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우승은 브라질” 박지성 “아니죠, 스페인”
2026.06.10 00:10
9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의 유서 깊은 축구경기장 에스타디오 올림피코 우니베르시타리오에 한국 축구의 두 레전드 차범근(73) 전 감독과 박지성(45) JTBC 해설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스탠드에서 내려와 그라운드 잔디를 함께 밟자 세차게 내리던 소나기가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1952년 지어진 이곳은 한국 축구가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장소다. 1954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뛴 아르헨티나에 1-3으로 석패했지만, 이곳에서 불가리아를 상대로 1-1로 비겨 사상 첫 월드컵 승점을 가져왔다. 당시 레버쿠젠 소속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활약한 ‘갈색 폭격기’ 차범근도 그라운드를 누볐다.
40년 만에 같은 잔디에 다시 오른 차 전 감독은 감회에 젖은 표정이었다. “그땐 (6만) 관중이 꽉 들어차 운동장이 좁게 느껴졌는데, 오늘 보니 드넓다”고 언급한 그는 “이 경기장에 마음의 빚이 있다. 대표팀 공격수로서 골을 넣지 못한 한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요즘 쓰는 이 공(공인구 트리온다)이 당시에도 있었다면 골을 많이 넣을 수 있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곁에서 빛바랜 스탠드를 차분히 둘러보던 박 위원은 “저희 세대는 훨씬 더 현대화된 경기장에서 뛰었지만, 이곳만큼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면서 “여기서부터 (한국 축구의 11회 연속) 월드컵 출전 기록이 세워졌다니 더욱 특별한 느낌”이라고 했다. 박 위원은 북중미 월드컵 기간 중 JTBC 해설위원으로 활동한다. 차 전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레전드 자격으로 여러 경기장을 누빌 예정이다. 두 사람은 대회에 앞서 한국 축구 발자취를 되짚는 JTBC 다큐멘터리 ‘차박로드’ 촬영차 동행했다.
1986년 월드컵 당시 해발 2200m에 달하는 멕시코시티의 밀도 낮은 공기는 우리 선수들의 폐를 짓눌렀다. 차 전 감독은 “40년 전에도 (저지대와 비교해) 호흡의 차이가 컸다. 스피드를 앞세운 선수들이 더 많이 힘들어했다. 전력 질주 후 회복하기까지 오래 걸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위원은 “감독님 시절엔 현지에 뒤늦게 도착했지만, 다행히 이번 월드컵에선 대표팀이 2주 정도 고지대 적응 훈련을 했다. 홈팀 멕시코만큼은 아니어도 같은 조 체코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비해선 한결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현장에는 멕시코 ESPN의 리카르도 카리뇨 기자가 동행했다. 그는 “A조 예상 순위는 멕시코-한국-남아공-체코 순”이라면서 “유럽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체코를 강팀으로 분류하는 판단 기준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대진에 따라 6경기(8강)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차 전 감독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브라질을 꼽았다.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모든 걸 갖춘 팀”이라고 언급한 그는 “역사적으로도 (우승컵을 5회로)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박 위원은 유로2024 우승팀 스페인을 언급했다. 유로2008과 2010년 월드컵을 잇따라 제패한 과거의 상승 흐름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곁들였다. “유럽 빅리그에서 계속 뛰어야 할 손흥민(LAFC)이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카리뇨 기자의 질문에는 “손흥민은 유럽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 이번 월드컵이 북중미에서 열리는 만큼 미국으로 이적한 건 타당성 있는 결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손흥민의 에이스 역할을 물려받을 1순위 후보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라고 덧붙였다.
A매치 56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차 전 감독이 보유한 한국 축구 역대 최다골 기록(58골)에 2골 차로 접근한 상태다. 아울러 박지성·안정환과 함께 한국인 월드컵 최다골(3골) 타이 기록도 갖고 있다. 박 위원은 “이번 대회를 통해 손흥민은 저보다 월드컵 경험이 많은 선수(4회 출전)가 된다”면서 “당연히 한국인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새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차 전 감독 또한 “내 기록도 함께 넘어서길 바란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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