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3년來 최고…연내 금리인상 힘실려
2026.06.10 23:00
전쟁發 에너지 가격 24% 급등
근원CPI 2.9%↑ … 고용도 강해
"이달 FOMC서 긴축 유지 전망"
미국 인플레이션이 이란전의 영향으로 약 3년 만에 4%를 재돌파했다. 중동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데다 예상보다 탄탄한 고용시장도 인플레이션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16~17일(현지시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동결뿐 아니라 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신임 Fed 의장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미국 물가상승률이 Fed의 목표치 2%와 더욱 멀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물가 상승은 에너지 가격이 주도했다. 에너지 부문은 5월 한 달 동안 3.9% 상승하며 전체 CPI 상승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에너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3.5% 급등했다.
실제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국 평균 일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5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집계한 전국 평균 가격도 갤런당 4.146달러로 비슷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최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88~89달러 수준으로 90달러 아래로 내려오면서 휘발유 가격도 다소 하락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여름철 휴가 시즌 수요가 맞물릴 경우 휘발유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주거비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주거비 부문은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식품 가격은 0.2% 올랐으며 가정 내 식품 가격은 0.1%, 외식 가격은 0.3% 각각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2.9% 올랐다. 근원 CPI 상승률 역시 4월(2.8%)보다 높아졌다. 세부 항목별로는 통신비, 항공료, 의료서비스, 개인서비스, 레저 관련 가격이 올랐다. 반면 자동차 보험료와 가정용 가구·운영비, 신차 가격은 하락했다.이번 수치는 Fed의 정책 경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전망이다. 연초 시장은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지만, 물가가 다시 4%를 넘어섬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는 크게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투자자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대폭 축소했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Fed는 당분간 긴축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CPI 발표를 미국 경제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4%대로 올라서면서 시장의 관심은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인가’에서 ‘추가 긴축 가능성이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5월 비농업부문 고용마저 전월 대비 17만2000명 증가하면서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8만 명)를 크게 웃돈 것도 Fed의 긴축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미국 국채금리는 예상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보통 물가가 높게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CPI가 시장 전망과 정확히 부합하면서 투자자들이 새로운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참가자의 관심은 이제 11일 발표되는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로 이동하고 있다. PPI는 기업 단계의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향후 소비자물가 압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평가받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김동현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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