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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의 행복살롱] (4)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2026.06.10 07:34

달라이 라마 "행복하려면 꾸준한 마음 수행해야"
김경해 전 국회공무원 "평범한 일상, 찰나 찰나 속에 행복"
많은 이들이 삶에서 고통을 겪고 있고 날마다 여러 가지 문제들에 시달린다. 나이를 먹거나 병에 걸리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같은 필연적인 고통도 뒤따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행복에 집착한다.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초. 연합뉴스


〈달라이 라마〉

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가초(1935년~)는 1959년 중국 정부의 탄압이 극에 달하자 티벳인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독립에 대한 국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인도 다람살라로 망명한다. 이후 티벳 망명정부의 수반으로서 독립운동에 힘쓰는 한편 세계 곳곳의 인권 수호를 위해 노력해왔다. 세계 평화와 비폭력주의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헌신한 업적으로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미국 국회에서 '의회 명예 황금훈장'(Congressional Gold Medal)을 받았다. 종교를 넘어 전세계인의 영적 스승으로 자리매김했다.

◆행복은 각자의 마음 안에

"삶의 목표는 행복에 있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또는 어떤 종교를 믿든, 우리 모두는 언제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근본적으로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각자의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이 나의 변함없는 믿음이다." 미국의 한 강연에서 달라이 라마가 전한 메시지다.

그렇다면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미국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의 질문(책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중)에 그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한다. 나라를 잃고 수십 년 세월을 난민들과 함께 고해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은 진정한 행복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또 외롭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전혀 외롭지 않다"고 대답한다. 다른 이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매 순간 모든 인간 존재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느끼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고 했다.

나아가 "어떤 순간에 행복이나 불행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자신이 가진 것에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파한다. 누구나 '마음의 수행'을 통해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꾸준한 마음 수행이 행복에 이르는 근본 방법

여러 저서 등을 통해 달라이 라마가 제시하는 '행복에 이르는 길'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부정적인 감정이나 행동이 우리에게 얼마나 해로운지, 그리고 이것이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와 세계의 미래에도 해로운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긍정적인 감정과 행동이 주는 이로움을 깨닫고 이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키워나갈 것이란 의지를 다져야 한다. '나의 행복과 미래는 내 손에 달려 있어.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선 안 돼' 하는 다짐이다.

▷불교의 '인과 법칙'(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다)을 이해해야 한다. 행복을 원한다면 행복을 가져오는 원인을 찾아야 하고, 고통을 원하지 않는다면 고통을 일으키는 원인과 조건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본인의 다양한 마음 상태(미움, 시기, 분노, 친절, 자비 등)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그것이 행복으로 인도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구분하고 나눌 필요가 있다. 친절과 자비심 같은 긍정적인 마음을 키우면 마음도 건강해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부정적인 마음을 물리치는 것도 중요한데 한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고 그 마음을 꾸준히 관찰하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결국 꾸준한 마음 수행이 행복에 이르는 근본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수행법으로는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을 수 있는 '명상'이 있다. 생각을 조용히 가라앉히고, 바탕에 있는 마음의 본성을 관조하며, 고요한 마음에 이르기 위한 것이다. 명상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본인의 호흡을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라. 그러다 생각이 떠오르면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은 지금 여기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김경해 씨가 포항 불과선원에서 좌선을 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김경해 전 국회공무원 〉

1959년생인 김경해(67)씨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이 곳서 마쳤다. 사회생활은 서울서 했다. 시험을 거쳐 1986년 국회사무처 공무원(경위직렬, 경호 업무)으로 임용됐고 12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34년을 재직했다. 2020년 정년퇴직 후에는 단기 취업, 공부와 수행 등으로 자유롭게 살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생 여정을 들려 달라.

▶베이비붐 세대는 어릴 적 약간의 배고픔과 가난을 겪기도 했지만 고도성장기였던 탓에 저 같이 별 능력이 없는 사람도 일자리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됐다. 국회사무처 경위과(현 경호기획관실)에서 근무하게 된 것도 시절을 잘 타고난 덕분이라 생각한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비록 본회의장에서의 주연은 국회의원들이었고 나는 조연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할을 했지만 역사의 현장에서 근무했다는 자부심 만은 결코 작지 않다.

재직 시 나름 자기계발에도 힘썼던 것 같다. 국회정각회(불자 국회의원과 국회직원불자들 모임) 활동에 깊숙이 관여하며 불교와 인연을 맺었고, 53세 때부터는 성균관대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다니며 유학 및 동양철학을 공부했다. 이런 것들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줬고 정신적 자양분이 됐다.

그렇다고 인생이 마냥 달콤, 무탈하게 흘러간 것만은 아니다. 3번에 걸친 주식 투자 실패로 큰 시련을 겪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죽고 싶을 만큼 눈앞이 캄캄했다. 결국 탐욕에 눈이 멀고 무지한 탓에 자초한 고통임을 깨달았다. 이렇게 쓴맛, 단맛 골고루 맛보는 동안 인생의 중요한 시간은 훌쩍 흘러갔고 퇴직을 맞게 됐다.

이후 6년 간은 구름처럼 자유롭게 떠도는 삶이었다. 문경에 있는 불교선원과 변산국립공원에 있는 월명암에서 잠시 지내기도 했고, 경기도 안양시에서 중학교 학생지킴이, 안양시립도서관 안내 경비, 과천 복합건물의 관리원으로도 단기 근무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주왕산 근처에 있는 포항의 한 선원(에코팡팡랜드 내 불과선원)에서 공부와 수행을 하며 유유자적 지내고 있다.

김경해 씨가 불과선원 앞 마당에 서 있다 이현주 기자
김경해 씨가 한적한 포항 시골길에서 걷기 명상을 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살아보니 무엇이 행복인 것 같나.

▶인간은 누구나 부귀영화를 꿈꾸며 살아간다. 특히 젊은시절과 장년에는 이를 인생의 최고 목표로 삼아 전력 질주를 벌인다. 나 또한 그러했다. 많은 재산, 높은 지위와 명성을 떨치며 사는 화려한 삶을 동경했고 그것을 얻으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 육십갑자(六十甲子)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우리네 인생이란 것이 잠시 잠깐이고 덧없는 한편의 꿈인 것 같다. 내가 목도한 그 서슬 퍼렇던 수많은 국회의원들도 이미 적지 않게 고인이 됐거나 노년에 접어들어 세상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이제는 정말 부귀영화를 바라보는 눈 자체가 달라졌다. '자기 분수를 알고 제 그릇에 맞게 무탈,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부귀영화이고 행복이다.

공자도 논어 제16편에서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군자가 경계할 것이 세 가지 있으니 젊을 때는 여색(女色)을, 장년이 돼선 싸움을, 늙으면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가 그것이다. 정말 인생을 정확히 꿰뚫은 통찰의 말씀이 아닐 수 없다. 행복이란 게 주관적인 것이라 정답은 없겠지만 살아보니 평범한 일상, 찰나 찰나 속에 행복이 있었다.

영덕 팔각산 정상에 오른 김경해 씨. 본인 제공


-자녀 또는 인생 후배들에게 행복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우리는 근심과 스트레스 등 온갖 문제에 봉착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것이 삶이고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 없다. 또 젊을 때는 욕망이 많아 과욕을 부리고 실수도 하기 쉽다. 그래서 끊임없는 절제와 수양으로 자기를 단속하고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그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내 경우에는 명상이 큰 도움이 됐다. 명상은 걸으면서 하는 명상, 앉아서 하는 명상이 있는데 둘 중 어느 것이라도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아 꾸준히 하면 된다. 흙탕물을 가만 놓아두면 불순물은 아래로 가라앉고 맑은 물은 위로 뜨는데, 이것이 명상의 원리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자꾸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평온과 자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성공으로 기억되지 않고 끝맺음으로 기억된다'는 말이 있다. 나 또한 세속적인 가치 기준에서는 전혀 성공한 인생이 아니지만 지금 끝맺음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수행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 앞으로도 나만의 방식대로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바쁜 가운데 본성을 어지럽히지 않으려면 반드시 한가할 때 마음과 정신을 맑게 길러야 하고, 죽음의 순간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살아있을 때 이미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 보아야 한다'는 채근담의 이 글귀를 저 같은 은퇴세대는 물론 젊은세대들도 마음에 새기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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