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전
진실만을 말할 것을 굳게 [뉴스룸에서]
2026.06.10 04:31
처음부터 사실을 약속한 적 없는 AI
AI는 그저 우리를 보고 자랐다
언론사에서 인공지능(AI) 활용도를 높이는 일을 맡고 있다. AI 시대를 맞이해 취재와 기사 작성, 교열, 사진 촬영, 그래픽 생성 등 기사 생산 과정 전반에 어떻게 AI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란 질문에 답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흥미로운 광경들을 보게 되는데, 이른바 AI의 '거짓말'에 참으로 꾸준히 놀라는 사람들이다.
생성형 AI는 그 탄생부터 한 번도 '사실'을 약속한 적이 없다. 작동 원리는 '피자는' 뒤에 '맛있다'가 올 확률이 90%, '눈부시다'가 올 확률이 0.1%라면 더 높은 쪽인 '맛있다'를 뱉어내는 것이다. 생성형 AI에서 '생성'이라는 말 자체가 언어의 확률을 학습해서 새로운 언어를 생성한다는 뜻이었으나, 초반엔 놀랍게도 거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챗GPT가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나온 단독 기사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김건희 여사의 잘못에 대해 알려달라는 질문에 챗GPT가 명백한 허위 답변을 내놓았다는 내용으로, 다가올 총선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기사는 2023년 자였고 이제 더 이상 이런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인공지능이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마치 진실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지어내어 답변하는 현상)이란 단어도 일상에서 제법 흔해졌다.
그러나 실제 쓰임새를 보면 우리가 정말 생성형 AI라는 신문물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내일 날씨 알려줘, 오늘 자 금 한 돈 시세 알려줘, 부산에 놀러갈 건데 3박4일 일정 짜줘. 끊임없는 질문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사실이다. 우리는 사실이 아니면 큰일 날 것들에 대해 묻고, 대답이 사실이 아니면 여전히 깜짝 놀란다. 마치 사실만으로 살아온 사람들처럼.
역사적으로 '사실'을 약속한 적 없는 무리가 또 있다. 기원전 4, 5세기경 아테네에서 활동한 소피스트의 뜻은 본래 '지혜로운 자들'이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논쟁에서 이기는 화법에 치우치면서 궤변론자들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논쟁에서 지지 않는 무적의 논리를 만드는 것. 대표적인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의 수업료 논쟁이 유명하다.
프로타고라스는 제자 에우아틀로스에게 변론술을 가르치며 "첫 번째 재판에서 이기면 그때 수업료를 내라"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제자는 졸업 후 한 건의 재판도 맡지 않았고 결국 프로타고라스는 제자를 고소했다. 법정에서 프로타고라스는 제자가 이기면 약속대로 수업료를 내야 하고, 제자가 지면 법원 판단에 따라 수업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업이 헛되지 않았는지 제자도 맞섰다. 본인이 재판에서 이기면 법원 판단에 따라 안 내도 되고, 지면 약속에 따라 안 내도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구 말이 사실이냐가 아니다. 핵심은 언어가 사실만을 위해 쓰이지 않았던 적이 많았고, 우리가 그걸 모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사실을 위해 쓰인 적이 얼마나 될까. 유튜버는 조회수를 목적으로 말하고, 상담사는 위로를 위해 말하고, 비즈니스맨은 판매를 하려고 말하고, 정치인은 당선을 목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생성형 AI는 말을 하려는 목적으로 말한다.
소피스트들이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를 화나게 한 것처럼, 우리가 생성형 AI에 화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제 와 우리가 늘 사실에 발 딛고 살아온 것처럼 구는 것은 곤란하다. AI가 반박할 것이다. "저는 그저 인간이 쓴 글을 읽고 자랐습니다."
황수현 콘텐츠운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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