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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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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 55%, 미국 AI 20%…금·농산물·단기채로 방어[포스트워 투자전략]

2026.06.10 05:46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
“한국 주식은 국내 투자 아닌 AI 공급망 투자, 내년까지 간다”
<편집자 주>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끌어 온 엔비디아의 독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코스피 상승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할까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경제를 뒤흔든 가운데 투자 환경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고 있다. 빅테크 중심으로 질주해 온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 달러 체제의 균열 조짐, 예측하기 어려운 금리 흐름, 에너지 패권 재편,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금융 질서 변화까지.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시장과 마주하고 있다. 이런 시기 필요한 것은 넘쳐나는 정보가 아니라 시장을 읽는 기준이다. 한경매거진앤북이 출간한 책 ‘투자 대가 9인의 포스트워 투자전략’은 전쟁 이후 재편되는 세계경제와 자본시장을 진단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구루들이 바라보는 투자 해법을 담았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책에 담긴 핵심 통찰을 미리 살펴보고 불확실성의 시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시장의 방향을 짚어본다.




“투자는 시장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국내 증권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이자 재임 기간 KB증권의 역대 최고 실적을 이끈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은 ‘포스트-워 투자전략’에서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시장 예측보다 투자 원칙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전 사장에 따르면 많은 투자자가 시장의 방향을 맞히는 데 몰두하지만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 구조다. 그는 단기 전망에 따라 자산을 쫓아다니기보다 주식·채권·현금·금·원자재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자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장기 투자 성과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한다.

경제 환경에 따라 자산별 움직임은 달라진다. 주식이 강세를 보일 때도 있고 채권이나 금 같은 안전자산이 빛을 발하는 시기도 있다. 박 전 사장은 여러 자산을 조합한 포트폴리오가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고 장기적인 투자 생존력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박 전 사장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그는 하반기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공격과 방어의 균형’을 꼽는다. 단순히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기보다 구조적 성장성이 높은 자산에 집중하면서도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판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 투자자라면 한국 주식을 포트폴리오의 중심축으로 삼고 미국 AI·반도체 관련 자산, 원자재, 단기채권 등을 조합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최근 중동 사태 이후 유가가 급등한 점을 고려해 원유는 포트폴리오 편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 증시, 네 가지 상승 동력

박 전 사장은 한국 증시의 재평가 가능성에 주목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AI 메모리 수요 확대, 주주환원 강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 네 가지 동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한국 증시의 재평가 논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따른 기업가치 재평가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기업이익 증가라는 두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AI 반도체, 전력 인프라, 원전·소형모듈원전(SMR), 방위산업 등 4대 메가트렌드가 결합하면서 한국 증시는 글로벌 인프라 재편의 수혜 시장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은 그동안 한국 증시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고 진단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2차전지, 조선, 방산, 인터넷, 바이오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지만 낮은 주주환원율과 지배구조 문제, 외국인 투자 제약 등으로 저평가돼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 논의 등이 이어지면서 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반도체 업종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전체 포트폴리오의 55%를 한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 배분할 것을 권한다. 코스피200, 반도체(AI 메모리·HBM·DRAM), 주주환원, 성장 테마 ETF(원전·방산·전력 인프라) 등으로 나눠 투자해 국내 증시 전반의 상승 흐름과 AI 산업 성장, 기업가치 제고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변동성 대비 전략은

미국 주식 ETF는 전체의 20%를 편입한다. S&P500을 통해 글로벌 우량 기업에 분산 투자하고 빅테크 및 반도체 ETF는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담기 어려운 AI 플랫폼,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장비,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등에 대한 투자 기회를 확보할 것을 제안한다.

원자재 ETF 비중은 10%다. 금 5%, 농산물 5%로 구성해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물가 지속 상승) 가능성에 대응한다. 박 전 사장은 원자재를 수익 창출 수단이라기보다 한국 주식 중심 포트폴리오의 하방 위험을 줄이는 방어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단기채권 ETF는 10%를 편입한다. 단기채권은 별도의 현금 비중을 대체하는 자산으로, 시장 조정기에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또한 필요할 경우 단기채권 일부를 매도해 주식 ETF를 추가 매수하는 리밸런싱 전략에도 활용할 수 있어 ‘실탄’ 역할도 수행한다. 이 밖에 선진국 주식 ETF 5%를 편입해 해외 분산 효과를 높인다.

박 전 사장은 “이 포트폴리오는 한국 주식의 구조적 재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략”이라며 “한국 주식은 핵심 수익원, 미국 AI·반도체 ETF는 성장성 보완 자산, 선진국 ETF는 분산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험 감내도가 높은 투자자라면 정기적인 리밸런싱과 분할 매수 원칙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한국 주식은 국내 투자 아닌 AI 공급망 투자, 내년까지 간다”



-한국 주식 55% 비중 전략은 하반기용인가요, 중장기 전략인가요.

“이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하반기 대응 전략이 아니라 향후 2~3년 이상 유효한 중장기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성장동력뿐 아니라 주주환원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라는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과거처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전형적인 경기순환 산업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봅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와 데이터센터 구축이 지속되는 한 반도체 수요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투자자가 한국 주식 비중 55%를 국내 자산 투자로만 생각하지만 저는 다르게 봅니다. 한국 주식 55%를 보유한다는 것은 사실상 ‘글로벌 AI 공급망에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전력 인프라, 원전 등 AI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포진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주주환원 확대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움직임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전략은 단순히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AI 성장과 한국 기업의 가치 재평가에 동시에 투자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AI 성장에 투자한다면 미국 비중을 더 높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미국 시장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투자에서는 수익률뿐 아니라 세금과 환율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 주식은 양도소득세 부담이 있는 반면 국내 주식은 상대적으로 세제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달러 환율 역시 높은 수준에 있어 원화를 달러로 바꿔 투자하는 데 따른 부담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내년까지는 미국보다 한국 시장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이 포트폴리오는 연령이나 투자금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인가요.

“흔히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성장 자산에 대한 투자 의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자산배분 원칙 자체는 연령,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ETF 등에 자금이 몰리는 경우가 있는데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집중하는 전략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투자 전략을 언제 다시 점검해야 할까요. 눈여겨봐야 할 지표가 있습니까.

“가장 중요한 지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증가율입니다. 빅테크들이 반도체 수요를 만들어내는 전방 산업인 만큼 설비투자 증가율이 둔화하기 시작한다면 반도체와 AI 관련 투자도 점검할 시점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입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정점을 찍고 둔화하기 시작한다면 AI 투자 사이클 변화 여부를 점검해야 합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하면 결국 반도체 수요와 수출 증가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의 금리입니다.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웃돌 경우 추가 긴축 가능성이 언급된 만큼 금리 흐름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 전반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AI 관련 기업들은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한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할 수 있지만 다른 자산들은 고평가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금리인상은 원화 약세(환율 상승)로 이어질 수 있는데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는 자금 유입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지표들이 나타난다고 해서 곧바로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증가율 둔화와 같은 변화의 신호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포트폴리오 비중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코스피 상승세는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한국 증시는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봅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제시한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는 1만2000~1만5000 수준으로 현재 지수 기준으로는 약 20~40%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전망하는 셈입니다.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인프라, 방위산업, 원전, 조선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들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아직 시장의 정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상승 과정에서 변동성은 커질 수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들의 주가 변동폭이 과거보다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비중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지수 전체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투자 원칙이 중요합니다.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는 우량 종목이나 ETF를 분할 매수하고, 반대로 상승할 때도 무리하게 추격 매수하기보다 비중을 나눠 접근하는 전략을 권합니다.”

-포트폴리오에 금과 농산물, 단기채권을 포함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 주식은 성장성을 위한 자산이라면 금과 농산물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자산입니다. 금은 전쟁이나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 때 가치가 부각되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고 농산물은 곡물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결국 금과 농산물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산이라기보다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 손실을 일부 보완해주는 대체 투자 자산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단기채권 ETF는 일종의 ‘드라이파우더(아직 투자하지 않은 돈)’ 역할을 합니다.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사실상 현금성 자산에 가깝지만 현금보다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장이 조정을 받을 경우 단기채권을 활용해 주식을 추가 매수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기채권은 단순한 방어 자산이 아니라 투자 기회를 기다리는 대기 자금의 성격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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