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경권, 스스로 고민할 때"…'중국 경찰'로 몰린 경정, 내부망에 실명글
2026.06.10 16:57
김민규 경정 "경찰 인권·자존심, 필요 이상으로 추락했다면 스스로 고민해봐야"
"경찰에 가해지는 압박 험악해질 것…나약함 극복할 수 있는 시도 많아져야"
6·3 지방선거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서 '중국 경찰'로 지목돼 온라인 공격을 받은 현직 경찰관이 경찰 내부망에 실명으로 '경권(警權) 회복'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2기동단 경비과장 김민규 경정은 9일 경찰청 내부망에 '경권은 어디로'라는 제목의 글을 실명으로 게시했다. 그는 지난 5일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에 둘러싸인 채 "무전 해봐라", "왕따냐" 등의 모욕을 당했다.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은 '중국 경찰'이라는 허위사실이 덧붙여진 채 온라인에 급속히 확산됐다. 그 당사자가 이번엔 내부망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다.
글에서 김 경정은 "추락한 교권 회복을 위해 교사들은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경찰도 같은 질문 앞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인권과 자존심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필요 이상으로 추락했다면 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시위 양상에 대해서도 짚었다.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시위라고 했다. 서부지법 사태라는 "큰 실책"을 딛고, 미신고 집회임에도 소요나 폭력 없이 외형상 질서를 유지하며 당국의 제지를 거의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 이면에 대해서는 다르게 짚었다.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소규모의 불법과 일탈 행위는 대부분 교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표소 주변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시민의 소지품을 수색하고, 취재진과 경찰을 향해 폭언을 일삼는 상황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김 경정은 향후 국면에 대해 이같이 내다봤다. "경찰이 어디까지 용인해줄 것인지를 시험하는 수준으로 시위 양상이 변할 수 있다"며 "그만큼 경찰에 가해지는 압박이 험악해질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경찰이 실책을 책임지고 고쳐나가면서도 나약해지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용기 섞인 시도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찰청은 이보다 하루 앞선 8일 "'외국 경찰', '가짜 경찰' 등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경찰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며, 의혹이 제기된 모든 사례를 확인한 결과 해당 인원들이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 중인 대한민국 경찰관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경찰관의 복장이나 언행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련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위 대응 과정에서 경상을 입은 경찰관은 5명이며, 경찰 대응이 과잉진압이었다는 취지의 직권남용 혐의 고발 1건도 접수됐다. 김 경정의 배우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악플러 등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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