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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가을야구 실패한 롯데…LG 트윈스의 암흑기에서 배워야 할 교훈

2026.06.10 17:04

최근 박용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유튜브 채널 '이대호[RE:DAEHO]'에 출연해 롯데 자이언츠의 부진을 LG 트윈스의 암흑기 시절과 비교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롯데는 2018년부터 작년까지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는 시범경기 1위에 오르며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정규시즌에 들어가서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긴 부진의 터널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진의 터널' 갇힌 롯데...2003~2012년 '암흑기' 보낸 LG와 비슷

그런 점에서 박 위원이 꺼낸 LG의 사례는 의미가 있다. 지금의 LG는 매년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강팀이지만, 과거에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암흑기의 주인공이었다.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는 당시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장 기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기록이었다.

박 위원은 그 시절을 돌아보며 LG가 이광환 감독부터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 김기태 감독까지 무려 다섯 명의 감독을 교체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성적이 신통치 않자 구단은 전임 감독과 다른 성향의 감독을 데려오는 선택을 반복했다. 그러나 결과는 늘 기대에 못 미쳤다. 감독은 계속 바뀌었지만 팀은 좀처럼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롯데를 향해 조언을 했다. "지금 당장 내년에 우승? 말이 안 된다. 가을야구 가는 팀을 5년 동안 만들겠다. 그래서 그런 팀이 되면 그때부터 우승을 만들겠다. 이런 시스템적인 것들이 분명히 필요하다."

필자는 이 영상을 보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 지금의 롯데와 비교해 당시 LG의 상황은 오히려 더 암울했다. 10년 암흑기에 빠진 과정,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현재의 강팀으로 올라선 과정, 모두 롯데가 충분히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 위원이 강조한 시스템적 접근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과연 지금의 롯데는 시스템이 문제일까.

많은 구단들이 시스템 야구를 이야기하지만...

필자가 26년간 프로야구 프런트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가운데 하나가 '시스템'이었다. 구단 고위층은 특정 감독 한 사람의 역량에 좌우되는 팀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구단을 원한다. 선수 출신 지도자들 역시 입버릇처럼 시스템과 매뉴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단 대표이사가 바뀔 때마다 수립되는 중장기 경영계획에도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시스템이었다.

지금도 많은 구단이 선수 육성 시스템 구축을 이야기한다. 일부 구단은 2년에 한 번씩 새로운 육성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발표하기도 한다. 그만큼 시스템은 야구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정작 현장에서 시스템은 잘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성적이 좋지 않으면 대표이사와 단장, 감독이 바뀐다. 이들이 바뀌면 구단의 운영 방향도 함께 달라진다. 그러는 사이 전임자가 만들어 놓은 운영 체계는 쉽게 사라진다.

필자가 몸담았던 SK 와이번스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2014년 구단은 김용희 육성총괄 주도 아래 3개월에 걸쳐 선수 육성 매뉴얼 작업을 진행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의 매뉴얼을 참고해 나름의 운영 기준을 만들었다.

하지만 2017년 염경엽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다시 한 번 선수 육성 매뉴얼 작업이 시작됐다. 이 역시 3개월 가까운 시간이 투입된 작업이었다. 그러나 염 단장은 2018년 말 트레이 힐만의 후임으로 감독을 맡았고, 2020년 말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면서 선수 육성 매뉴얼은 구단에서 자취를 감췄다. SK의 사례는 구단에 시스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어느 구단이나 나름대로 시스템은 존재한다. 문제는 시스템의 유무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전임자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후임자는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보다 자신의 색깔을 입히려 한다. 그러면서 전임자의 시스템은 사라지고, 구단의 시스템 역시 보이지 않게 된다.

대표이사, 단장, 감독 바뀌면 운영 방향도 변화...노하우 축적은 불가능

암흑기의 LG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감독만 다섯 차례 교체한 것이 아니었다. 2011년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연봉제'가 있었고, 프런트 팀장을 3년 주기로 교체하는 인사 정책도 시행했다.

당시에는 모두 나름의 명분과 논리를 가진 변화였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조직에 내재화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종전의 제도는 장점이 있음에도 폐기됐고, 새로운 인사가 단행되면 운영 방향도 함께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조직이 장기적으로 쌓아야 할 경험과 노하우는 축적되지 못했고, 연속성은 점점 약해졌다.

결국 LG의 암흑기는 단순한 성적 부진의 문제가 아니었다. 성과가 나지 않을 때마다 새로운 해법을 찾았지만, 그 해법이 조직의 철학으로 자리 잡기 전에 또 다른 변화가 반복됐던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최근 8년 동안의 롯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동안 양상문, 허문회, 래리 서튼, 김태형 감독으로 사령탑이 네 차례 바뀌었다. 롯데 사정을 잘 아는 양상문 감독을 선택했고, 최고의 타격코치로 평가받던 허문회 감독에게도 기회를 줬다. 외국인 감독 체제도 경험했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도 영입했다.

프런트 역시 변화가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인 성민규 단장을 영입해 이전과는 다른 방향의 팀 운영을 시도했고 상당한 권한도 부여했다. 그러나 성 단장 체제 4년 동안 롯데는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전임자 성과 지워버리는 관행...연속성 사라지는 시스템

새로운 감독이 오면 새로운 야구를 이야기했고, 새 대표이사와 단장이 오면 새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임 체제의 성과와 실패를 바탕으로 발전시키기보다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어렵게 쌓아 올린 경험과 노하우는 축적되지 못했고, 조직은 마치 모래성을 쌓았다가 다시 허무는 일을 반복하는 듯했다.

지금의 롯데 역시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본 프로야구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시코쿠 아일랜드리그 플러스 및 요미우리 자이언츠 육성팀과 교류전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출신 지도자들을 영입해 코칭스태프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 역시 넓은 의미의 시스템 구축 노력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들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적이 좋아지지 않으니 구단이 추진하는 변화와 투자 역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팬들의 눈에는 결과가 보이지 않고, 그러다 보니 시스템 역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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