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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독한 1분짜리 막장극에 빠졌다…마이크로 드라마 홀릭 [스페셜리포트]

2026.06.10 21:01

전과자라고 무시했던 남편이 알고 보니 재벌 회장? 한류스타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이 각성하고 이혼을 결심한다? 천재 아기가 무너진 엄마의 인생을 뒤집는다?

설정만 보면 황당하다. 전개는 더 빠르다. 인물 소개는 자막 몇 줄로 끝난다. 첫 장면 5초 안에 배신, 불륜, 복수, 출생의 비밀이 터진다. 한 회차 길이는 1~3분 안팎. 지하철 두 정거장만 지나도 여러 편을 볼 수 있다. 이 짧은 드라마가 콘텐츠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른바 ‘마이크로 드라마’다. 국내에서는 숏폼 드라마 또는 숏드라마라고도 부르고, 영미권에서는 스마트폰 세로 화면에 맞춰 제작된다는 의미에서 ‘버티컬 드라마(vertical drama)’라는 표현도 쓴다.

마이크로 드라마는 기성 드라마를 잘게 잘라낸 형태가 아니다. 처음부터 모바일 화면과 회차별 결제에 맞춰 설계된다. 초반 무료 회차로 시청자를 붙잡은 뒤 이후 회차부터 결제를 유도한다. 첫 회부터 갈등을 터뜨리고, 회차마다 반전과 위기를 압축해 넣는다. 마지막 장면에는 다음 회차가 궁금해지는 장치를 둔다. 시청자는 “한 편만 더”를 반복하다 어느새 수십 회를 넘긴다. 김인애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마이크로 드라마는 강력한 절단점을 통해 반복 시청을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도 빠르게 커진다. 시장조사 업체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는 글로벌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 규모가 2023년 50억달러(약 7조6700억원)에서 2030년 260억달러(약 39조905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160억달러(약 24조5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토종 마이크로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에서 최근 흥행한 콘텐츠들. 두 드라마 모두 글로벌 누적 조회 수 2000만회를 훌쩍 넘겼다. (비글루 제공)
中 도우인서 시작해 전 세계로

AI 결합하며 새 콘텐츠 쏟아져

마이크로 드라마가 가장 먼저 커진 곳은 중국이다. 마이크로 드라마는 2018년께 중국 숏폼 플랫폼 도우인에서 등장한 뒤 빠르게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도시 봉쇄와 모바일 콘텐츠 소비 증가가 맞물렸다. 2022년 336편이던 중국 마이크로 드라마 작품 수는 2024년 3만6400편까지 늘었다. 시청자는 6억6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소재는 자극적이다. 불륜, 복수, 재벌, 계약 결혼, 출생의 비밀, 신분 감추기 등이 반복된다. ‘후줄근한 남편이 알고 보니 억만장자’ ‘가난한 사위가 사실은 회장님’ 같은 설정은 현실성보다 즉각적인 쾌감을 노린다. 짧은 시간 안에 갈등을 터뜨리고, 회차 말미에는 다음 편이 궁금하도록 장면을 배치한다.

수익 구조는 정기 구독 방식 OTT보다 모바일 게임에 가깝다. 초반 에피소드는 무료로 보여주고 이후 내용을 보려면 광고를 보거나 코인을 결제하게 한다. 일부 플랫폼은 구독 모델도 병행한다. 가격은 편당 300~7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시리즈를 끝까지 보려면 2만~3만원 안팎이 드는 구조다.

중국 플랫폼의 해외 진출도 빨라졌다. ‘릴숏’ ‘드라마박스’ 같은 중국계 플랫폼은 중국 드라마를 번역해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지 배우, 작가, 감독을 고용해 미국·동남아 시장 맞춤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 중국 당국도 마이크로 드라마를 새로운 디지털 문화 수출 산업으로 보는 분위기다.

비글루·레진스낵…한국도 참전

OTT·영화 배급사도 뛰어들어

중국에서 먼저 커진 마이크로 드라마 열풍은 미국, 일본, 동남아, 한국으로 번지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비글루’ ‘숏챠’ ‘레진스낵’ ‘칸타’ 등 플랫폼이 잇따라 등장했다.

센서타워가 지난 2월 발행한 리포트에 따르면, 올 1월 한국 숏폼 드라마 앱 시장은 역대 최고 월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기준으로는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한국이 전 세계 4위 수준의 월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아직 국내 시장은 외산 앱 중심이다. 드라마박스와 드라마웨이브가 각각 1·2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이끈다.

이 가운데 한국산 앱으로 존재감을 키운 곳이 비글루다. 스푼랩스가 운영하는 비글루는 2024년 7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1월에는 한국 시장 월매출 기준 자체 최고 순위인 3위를 기록했다. 상위 10위권 안에 든 유일한 한국산 앱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비글루 관계자는 “중화권 업체가 장악한 시장에서 상위 10위권에 든 점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지난해 매출은 2024년 대비 10배 성장했고, 주요 히트작 조회 수는 수천만 회 단위”라고 설명했다. 비글루 오리지널 콘텐츠 ‘말할 수 없는 나의 신부’는 글로벌 누적 조회 수 2598만회, ‘오늘 한류스타와 이혼하겠습니다’는 2322만회, ‘천재 아기의 인생 역전’은 1667만회를 기록했다.

비글루의 강점은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다. 센서타워는 비글루 다운로드가 한국 39%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일본, 미국 등에서 발생하고, 매출은 한국 49%, 미국 23.5%를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준 비글루는 25

~34세 비중이 34.2%로, 35~44세 중심의 드라마박스·드라마웨이브보다 젊은 층 비중이 높다. 비글루 관계자는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가 강점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한다”며 “일본어 작품을 제작 중이고, 미국에서도 현지 기획 PD들이 영어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웹툰 IP 강자도 가세했다. 키다리스튜디오 자회사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한국·미국·일본에서 숏드라마 플랫폼 ‘레진스낵’을 동시에 선보였다. 레진스낵의 무기는 레진코믹스와 봄툰이 보유한 웹툰·웹소설 IP다. 천만 영화 ‘극한직업’을 만든 이병헌 감독은 ‘애 아빠는 남사친’으로, ‘왕의 남자’ ‘동주’ 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아버지의 집밥’으로 숏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OTT도 숏폼 드라마를 새 전략으로 내세웠다. 토종 OTT 플랫폼 왓챠는 2024년 9월 마이크로 드라마 전문 플랫폼 ‘숏챠’를 선보였다. ‘막힘없는 스토리 질주’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다. 티빙은 앱 내 쇼츠 탭을 열고 자체 제작 숏폼 콘텐츠 ‘티빙 숏 오리지널’을 선보이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해 7월 드라마박스와 손잡고 숏폼 드라마 공모전을 열었다. 네이버와 LG유플러스 등도 숏폼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콘텐츠 플랫폼 리디는 지난해 7월 일본에서 먼저 ‘칸타’를 선보이며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을 시험 중이다. 칸타는 웹툰·웹소설의 인상적인 장면과 분위기를 짧은 숏드라마·미니시리즈 형태로 구현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리디는 칸타를 일본 내 글로벌 숏콘텐츠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리디 관계자는 “K숏드라마가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칸타에 공개되자마자 연달아 상위권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제작사와 배급사도 움직인다. 영화 ‘파묘(2024년)’ ‘택시운전사(2017년)’ ‘암살(2015년)’과 시리즈물 ‘이태원 클라쓰(2020년)’ ‘살인자ㅇ난감(2024년)’ 등으로 알려진 쇼박스는 ‘브라이덜샤워: 사라진 신부’와 ‘망돌이 된 최애가 귀신 붙어 찾아왔다!’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글루, 드라마박스와 콘텐츠 공급 업무협약도 맺었다. KT스튜디오지니가 공개한 ‘청소부의 두 번째 결혼’과 ‘자만추 클럽하우스’는 드라마박스와 릴숏에서 인기 1위를 기록했다. K팝 아티스트를 앞세운 킷츠도 NCT 제노·재민이 출연한 ‘와인드업’을 공개했다.

마이크로 드라마 폭풍 성장 배경

짧아진 시청 습관이 키운 새 시장

마이크로 드라마가 성장하는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달라진 콘텐츠 소비 방식이 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에 익숙해진 시청 습관 위에서 자랐다. 30초짜리 영상에 익숙한 이용자에게 1~3분짜리 드라마는 낯선 형식이 아니다. 출퇴근길, 점심시간,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가볍게 넘겨볼 수 있는 콘텐츠다.

방송통신위원회·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4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숏폼 이용률은 70.7%로 전년 대비 12.6%포인트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 시청 시 선호하는 콘텐츠 유형에서도 숏폼이 41.8%로 1위를 차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서도 유튜브 등 무료 OTT 플랫폼 이용자 중 69.6%가 숏폼 콘텐츠를 본다고 답했다. 숏폼을 보는 이유는 ‘짧은 시간에 여러 개를 볼 수 있어서’ 68.4%, ‘자투리 시간에 시청할 수 있어서’ 59.7% 순이었다.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 새 한국 배우, 한국 대사, 한국식 정서를 반영한 작품이 늘면서 시청자 저변이 넓어지는 추세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과거 출판만화 시장 침체 속에서 작가들이 웹툰이라는 새로운 기회로 이동했던 흐름과 비슷하다”며 “공급의 양적·질적 확대와 숏폼에 최적화된 시청 습관이 결합하면서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마이크로 드라마는 구미가 당기는 카드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024년 약 100편 수준으로 줄었다. 글로벌 OTT는 대작 중심으로 투자하고, 방송사는 제작비 부담으로 편성을 줄인다. 중간 규모 드라마가 설 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마이크로 드라마는 제작비와 제작 기간이 짧고, 신인 감독·배우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마이크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마이크로 드라마는 수십 회차 분량 작품 하나를 만드는 제작비가 1억~2억원 수준”이라며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만큼 흥행 부진에 따른 위험 부담이 적고, 소비가 빠른 만큼 투자비 회수 기간도 짧다”고 전했다.

AI 붙자 드라마도 공장형 제작

중국식 막장 넘어 K서사로 승부해야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은 최근 인공지능(AI)까지 결합하며 ‘콘텐츠 공장’에 가까운 구조로 진화 중이다. AI는 대본, 영상, 더빙, 번역, 배포까지 제작 전 과정에 스며든다. 인기 웹소설이나 만화를 분석해 1~2분 단위 에피소드 구조를 짜고, 텍스트를 기반으로 인물과 배경을 만든다. 음성 합성과 번역 기술을 붙이면 다국어 서비스도 빨라진다.

업계에 따르면, 전통 방식으로 15~30일 걸리던 제작 기간은 AI 도입 후 5일 이내로 줄고, 제작비는 기존의 5분의 1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제작비, 빠른 생산, 데이터 피드백, 플랫폼 과금이 결합된 산업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좋은 구조다. 이미 AI 기반으로 마이크로 드라마를 대량 생산 중인 중국에서는 지난 1월 한 달에만 하루 평균 470편 이상의 AI 마이크로 드라마가 공개됐고, 3월에는 도우인에 AI 제작 콘텐츠가 5만여편 추가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에서도 영상 산업 전반에 걸쳐 AI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생성형 AI 활용률은 20%로 2024년 하반기보다 7.1%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방송·영상 산업 내 활용률은 26.6%포인트 증가하며 두드러진 확산세를 보였다.

마이크로 드라마 업계에서는 비글루가 최근 AI로 만든 드라마 ‘폭군 황태자의 계약 신부’ ‘블러드바운드 루나’를 선보였다. 이소담 비글루 한국콘텐츠팀 리드(PD)는 “AI를 활용하면 제작비가 저렴해지는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궁궐, 판타지, 시대극처럼 실사 촬영이 어려운 장면을 구현하는 데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비글루는 AI를 제작 공정뿐 아니라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번역과 더빙, 마케팅 영상 제작,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에 활용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다만 AI 영상과 관련된 저작권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다. 개인의 얼굴과 목소리가 동의 없이 AI 학습·합성 재료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 인기 웹소설·만화·게임을 무단으로 학습하거나 각색한 AI 드라마가 늘면 저작권 분쟁이 커질 소지도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이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본다. 기존 롱폼 드라마를 대체하기보다 전혀 새로운 포맷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김 책임연구원은 “사람들은 이미 숏폼에 익숙해졌으며, 상황에 따라 숏폼과 롱폼 콘텐츠를 선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기존 롱폼 드라마를 대체하기보다는 하나의 독립된 포맷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이 순탄하게만 커지는 것은 아니다. 배우 윤현민, 박하선 등을 기용하며 주목받았던 마이크로 드라마 플랫폼 ‘펄스픽’은 이용자 확보와 수익 구조 안착에 실패하며 지난해 5월 출범 4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유행이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 셈이다.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안착하려면 자극적인 전개와 저가 제작에만 기대서는 어렵다. 이성민 교수는 “현재 마이크로 드라마는 서사 한계로 인해 기존 생태계와 단절되거나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식 공식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한국 콘텐츠가 강점을 가진 서사적 완성도를 살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K드라마가 쌓아온 감정선, 배우, 연출, 웹툰 IP 노하우다.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이 오래 지속되려면 그에 걸맞은 산업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마이크로 드라마를 통해 이름을 알린 배우와 창작자가 대형 드라마와 영화로 진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국내에서도 신인 창작자와 배우를 육성하는 인큐베이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마이크로 드라마 플랫폼 대표는 “마이크로 드라마가 단순한 소모성 경쟁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회가 되려면, 이곳에서 발굴된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산업적 경로가 마련돼야 한다”며 “단순히 ‘짧고 싼 드라마’를 넘어, 반복 결제와 글로벌 유통을 견딜 만한 IP와 제작 생태계를 만들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 이소담 비글루 한국콘텐츠팀 리드
“3초 안에 못 잡으면 이탈…완전히 다른 문법”
이소담 비글루 한국콘텐츠팀 리드
이소담 비글루 한국콘텐츠팀 리드는 비글루가 2024년 7월 출범할 때부터 숏드라마(마이크로 드라마)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맡아왔다. 오리지널 IP 기획, 대본 개발,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총괄하는 역할이다. 비글루 주요 히트작 ‘오늘 한류스타와 이혼하겠습니다(이하 한류스타)’에도 기획 PD로 참여했다.

Q. 한류스타 흥행 요인은 무엇인가.

A. 한국 시청자를 주요 타깃으로 기획했지만, 결혼·배신·이혼이라는 이야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소재다. ‘한류스타’라는 제목도 K드라마와 K콘텐츠에 관심 많은 시청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다. 무료 회차에서 유료 회차로 넘어가는 지점에 서브 남주가 여주를 구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클리프행어(이야기의 마지막을 아슬아슬하게 끝내는 기법)가 적절한 타이밍에 배치된 점이 주효했다.

Q. 1분 안팎 숏드라마는 기존 드라마와 무엇이 다른가.

A. 제작 문법이 완전히 다르다. 기존 롱폼 드라마는 인물과 세계관을 천천히 설명할 수 있지만, 숏드라마는 그럴 시간이 없다. 3~4초 안에 보고 싶은 장면이나 후킹(낚아채기) 대사가 나오지 않으면 시청자가 바로 이탈한다. 회차마다 결제가 붙는 구조라 각 회차 엔딩도 중요하다. 다음 회를 보게 만드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Q. 플랫폼에서는 어떤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보나.

A. 조회 수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에피소드별 돌파율과 완주율이다. 초반 무료 회차를 본 시청자가 유료 회차로 넘어가고, 이후 회차를 순서대로 계속 보는지가 중요하다. 100명이 1회 차부터 보기 시작했다면 마지막 회차에 얼마나 남는지를 본다. 한 작품이 끝난 뒤 새로운 작품으로 넘어가는 전환율도 함께 본다.

Q. AI는 숏드라마 제작 현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A. ‘한류스타’는 인간 배우를 중심으로 찍었지만, 사람이 많은 시상식 장면이나 부잣집 전경 등에 AI가 활용됐다. AI를 쓰면 실사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대본을 쓰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 AI를 쓸수록 대본과 창의성에서는 인간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을 느낀다.

Q. 숏드라마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나.

A. 그렇다. 사람들은 이미 핸드폰으로 영상을 많이 소비한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숏폼 소비 습관은 숏드라마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넷플릭스나 TV 드라마 같은 롱폼을 대체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스마트폰에서 보내는 시간 중 숏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질 수 있다. 지금은 불륜, 복수, 로맨스가 많지만 앞으로는 액션, 판타지, 시대극, 애니메이션 등으로 더 다양해질 것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박세현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3호(2026.06.10~06.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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