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 반등인가, 데드캣 바운스인가
2026.06.10 00:03
전날 ‘검은 월요일’ 충격을 딛고 9일 코스피가 8.18% 상승해 8000대를 회복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뉴시스]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18% 오른 8096.93에 마감했다. 전날 676.18포인트(-8.29%)에 이르렀던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전날 증시 추락의 진원지였던 반도체주도 하루 만에 ‘V자’ 반등의 주역으로 돌아섰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8.97%, 15.91% 오르며 ‘32만 전자’ ‘220만 닉스’ 자리에 다시 올랐다. 간밤에 마이크론(9.87%), 인텔(11.19%), AMD(5.14%) 등 미국 반도체 주가가 일제히 급등한 여파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이스라엘 군사작전 종료 선언으로 중동의 지정학 위험이 진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56.42포인트(6.19%) 오른 967.81로 거래를 마쳤다.
김영희 디자이너
하지만 외국인의 한국 증시 탈출 행렬은 끝나지 않았고, 위험 요인도 여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전장보다 19.05% 오른 91.23으로 장을 마쳤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89.30)마저 넘어선 사상 최고치다.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은 ‘빚투’(빚을 내서 투자)에 나선 개인의 손실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코스피가 큰 폭으로 내린 5일과 8일 이틀 동안 반대매매로 강제 처분된 개인 주식 규모는 3052억원에 이른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는 코스피가 8% 넘게 내린 8일 37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코스피가 다시 치솟은 9일 1조9838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현지시간 10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12일 스페이스X 상장, 17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울 굵직한 이벤트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와 물가 상승 경계 심리를 안고 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마크 해킷 네이션와이드 수석 전략가도 “투자자들이 물가 지표와 대형 기업공개(IPO) 물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시장 회복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AI 관련 주요 기업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죽은 고양이가 꿈틀거리는 것에 빗댄 ‘데드캣 바운스’ 장세에 그쳤다는 평가가 힘을 얻을 수 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오라클(10일)과 어도비(11일) 실적 발표에서 브로드컴과 달리 실적과 전망이 (시장의 기대를) 동시에 웃돌아야 시장의 투자 심리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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