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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국가안보법 적용 범위 확대…‘소급적용’ 논란

2026.06.10 14:58

장관 인증서 한 장이면 옛 사건도 보안법 특별재판행
홍콩 정부 “재판 절차만 바꾼 것”
법조계 “실질적 소급 적용, 인권침해”
지난 4일(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 인근에서 사복 경찰이 촛불을 든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국가안보 사건의 적용 범위를 사실상 넓힐 수 있는 새 시행규칙을 도입했다. 행정장관이 특정 사건을 국가안보 위협 사건으로 지정하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전 행위라도 특별 재판 절차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실상 국가보안법의 ‘소급 적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9일(현지시간) 국가안보조례(기본법 23조 입법)의 하위 법령을 관보에 게재하고 즉시 시행했다. 홍콩 정부는 이번 법령이 기존에 개념이 불명확했던 ‘기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 법령은 국가안보 사건 처리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행정장관이 발급하는 ‘인증서’ 제도다. 행정장관이 특정 사건을 국가안보 관련 사건으로 지정해 인증서를 발급하면, 해당 사건은 국가보안법 사건과 동일한 절차를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피의자나 피고인은 일반 형사사건보다 훨씬 엄격한 보석 기준을 적용받고 장기간 구금될 수 있으며, 국가안보 전담 판사가 재판을 맡는다. 모범수에 대한 통상적인 감형 혜택도 제한된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적용 시점이다. 새 규정은 범죄 행위나 기소가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전에 이뤄졌더라도 국가안보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홍콩 법무부는 이미 재판이 끝난 사건에는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 장관은 “권한을 신중하게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이번 조치가 소급 입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행정회의 위원인 로니 통은 SCMP에 “새로운 범죄를 만들거나 형량을 높인 것이 아니라 절차를 규정한 것”이라며 “영미법상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절차 변경일 뿐”이라는 정부 설명이 형식적 절차법을 방패 삼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범죄 구성요건은 그대로 두더라도 피고인에게 훨씬 불리한 절차를 뒤늦게 적용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소급 적용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불구속 재판이 가능했던 일반 형사사건도 국가안보 사건으로 지정되면 장기간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고, 국가안보 전담 판사가 사건을 맡게 되면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장관 권한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남아 있다. SCMP는 “법령은 수사·체포·기소 단계의 사건에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행정장관이 언제든 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게 돼 있어 사실상 적용 범위에 제한이 없다”고 보도했다.

홍콩변호사협회는 “국가보안법 시행 이전 사건에 국가안보 절차를 적용하는 권한은 매우 신중하게 행사돼야 하며 기본적 인권 원칙과 부합해야 한다”며 “공공 신뢰 유지를 위해 정부가 보다 충분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몇 년간 강화된 홍콩의 국가안보 체제 통제 수위를 한층 공고히 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분리독립, 정권 전복, 테러, 외세 결탁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2024년 홍콩 입법회는 반역죄의 최고 형량을 종신형으로 높이고 국가기밀 누설죄를 강화하는 ‘국가안보조례’를 법안 제출 11일 만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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