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물결은 AI 에이전트와 블록체인의 결합”
2026.06.10 09:01
참석자들은 이 같은 금융 패러다임 전환이 가져올 기회와 과제, 그리고 각국과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비트코인서울 2026 무대에서 나온 10가지 핵심 메시지를 정리했다.
<1> 온체인 금융, 기술 개발 넘어 표준 선점 경쟁 진입
비브 디와카르 캔톤파운데이션 총괄은 발표 시작부터 이렇게 단언했다. 미국 예탁결제원(DTCC)과 나스닥,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는 기관용 블록체인 네트워크 캔톤은 ‘월가의 블록체인’으로 불린다. 온체인 금융 인프라 표준 경쟁의 중심에 선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자산 토큰화, 기관 참여 등 핵심 요소들이 이미 갖춰진 만큼 “과연 온체인 금융 전환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를 논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진단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누가 표준을 만들고 중립적인 금융 레일을 운영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발언은 이번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핵심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블록체인이 더 이상 가상화폐 투자자들만이 관심 있는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실생활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의 관심도 기술에서 실제 활용 방안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구매하고, 증권 등 금융자산이 토큰 형태로 거래되는 것이 이미 가능해진 가운데 발표자들은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경쟁에 지금 대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2> 5년 내 AI 에이전트 1000억 개 블록체인 위에서 활동
그는 “앞으로 전 세계 인구가 평균 3~5개의 AI 에이전트를 사용하게 되면서 수백억 개의 AI가 서 서비스를 요청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경제가 형성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인터넷 결제가 인간의 관심을 끌기 위한 ‘관심 경제’를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AI가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호출하는 ‘호출 경제’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광고를 보지 않고 브랜드 충성도도 없는 AI 에이전트는 오직 가격과 속도, 효율성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선택한다. 초소액·초고빈도 거래를 선호하는 AI 에이전트들이 선택할 결제·정산 인프라는 결국 블록체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제로 여행 예약과 금융 서비스, 법률 검토 등 다양한 업무를 전문화된 AI 에이전트들이 분담하며 서로 협상하고 거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3> 한국, 비기축통화국 AI 결제 표준 모델 될 수 있어
그는 “한국은 새로운 기술 수용도가 높고 AI 활용도도 높은 국가”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195개 비기축통화국들이 참고할 수 있는 AI 경제 모델을 구축한다면 한국이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개방형 오픈소스 생태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앤트로픽의 MCP, 구글의 A2A, 코인베이스의 x402 등을 예로 들며 “글로벌 기업들은 핵심 기술을 비영리 재단과 오픈소스 생태계에 공개하며 표준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도 개방형 거버넌스와 오픈소스 생태계 참여를 확대해 AI 시대 표준 경쟁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4> 소버린 AI 앞서 자체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해야
국내 대표적인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DSRV의 서병윤 공동대표는 AI 시대의 진짜 승부처는 AI 에이전트 경제를 뒷받침할 금융 인프라에 있다고 진단했다. AI 에이전트가 서로 서비스를 구매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시대가 열릴수록 이들이 결제와 정산에 사용할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특히 한국이 자체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경쟁력 확보를 외치면서 정작 결제와 정산은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해외 빅테크 만든 네트워크에 의존한다면 새로운 종속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최소한 국내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육성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5> 디지털자산기본법, 한국 디지털자산 산업 성장의 출발점
그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나 거래소 지분 규제가 아니라 국내에서 다양한 디지털자산 사업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체계상 거래소와 지갑, 수탁(커스터디) 사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디지털자산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본법을 통해 운용업과 평가업, 공시업, 장외거래(OTC)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이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는 만큼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6> 500조 달러 실물자산, RWA 형태로 블록체인 유입
리플 이사회 멤버를 13년간 지낸 뒤 세계 최대 엑스알피(XRP) 전략 비축 기업 에버노스를 설립한 아쉬시 버를라 최고경영자(CEO)도 온체인 금융 성장의 핵심 조건으로 규제 명확성을 꼽았다. 그는 “대형 금융기관들은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자본을 투입하지 않는다”며 “미국 클래리티법을 비롯한 각국의 디지털자산 규제가 정비되면 온체인 금융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를라 CEO는 특히 토큰화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온체인 금융의 다음 단계는 채권과 부동산, 펀드 등 실물 기반 자산의 대규모 유입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디지털자산 시장은 수조 달러 규모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자산이 지갑 안에 보관된 채 활용되지 않는 유휴 자산에 머물러 있다. 그는 RWA가 이러한 구조를 바꾸고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시장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7> RWA 경쟁력은 원화 자산의 글로벌 접근성이 좌우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RWA의 본질은 자산의 접근성과 유동성을 높이는 기술”이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하는 자산이 먼저 존재해야 하고 토큰화는 그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채 토큰화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다. 이미 전 세계 투자자들의 수요가 존재했던 자산이었기 때문에 토큰화 이후에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한국 역시 원화 자산에 대한 글로벌 접근성을 높여야 토큰화 활용 영역이 넓어지고 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정부가 최근 외환·자본시장 개방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RWA 전략의 성패는 원화 자산의 글로벌 접근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8> 자산 토큰화 솔루션이 증권업 미래 먹거리
거래 당사자 간 제3의 중개를 제거하는 것이 본질인 온체인 금융 인프라가 확산될수록 전통 금융권의 중개 기능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존 금융사가 받아온 각종 중개 수수료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오히려 온체인 금융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을까.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사업본부장은 이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바라봤다. 그는 “전통 금융에서는 각종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며 “자산 토큰화 솔루션이 증권업의 미래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증권사들이 글로벌 단위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다른 증권사보다 토큰화 솔루션을 먼저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9> 비트코인, 보관 자산 넘어 수익 창출 자산으로
비트코인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시장을 주도하는 바빌론의 피셔 유 공동창업자는 비트코인의 다음 단계는 단순 보유가 아닌 금융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디지털 자산이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단순 보유에 머물고 있다”며 “비트코인을 담보로 활용하면 유동성과 수익, 레버리지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약 10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비트코인 시장이 앞으로 온체인 금융 생태계의 핵심 유동성 공급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비트코인이 지갑에 잠겨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 기업마다 블록체인 하나씩 갖는 시대 온다
블록체인 기술이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발표도 있었다. 김용일 아발란체 아시아 사업 총괄은 FIFA의 월드컵 티켓 거래 플랫폼과 미국 주식 토큰화 기업 디나리, NHN KCP의 스테이블코인 결제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며 기업별 맞춤형 블록체인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은 블록체인의 잠재력에 대한 논의에 그쳤지만 이제는 실제 사업 모델이 구현되고 있다”며 “외화 송금과 기업 자금 운용, AI 결제 등은 앞으로 기업들이 반드시 블록체인 기반으로 대응해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 정보 관리, 규제 대응 등 기업별 요구 사항이 서로 다른 만큼 앞으로는 각 기업이 필요에 맞는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흐름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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