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모 전단, 미국·일본과 필리핀해에서 대치… 최신예 스텔스기까지 동원
2026.06.09 07:02
미국, 일본과 중국이 대규모 해상 무력시위에 나선 직접적 단초는 이렇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5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일본을 국빈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양국 관계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두 나라 정상은 전방위적 경제 협력뿐 아니라 각종 무기체계 지원을 약속했다. 동시에 중국의 대외 팽창을 저격하고 나섰다. 마르코스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이구동성으로 “무력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모든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한다”며 중국을 견제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필리핀 대통령,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양국 정상은 특히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공세적 세력 확장을 꾀하는 것을 정면 비판했다. 또한 그동안 중국이 주장해온 ‘대만 동부 수역 중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무시하고 이곳에 “일본·필리핀 EEZ 경계선 획정을 위한 실무 협상에 착수한다”고 선언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일본이 연이어 발표한 필리핀 재무장 지원, 상호 군사 정보 공유 협정 추진도 중국을 겨냥한 행보다.최근 필리핀은 중국에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로 부상했다.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달리 마르코스 대통령이 강한 반중 노선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여러 해역에서 중국과 충돌해온 필리핀은 4∼5월 ‘발리카탄’ 훈련과 ‘살락닙’ 훈련을 연이어 실시했다. 중국과의 분쟁에 대비한 연합 훈련이다. 필리핀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군사 동맹의 최일선 국가로서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군 중거리미사일 부대를 유치해 실사격 훈련을 벌였다. 유사시 중국 남부 해안의 군사 시설은 물론, 중국의 항모·핵잠수함 거점인 하이난다오를 즉각 타격할 수 있는 부대다. 심지어 마르코스 대통령은 5월 18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만 전쟁이 발발하면 필리핀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대만 유사시 개입 의지까지 드러냈다.
필리핀의 반중 행보에 중국도 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이 보도된 직후 중국은 남중국해에 있던 랴오닝 항공모함을 급히 필리핀 동부 해역으로 보냈다. 5월19일 남중국해에 있던 랴오닝 항모가 055형 구축함 우시, 052D형 구축함 카이펑과 함께 바시해협을 넘어 서태평양으로 나왔다. 같은 날 동중국해에 있던 054B형 호위함 뤄허, 901형 군수지원함 후룬허가 미야코해협을 통과해 랴오닝 항모 전단에 합류했다.
5월 22일에는 054A형 호위함 안양이 075형 강습상륙함 안후이와 함께 미야코해협을 넘어 랴오닝 전단에 추가로 합류했다.
일반적으로 항모 전단은 작전 투입에 앞서 ‘합’을 맞춰보는 사전 훈련을 거쳐 하나의 전단으로 편성된다. 반면 이번 랴오닝 전단은 말 그대로 급조됐다. 항모 랴오닝과 구축함 우시, 뤄허는 북부함대에 속한 함정이다. 뒤에 합류한 호위함 안양, 안후이는 동해함대, 후룬허는 북해함대 소속이다. 이들 군함은 각각 다른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필리핀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직후 필리핀해로 급히 집결한 것이다. 중국 항모 전단이 필리핀 동부 해역에 집결하자 이번에는 일본이 맞대응에 나섰다. 일본은 자국 인근 해역이 아님에도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사히를 보내 랴오닝 항모를 추적하고 있다.
랴오닝 항모에 J-35 탑재 정황
그런데 이번 중국의 무력시위에서 놀라운 사실이 포착됐다. 랴오닝 항모에 스텔스 전투기인 J-35가 탑재된 모습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중국 국영 CCTV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랴오닝이 서태평양에서 훈련 중인데 J-35가 탑재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친중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J-35로 추정되는 함재기를 실은 채 항해 중인 랴오닝 항모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된 랴오닝 항모 스텔스 전투기 탑재설이 사실로 굳어지는 모습이다.J-35는 오랫동안 FC-31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중국의 쌍발 엔진 5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이 전투기는 2014년 수출용으로 처음 공개됐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F-35 전투기 기술을 도둑질해 만든 전투기”라고 비난해 주목받았다. 당초 중국은 J-20이라는 대형 쌍발 스텔스 전투기를 대량 양산 중이었고 FC-31은 채택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J-20은 항모 탑재용치곤 너무 크고 무거워2019년 그 대안으로 FC-31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FC-31은 2021년 들어 날개를 접을 수 있도록 설계가 변경되는 등 함재기로서 본격적인 개조가 진행됐다. 2024년에는 J-35라는 제식명을 부여받았다.
중국은 공군형 J-35와 해군형 J-35를 동시에 개발해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형의 경우 신형 항공모함인 푸젠에 탑재하는 사출기 이착함 방식(CATOBAR) 기종과 기존 항모인 랴오닝·산둥에 탑재하는 단거리 이함 및 강제 착함(STOBAR) 기종 등 2개 종류가 개발됐다.
CATOBAR는 사출기에 전투기 전방 랜딩기어를 걸고 고압 증기 또는 전자기력으로 마치 새총처럼 전투기를 쏘아 올리는 방식이다. 비행기가 착함할 때는 전투기 하단에 걸린 고리(tailhook)를 항모 갑판의 제동 장치(arresting gear)에 걸어 멈춘다. STOBAR의 경우 착함 방식은 CATOBAR와 같지만 이함할 때 비행기가 항모 전방 스키 점프대에서 마치 점프하듯이 날아오르는 방식이다. 사출기의 강력한 힘을 받아 전투기가 날아오르는 구조라서 더 많은 연료와 무장을 실을 수 있다. 다만 항모에 크고 복잡한 사출 시스템을 실어야 해서 비용과 기술이 더 많이 들어간다. CATOBAR 방식의 함재기를 개발했다면 이보다 구조가 단순한 STOBAR 방식의 함재기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국은 CATOBAR 항모인 푸젠에 탑재하는 J-35를 먼저 만든 바 있다.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손쉽게 랴오닝·산둥용 STOBAR J-35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STOBAR J-35 개발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처음 나온 것은 2021년이다. 당시 후베이성 중국함선연구설계센터의 STOBAR 항모 모형 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J-35 목업(mock-up)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된 것이다. 그 후 중국이 2023년 말∼2024년 초 다롄조선소에서 랴오닝 항모 개장 공사를 진행할 때 ST0BAR J-35 도입설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랴오닝 갑판에 올라간 J-35 모형이 확인된 것이다.
중국, 외형상 미국과 동등한 항모 항공단 확보
STOBAR J-35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 항모의 작전 능력을 환골탈태 수준으로 강화할 수 있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이기 때문이다. J-35는 이름과 외형, 제원 모두 미국 F-35와 비슷하다. 중국 항공기 분류 기호에서 J(殲)는 전투기를 의미하는데 미국 항공기 분류 기호 F(Fighter)와 같은 뜻이다. J-35와 F-35는 이름이 똑같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대로 중국이 해킹으로 F-35 기술을 탈취해 J-35 개발에 반영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중국판 F-35’라는 호칭이 썩 싫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 항공 기술력의 집약체라는 평가를 받는 F-35와 비교해도 자국 신형 함재기가 밀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카탈로그 제원상 J-35의 성능은 F-35와 비교했을 때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J-35는 F-35처럼 첨단 전자광학·적외선 센서는 물론, 다양한 정보를 융합해 파일럿의 상황 판단을 돕는 첨단 컴퓨터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속도는 마하(음속) 2.2로, 마하 1.6 수준인 F-35C보다 훨씬 빠르다. J-35에는 최신 소자인 질화갈륨(GaN)을 쓰는 KLJ-7A 레이더가 탑재됐다. 갈륨비소(GaAs) 소자를 바탕으로 제작된 APG-81 AESA 레이더를 쓰는 F-35C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J-35는 F-35처럼 내부 무장창도 갖춘 데다, 미국 ‘암람’보다 사거리가 긴 PL-15 공대공미사일도 운용할 수 있다.
푸젠에 이어 랴오닝·산둥에도 J-35를 도입한 중국은 외형상 미국과 대등한 항모 항공단을 구성했다. 미국은 5세대 전투기 F-35C와 4.5세대 전투기 F/A-18E/F로 함재 전투기를 구성한다. 이제 중국도 5세대 전투기 J-35와 4.5세대 전투기 J-15DH/DT로 항모 전투기 전력을 꾸리게 됐다. 중국이 이처럼 새로 꾸린 항모 항공단을 처음 선보인 것이 바로 이번 서태평양 출격이다. 미국 입장에선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국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항모가 필리핀해로 접근하는 게 확인되자 미국은 조지 워싱턴 항모의 출항 준비에 착수했다. 당초 주일미군이 일본 방위성과 가나가와현에 통보한 조지 워싱턴 항모 출항은 5월 22일 오전 10시였다. 다만 출항 하루 전인 21일 밤 항모 승조원으로 추정되는 미군 수병들이 기지 근처 유흥가에서 난동을 부린 탓에 항모 출항이 하루 지연됐다. 5월23일 오후 1시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출항한 조지 워싱턴 항모는 늦어진 출동 일정을 만회하려고 전속력으로 움직였다.
조지 워싱턴은 함재기가 없는 빈 배로 출항했다. 평소 일정대로라면 도쿄만에 일주일 정도 머물러야 했다. 함재기가 도쿄 인근 아츠키 해군항공기지에 있기 때문이다. 임무 출항 항모는 지상에서 날아온 함재기들을 싣고 ‘함재기 항모 운용 자격 인증(CQ)’을 거친 뒤 정식 배치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에 조지 워싱턴은 출항 다음 날 규슈 남부 해안을 통과한 후 곧장 남하해 5월 26일 필리핀해에 도착했다. 이 항모가 필리핀해로 항해하는 와중에 실시한 CQ는
5월 29일까지 진행됐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5월 28일 조지 워싱턴 항모를 찍은 사진 몇 장을 공개하며 “조지 워싱턴 항모가 5월 27일 필리핀해에서 작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얼마나 다급하게 필리핀해에 항모를 보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미·일 연합 항모 전단 구성
이 과정에서 미국은 일본도 호출했다. 해상자위대 등 일본 관계 당국의 자료를 종합하면 이즈모급 다목적 경항공모함 카가는 6월 1일 이와쿠니 해병항공기지 앞바다에서 미 해병대 F-35B 전투기를 실었다. 카가는 아키즈키급 구축함 후유즈키, 마슈급 군수지원함 마슈와 함께 일본의 서태평양 배치 기동부대인 IPD 유닛 2로 편성됐다. 여기에 미 해병대 제211해병전투공격비행대 F-35B가 합류해 미·일 연합 항모 전단이 구성됐다. 이들은 6월 4∼12일 필리핀해에서 조지 워싱턴 항모와 합류해 연합 전술 훈련을 실시한다.신냉전이 격화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중국판 F-35’와 미국의 ‘오리지널 F-35’가 마주하게 됐다. 또한 최초로 미·일 연합 항모 전단이 중국 항모 전단과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최전선에 자리한 대한민국은 이런 국제 정세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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