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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재인 (3) 담임 선생님 권유로 간 교회, 거기서 믿음의 씨앗 싹터

2026.06.10 03:05

사범학교 갓 졸업하고 부임한 선생님
“주일날 11시에 예배당 나와라” 당부
산길 걷고 공동묘지 지나야 있는 교회
나온 사람은 급장인 나와 여학생 1명
이재인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이 다녔던 충남 예산 웅산초등학교 전경. 그는 교회로 자신을 이끌었던 ‘라이타 돌’ 선생님을 이곳에서 만났다.

내가 주님을 영접한 시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담임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막 사범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교사로 부임한 선생님은 아직 앳된 얼굴에 키가 지게막대기처럼 1m 50㎝가 되지 않을 것 같던 분이셨다. 우리는 그분의 별명을 ‘라이타 돌’이라고 불렀다.

그분은 작은 체구였지만 오히려 오달진 데가 있는 선생님이셨다. 가끔 선생님은 학생들 앞에서 대놓고 “신앙을 가져야 한다”고 침을 튀기며 강조하시곤 했다. 지금이라면 분명 항의 민원이나 신앙 강요죄에 해당될 죄목의 전도(?)였다.

당시에는 6·25전쟁을 막 치른 후라서 대부분 집에서 먹을 것이 부족했다. 청년들은 거의 징집당했고 살아서 집으로 돌아온 청년들은 많지 않았다. 돌아온 청년들은 대부분 상이군인이 돼 귀향한 처지였다. 그러니 농촌에서 일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형편 속에서 담임으로 부임하신 선생님께서는 “너희들, 주일날 11시에 예배당에 나오라”고 하셨고 나는 약간의 외압에 부담을 느끼며 예배당에 처음으로 발을 디밀었다.

그런데 웬걸, 교회에 나가보니 학급원 59명 중에 교회에 나온 사람은 급장이었던 나와 어머니가 집사님이었던 여학생뿐이었다. 그러니까 대략 96%가 불출석이었다. 물론 당시 아이들은 일요일에도 집안 심부름을 하거나 산에 나가서 나뭇잎을 긁어 오는 노동(당시 표현으로 낭구 구하는 일)을 해야만 하던 시절이기는 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겨자씨만 한 믿음이 있다면 산을 옮길 것이고, 뽕나무가 바다에 심기울 것이며, 새들이 깃들일 만한 큰 나무가 될 것이라고.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주마간산 격으로 교회에 출석했지만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들음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말미암는다고, 그때 간간이 주워들은 말씀과 성경 속 이야기는 훗날 내가 예수를 믿고 믿음을 갖는 데 적지만 아주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젠 그 나무가 고목(枯木)이 돼 버린 셈이다.

내가 태어나서 눈을 뜬 공간은 충남 예산군 광시면 운산리 357번지였다. 뫼 산(山)자가 두 번씩이나 연이어 들어간 곳이니 과히 외진 곳이 틀림없다. 지금도 우리 마을은 시내버스나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농산촌이다. 당시 이 마을에도 예수를 믿는 한 가정이 살고 있었다. 그분은 어디에서 어떻게 복음을 듣고 믿어 구원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볼 때는 굳센 믿음을 지닌 분들이었다. 일찍부터 선교사님들의 전도를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 댁에는 선교사님이 왕래하셨는지, 율무를 밭에 파종하곤 했다. 어린 내게 그것은 매우 신기해 보였다. 그분들 밭에는 당시로써는 드물던 빠알간 토마토도 주렁주렁 열리곤 했다. 나와 친구들은 그분들의 밭에서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을 구경하느라 가끔씩 걸음을 멈추곤 했다. 게다가 그 집에는 하얀 저고리에 검은색의 치렁치렁한 치마를 입고 머리를 길게 딴 누나의 모습이 있어 더욱 신기했다. 손에는 피가 묻은 것처럼 빨간 물감을 들인 가죽 표지의 성경책도 들려 있었다. 당시 시골 촌구석에서 그 누나의 모습은 적어도 내게는 선녀처럼 보였다.

그 누나가 다니는 곳이 우리 마을 광시침례교회였다는 걸 알게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교회에 가려면 산길을 걸어 공동묘지 길을 지나야만 됐다. 15리(약 6㎞)쯤 되는 거리였다. 어린 내가 그 교회에 다니게 됐던 것은 바로 담임 선생님이셨던 ‘라이타 돌’ 그분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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