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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미국선 3분의 2가 가뭄 지역에

2026.06.10 15:56

앞으로 물 부족 사태 불가피…시민·기업 피해는?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산업을 키우고 있는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가뭄 피해를 겪는 지역에 건설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급증하는 데이터센터가 생태계를 더 심각한 물 부족 상태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 8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미국에서 앞으로 건설될 데이터센터의 3분의 2는 지난 1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건조했던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미국 연방정부 자료와 에너지 관련 플랫폼 ‘클린뷰’의 정보 등을 종합해 분석했는데, 현재 건설 계획된 데이터센터 809개 가운데 517개가 “가뭄에 시달리는”(drought-stricken) 지역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미국 연방정부 가뭄 모니터링 분류에서 ‘보통’(Moderate), ‘심각’(Severe), ‘극심’(Extreme), ‘매우 극심’(Exceptional) 단계에 해당하는 지역을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으로 분류했다. 신규 데이터센터의 65%가량이 가뭄 지역에 지어진단 것이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기후 위기가 미국에서 가뭄의 기간과 강도를 악화시키고 있는데, 새로운 데이터센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막대한 에너지와 물 수요로 인한 추가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에서는 최근 들어 가뭄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봄에는 전체 면적의 60%가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으로 나타나는 등 현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가뭄을 겪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은 “2000년 이후 가뭄에는 강수량 자체의 감소보다 대기의 수분 부족(더위로 인한 증발)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를 가뭄의 주요 원인으로 짚고 있다.

6월 초 기준 미국의 가뭄 현황. 올해 4월에는 60%가량이 가뭄 지역으로 분류됐다. 미국 가뭄 모니터 누리집 갈무리
가뜩이나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으로 최근 우후죽순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들이 엄청난 양의 물을 끌어다 쓸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을 쓴다. 대형 데이터센터의 경우 하루 500만갤런(1892만리터)의 물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최대 5만명이 사용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현재 미국 전역의 데이터센터는 2023년 기준으로 연간 170억갤런의 물을 필요로 하는데, 2028년에는 그 양이 연간 최대 730억갤런으로 늘 것이라고 가디언은 짚었다.

그런데 데이터센터는 대체로 가뭄 지역에 지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미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601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전체의 66%에 해당하는 392개가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에 있었다. 신규 데이터센터와 다르지 않은 비율이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은 토지 가격이 저렴하고 세금 혜택이 큰, 건조하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풀이했다. 또 “건조한 기후가 장비 부식을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고도 짚었다.

실제로 미국 유타주 북서쪽의 박스엘더 카운티에서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로 알려진 1만5천헥타르 규모의 ‘스트라토스’ 인공지능 데이터건설 계획이 승인됐는데, 이 지역은 지난해 여름부터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어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도 페코스 카운티와 카슨 카운티에 대형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인데, 이들이 2040년까지 텍사스주 전체 물 사용량의 9%를 차지할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툴레인대학교의 수자원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달봄은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앞으로 물 부족 사태는 불가피하다. 그때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산업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 물 사용량을 줄이라고 요구하진 않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에서는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가뭄 위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은 데이터센터의 현재 물 사용량이 농업 부문 등에 견줘 적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골프장이나 잔디밭 관개에 쓰는 물의 양조차 데이터센터보다 많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연합’의 정책 담당 부사장인 댄 디오리오는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은 지역 수자원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물 복원·재활용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등 지역 수자원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몇 안 되는 민간 부문 산업 중 하나”라고 가디언에 밝혔다.

업계는 증발식이 아닌 폐쇄형 냉각 등 새로운 기술로 냉각 효율을 높인다고도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 가디언은 “새로운 기술은 물을 절약하는 대신 더 많은 에너지(대부분 화석연료 기반)를 쓴다. 그런데 여기에는 더 많은 물이 들어간다”고 짚었다. 현재 메타가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중인 거대 데이터센터 ‘하이페리온’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곳은 폐쇄형 냉각 시스템을 쓰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10개의 가스발전소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인공지능 산업이 전반적으로 물에 미치는 영향이 데이터센터 자체보다 훨씬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수자원 인프라 회사인 ‘자일렘’이 주도해 올해 1월 내놓은 연구는 2050년까지 인공지능 가치 사슬 전반에 걸친 물 수요가 12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중 데이터센터 확장의 영향은 단 4%에 불과했다. 그보단 발전량 증가(54%), 반도체 제조 증가(42%)가 물 수요를 증가시키는 압도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환경운동가 에린 브로코비치가 제공하고 있는 미국 데이터센터 감시 현황. 누리집 갈무리
현재 미국의 데이터센터 ‘붐’은 대중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심각한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으며, 여러 주정부들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규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가디언은 “캘리포니아, 미시간, 아이오와는 데이터센터 운영업체가 물 사용량에 대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며, 사우스캐롤리아니와 캔자스는 개발업체가 폐쇄형 냉각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파크에서는 지역정부 차원에서 관할 지역 내 상업용 데이터센터 건설을 ‘영구 금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유엔대학교 물·환경·보건연구소는 최근 ‘인공지능의 에너지 사용에 따른 환경 비용’ 제목의 보고서를 냈는데, 보고서는 전세계 데이터센터가 앞으로 10년 동안 9조3천억리터의 물을 사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전세계 인구의 1년 이상 식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양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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