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농구도, 풋볼도 아니다? 스크린도 블로킹도 안 돼
2026.06.10 18:37
마치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세트 피스 도중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의 움직임을 막는 플레이가 제한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은 지난 시즌 세트피스로 우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1골 중 세트피스(코너킥과 프리킥)로만 25차례 골망을 흔들었다. 특히 상대 골키퍼 앞에서 장신 선수들이 장벽을 쌓아 수비를 방해하는 특유의 전술을 동원해 코너킥에서만 19골을 넣었다. 프리미어리그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이다. 코너킥에서 유도한 자책골도 2개나 있었다.
핵심 전술은 이렇다. 킥을 하기 전 선수들이 골문 앞에서 이동하며 골키퍼의 반경을 묶고, 시야와 점프 타이밍을 방해한다. 이후 헤더 득점이나 혼전 상황에서의 마무리를 노린다. 이 작전은 매우 효율적이어서 다른 팀들도 따라하고 있다.
이는 미식축구의 '럽 루트(rub route)'와 닮았다. 공격수가 움직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이 합법적으로 상대 수비수를 막는 전술이다. 와이드 리시버이 쿼터백의 패스를 받고, 러닝백이 돌파해가기 위해 동료들이 돕는다. 아르테타 감독은 미국프로풋볼(NFL) LA 램스의 숀 맥베이 감독을 직접 찾아가 전술을 배웠고, 2021년부터는 세트피스 전문 코치를 영입해 가다듬었다.
농구의 '스크린(screen)' 플레이와도 유사하다. 동료의 공간 확보를 위해 상대 수비수 진로에 미리 자리를 잡고 몸으로 막는 스크린은 농구의 기본 공격 전술이다. 2대2로 하는 '픽앤롤' '픽앤팝'은 물론 3명이 참여하는 '스페인 픽앤롤' 등은 축구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요즘 축구는 미식축구와 농구의 작전을 이식해 경기를 정교하게 구조화하는 '시스템 축구'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12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에선 아스널 식의 세트피스 공격을 금지하는, 이른바 '안티 아스널 룰(Anti-Arsenal Law)'이 도입됐다. 지난 1일부터 이 규칙이 적용됐다.
세트 피스 자체를 막는 건 아니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의 진로를 고의로 방해해 동료 공격수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농구식 스크린'과 '미식축구식 블로킹'을 금지하는 것이다.
아스널은 코너킥 때 페널티 박스 안 선수들이 먼 포스트 쪽에 밀집해 있다가, 공을 차는 순간 반대 방향으로 일제히 내달리고 동료들이 마크맨들을 몸으로 막아 대인 수비 체계를 무너뜨렸다. 그 틈에 제공권이 뛰어난 공격수가 자유롭게 헤더 슛을 날리는 방식으로, 효과적인 만큼 논란에 휩싸였다.
FIFA와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도입한 새 규정은 공이 움직이기 전에 발생하는 이 같은 불법 차단 행위까지 VAR로 소급 적용해 골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타 종목의 블로킹 전술에 제동을 걸고 축구 본연의 역동적인 문전 몸싸움과 흐름이 살아 있는 세트피스로 되돌아가겠다는 FIFA의 강력한 메시지다.
한국 대표팀에게도 중요한 규정이다.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체코는 세트 피스 득점 비율이 40%가 넘고, 반대로 실점도 많이 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선 이 규정을 피해 골을 넣고, 주의해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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