에서 송파구 투표율을 기준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송파구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군·구 선관위는 최근 3~4차례 전국 선거를 근거로 인쇄량을 정했다. 그런데 이 중 2022년 지방선거 투표율(50.9%)은 2018년(60.2%)이나 올해 지방선거(61%)보다 낮았다. 지방선거 기준 역대 둘째로 낮은 투표율이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지역 사무국이 인쇄 매수를 자체적으로 결정한다”며 “각 투표소별 특성이나 이번 선거의 사전투표율 등이 고려되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역 선관위가 관할 투표소에 투표용지를 보내는 과정에서 전국 1371곳 투표소(전체 투표소의 9.6%)에선 유권자 대비 50% 미만 투표용지가 배부됐다. 투표용지는 100장 단위로 배분하면서 일부 투표소에 더 적게 배부된 것이다. 송파구선관위는 잠실4동에서 유권자의 60% 투표용지를 인쇄하기로 했는데, 잠실4동 7투표소의 경우 유권자의 44%만 투표용지가 비치됐다. 이 투표소는 전국에서 투표용지가 가장 많이 모자랐다.
투표소 차원의 대응도 문제였다. 송파구 잠실7동 2투표소의 경우 투표용지가 추가로 이송되기까지 6시간이 걸렸다. 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일 오전 11시 40분 송파구선관위는 실시간 투표율 모니터링 중 서울시선관위에 투표용지 부족 시 대응과 관련해 문의했다. 오전 11시 58분에는 송파구 오금동 투표소에서 단체대화방을 통해 송파구선관위에 투표용지 부족 시 대처 방안을 문의했다. 오후 1시 45분 송파구선관위는 서울시선관위에 투표용지 추가 투입을 위해 일련번호가 없는 투표용지 500장에 일련번호를 부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중앙선관위가 공식적으로 사태를 인지한 시점은 오후 4시 25분이었다. 선거상황실이 가락2동 3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관련 민원인 전화를 받으면서다. 중앙선관위는 오후 5시 송파구선관위에 투표용지 부족 수량 및 추가 수령 여부 파악을 지시했고, 10분 후 서울시선관위가 송파구선관위에 관내 인근 투표소에 있는 투표용지 여유분을 회수해 이송하라고 안내했다. 잠실7동 2투표소에 투표용지 200매를 보낸 시점은 오후 6시였다. 현장에서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인지하고 대응까지 6시간 넘게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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