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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7600억 손실낸다는 항공사[김보형의 뷰파인더]

2026.06.10 08:15

고유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충격
항공산업 일자리 지킬 대책 나와야
고유가와 고환율 여파로 올 2분기 항공사들이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파고가 항공업계를 덮쳤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에어제타·에어서울·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파라타항공 등 국내 항공사 12곳이 올해 2분기(4~6월)에만 7600억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낼 것이란 전망마저 나왔다. 코로나19 때인 2020년 국내 항공사들의 연간 영업적자가 90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보다 더하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항공산업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수출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인프라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고용 효과가 큰 일자리 산업이기도 하다. 유가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항공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유가·고환율에 비용 급증
항공사를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게 한 가장 큰 원인은 유류비다. 유류비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30%를 차지한다. 항공업계는 올 2분기 국내 항공사들이 부담한 유류비가 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1~3월) 항공유 구매에 7억3866만3000달러(약 1조826억5835만9100원·1분기 평균 환율 1465.7원 환산 시)를 썼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 여객과 화물 사업의 합산 매출액이 3조7037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매출의 29.2%를 항공유 구매에 쓴 셈이다.

이란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27일 배럴당 71.81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로 3월 평균 배럴당 129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연간 기준 465억원의 비용이 더 든다. 고유가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대한항공은 연간 유류비만 2조6505억원 더 떠안아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4월 항공유 급유 가격은 갤런당 450센트 수준으로 당초 사업계획 때 잡은 유가 기준인 갤런당 220센트의 두 배를 웃돈다”며 “국제유가를 반영해 항공권에 추가하는 유류할증료를 5월에 최고 단계인 33단계로 올렸지만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항공사들이 2분기 운임에 전가하지 못한 유류비 초과 비용은 대한항공이 5500여 억원에 달하고 아시아나항공 2100여 억원, 제주항공 600여 억원, 진에어 460여 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적자로 쌓일 수밖에 없다.

고환율도 항공사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정비비 등 핵심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올 1분기 기준 순외화부채가 약 55억달러(약 8조613억원·1분기 평균 환율 1465.7원 환산 시)에 달한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5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외화부채 대부분은 리스, 구매 등 항공기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외화차입금이다. 대한항공은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비해 통화·이자율 스와프 등 파생상품을 활용하고 있다. 달러로 된 부채를 원화나 엔화 고정금리 부채로 바꾸는 방식이지만 고환율 위험을 완전히 헤지하기는 어렵다. 대한항공의 1분기 연결 기준 외화환산손실은 865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배 넘게 급증했다. 자금이 부족해 리스 항공기 비중이 높은 저비용 항공사(LCC)는 환율 상승에 훨씬 더 취약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신입 직원 입사 미루고…무급휴직도
항공사들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대형항공사(FSC)보다 외부 변수에 취약한 LCC는 무급 휴직 신청을 받은데 이어 진에어는 신입 객실 승무원 50명의 입사 시기를 오는 9월 말~10월 초로 미뤘다. 진에어가 신입 승무원의 입사를 연기한 것은 이란 전쟁 이후 국제선 운항편이 쪼그라들면서다. 진에어는 지난 4월 괌 등 8개 노선에서 45편을 줄인데 이어 5월에도 푸꾸옥 등 14개 노선에서 131편을 감편했다. 다른 LCC들도 비슷하다. 제주항공은 5~6월 두 달간 국제선 왕복 187편을 줄였고, 이스타항공은 왕복 150편을 감편했다. 전쟁 이후 국내 LCC업계에서 줄어든 국제선 운항 편수는 왕복 1000여 편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도 7월까지 이스탄불, 프놈펜 등 6개 노선 27편을 감편하기로 했다.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티웨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이 잇달아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티웨이는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5~6월 두 달간 무급 휴직을 도입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5월부터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6월 한 달간 무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5월 한 달간 무급 휴직 신청을 받았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벌이면서 국제유가도 5월 들어 100달러 초반으로 소폭 내렸다. 이에 따라 6월 발권하는 항공권의 유류할증료는 5월보다 내린 27단계가 적용됐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류할증료가 미국 뉴욕·애틀랜타 등 장거리 노선은 112만8000원에서 90만3000원으로,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은 15만원에서 12만3000원으로 내렸다. 하지만 고유가가 꺾이지 않으면 여름 방학과 휴가철로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7~9월) 항공 수요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슬롯 유예·항공유 수출 제한 필요
항공산업은 인력 의존도가 높아 제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사가 비행기 한 대(B737 기준)를 들여오면 조종사 12명, 객실 승무원 14명, 정비사 12명 등 최소 38명의 운용인력을 투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새 항공기를 도입할 때마다 대당 50~7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항공운송사업 부문 직원(기간제 근로자 포함)만 1만5121명에 달한다. 장치산업인 정유업체 에쓰오일(3537명)과는 비교 자체가 어렵고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1만5353명)과 맞먹는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항공운송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요건을 완화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 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휴업, 휴직 등 고용 유지 조치를 실시하는 경우 사업주가 지급한 수당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항공사에 대해 매출액 15% 감소 등 고용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항공사와 거래 비중이 50% 이상인 지상조업사까지 지원 범위도 넓혔다. 근로자 1인당 하루 약 6만8000원의 지원금을 최장 180일까지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도 인천국제공항공과 국내 지방공항에 대한 착륙료와 정류료, 조명료 등 공항시설 사용료를 3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이 기간 연 2.81% 수준의 유예이자는 그대로 부과해 실제 항공사의 비용 경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업계는 코로나 팬데믹 때와 같은 슬롯(시간당 가능 이착륙 횟수) 유예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코로나 여파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자 항공사가 국제선 운항 권한을 유지하려면 배분받은 슬롯의 80% 이상을 사용해야 하는 슬롯 유지 의무를 유예해줬다. 손해를 보고 비행기를 띄우기 어려운 만큼 항공사의 슬롯 유예를 고민해볼 만하다. 항공유 부족 사태는 넘겼지만 세계 항공유 수출 1위인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 물량을 수급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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