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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월 울산대병원 부원장 “기술의 진보가 가장 따뜻한 곳으로 환원되는 선순환으로”

2026.06.10 12:31

암 수술 56% 로봇 전환하며 사회적 의료비 12억원 절감
지방 최초 무흉터 수술 성공…서울 원정비 1인당 240만원 절약
‘패스트트랙’으로 환자 대기 없애고 ‘통합케어 기금’으로 소외층 지원
“의료 폐기물 감축은 덤…의료 혁신의 끝은 지역사회로의 따뜻한 환원”
다빈치 SP 갑상선 분야 공인 프록터 한명월 울산대병원 진료부원장 인터뷰


한명월 울산대병원 진료부원장. 한 부원장은 국내 이비인후과 의사 중 손에 꼽히는 다빈치 SP 갑상선 분야 공인 교육감독관(프록터)이다. [울산대병원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대한민국 산업 수도 울산의 의료 현실은 역설적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인구 110만대도시 중 일반 진료를 수행하는 공공병원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총병상수는 전국의 2.2%에 불과해 환자의 25.6%가 서울 ‘빅5’ 등 타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떠난다. 이로 인해 유출되는 지역 의료비만 연간 3478억원에 달한다.

이 황량한 의료 현장에서 ‘지역 완결형 중증 치료 체계’를 일구며 환자들의 삶을 바꾸고 있는 인물이 있다. 울산 지역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이자 권역책임의료기관인 울산대학교병원의 한명월 진료부원장(이비인후과 교수)이다.

한 부원장은 병원의 진료 행정을 총괄하는 부원장인 동시에, 국내 이비인후과 의사 중 손에 꼽히는 다빈치 SP 갑상선 분야 공인 교육감독관(프록터)이기도 하다. 지난 5월 26일, 첨단 로봇 수술을 통해 지방 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그를 화상으로 만나 울산대병원이 걸어온 길과 의료 혁신의 지향점을 들었다.

지역 거점병원의 본질은 명확합니다. 환자가 굳이 수도권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자신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가장 안전하고 질 높은 치료를 완결할 수 있도록 신뢰를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역 상급종합병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 부원장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울산대병원은 최근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서 전국 종합 3위, 비수도권 의료기관 중 1위를 기록하며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요양급여 청구액 기준으로도 비수도권 1위다. 의정 사태로 비수도권 병원들이 존립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거둔 이례적인 성과다. 그 중심에는 울산대병원이 선제적으로 고도화해 온 ‘로봇 보조 수술 시스템’이 있다.

울산대병원은 2014년 다빈치 Xi 로봇 수술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하며 신기술 도입에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한 부원장은 “지역 병원이기 때문에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는 우리가 먼저 선도하는 병원이 되자는 목표였고, 그 중심에 로봇 보조 수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수술을 직접 담당하는 외과 의료진의 의지와 관심이 컸고, 다빈치 시스템 도입을 계기로 새로운 수술 분야와 치료 영역을 함께 발전시켜보자는 공감대가 병원 내부에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장비 도입이 의료진의 의지와 맞물려 추진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최첨단 장비를 먼저 도입하는 데 의의를 둔 것이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의료진과 팀, 진료 프로세스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울산대병원은 의정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2024년 12월, 대다수 병원이 투자를 동결할 때 암 환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단일공(SP) 로봇 장비를 추가 도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2025년에는 국내 최초로 폐암 진단용 로봇 기관지내시경인 ‘아이온(Ion)’을 설치해 충청·전라권 환자까지 울산으로 이끌었다. 현재 울산대병원의 로봇 수술은 누적 6500례를 돌파하며 당초 제조사가 예측한 목표치를 2년 조기 달성했다.

전체 암 수술 중 로봇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56%로 복강경을 넘어섰다. 비뇨의학과의 로봇 보조 수술 비중은 85%으로 사실상 전면 로봇 보조 수술 체제로 전환됐다. 두경부외과는 로봇 보조 건수가 전국에서 2번째로 많다.

단순히 수술 건수만 늘린 것이 아니다. 울산대병원은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봇 수술이 가진 ‘환자 중심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냈다. 병원이 2024년부터 2년간 시행된 암 수술 등 2965건을 분석한 결과, 로봇 수술은 복강경 대비 개복 전환율을 98% 줄였고, 합병증 발생률은 37%, 수술 부위 감염률은 18%나 감소시켰다.

이를 통해 절감된 사회적 의료비는 암 수술 분야에서만 약 12억원에 이른다. 건당 재입원 감소로 약 640만원, 합병증 감소로 약 460만원, 개복 전환 감소로 약 266만원의 비용이 아껴졌다. 한 부원장은 “이는 단순히 사회경제적 효율성의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적·경제적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병원 입장에서는 한정된 의료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 부원장이 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두경부갑상선암센터는 그의 장인정신이 깃든 곳이다. 2000년 이후 7000건 이상의 갑상선암 수술을 시행한 이 센터는 지난 2025년 8월, 지방 최초로 ‘완전 무흉터 구강절개 로봇 갑상선 수술’에 성공했다. 아랫입술 안쪽 미세 절개를 통해 목과 가슴에 흉터를 전혀 남기지 않는 이 고난도 수술은 현재 서울 대형병원 한 곳과 울산대병원에서만 시행 가능하다.

그가 직접 개발한 ‘단일공 로봇 헤어라인 접근법’도 독보적이다. 머리 안쪽을 최소 절개해 수술 시간을 90분 이내로 줄이고, 수술 후 이틀 만에 퇴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 부원장은 “로봇 보조 수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최소 침습 수술에 대한 고민도 비교적 일찍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신경과 혈관을 보다 정밀하게 보존하고 합병증과 통증, 이물감 등의 불편을 줄이면서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가 가능하도록 술기를 발전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소리 보존이 필수적인 강사나 자영업자, 직장인들이 수술 후 곧바로 생업에 복귀하는 모습을 볼 때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명월 울산대병원 진료부원장. [울산대병원 제공]


환자를 향한 세심한 시선은 병원 시스템 전반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수 주씩 대기하며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지 않도록, 주요 암 검사(CT·MRI·PET-CT)의 당일 촬영과 당일 진료를 연계하는 ‘패스트 트랙’을 구축했다. 암 코디네이터가 내원 전 일정을 밀착 조율하는 이 시스템은 이제 타 대학병원들이 배워가는 모범 사례가 됐다.

울산대병원의 시선은 이제 의료의 지속가능성(ESG)이라는 더 넓은 지평을 향하고 있다. 울산대병원 분석에 따르면 로봇 수술을 통한 입원일수 단축(연간 403일 감소)으로 상급종합병원 기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1만8626㎏, 의료폐기물 2245㎏이 감축됐다. 이는 나무 850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다.

울산대병원은 올해 도입한 다빈치 5와 연계해 취약계층 암 환자의 치료비와 지역 암 연구를 돕는 ‘울산 암 통합케어 기금’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의 지속가능성은 환경 문제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라,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구조까지 함께 설계하는 것이라는 철학이 바탕에 있다.

울산대병원은 울산지역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이자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 환자들이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책무로 여기고 있다.

한 부원장은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은 치료 성적 자체도 중요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감당해야 하는 시간적·경제적 부담 또한 결코 작지 않다”며 “울산대병원이 로봇 보조 수술을 비롯한 고난도 치료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온 이유도 치료의 질과 접근성을 함께 높이기 위해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방 의료 붕괴라는 경고음이 높은 시대, 한명월 부원장이 묵묵히 다져온 첨단 임상 역량과 환자 중심의 철학은 대한민국 지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가장 선명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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