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덕’ 1분기 1.8% 성장… 국민총소득 4만 달러 근접
2026.06.10 00:23
반도체 수출 단가 오르며 급증
고환율·고유가에 생활비는 부담
1인당 GNI, 日·대만에 역전허용
올해 들어 3월까지 한국 경제가 1.8% 성장했다. 2020년 3분기(2.3%)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기 반등을 이끌며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10.5% 늘어 5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가 4만 달러에 근접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8% 증가했다.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1.7%)보다 0.1% 포인트 높아졌다. 실질 GDP는 물가 변동 효과를 뺀 실제 생산 증가율을 뜻한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3.6%(속보치)에서 3.8%로 상향 조정됐다.
성장세를 끌어올린 핵심은 반도체였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5.9% 늘었다. 수입도 기계·장비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3.9% 증가했지만 수출 증가 폭이 더 컸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1% 포인트였다. 전체 성장률의 절반 이상을 순수출이 떠받친 셈이다. 설비투자도 반등을 이끌었다. 1분기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늘면서 전기 대비 6.6% 증가했다.
물가와 가격 변동을 포함한 명목 GDP 증가율은 더 컸다. 1분기 명목 GDP는 전기 대비 10.5% 늘어 1976년 1분기 이후 5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명목 GDP가 급증한 배경을 국내 물가 전반의 상승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내수 부문의 가격 상승률은 2.1%에 그쳤지만 수출 가격은 23.5% 뛰었다. 특히 반도체 단가가 오르면서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벌어들이는 금액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반도체 업황 개선의 효과가 다른 산업과 가계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고환율·고유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수출기업의 실적 개선이 내수 회복과 가계소득 증가로 연결될 수 있느냐가 향후 경기 흐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민소득 지표에서도 이런 엇갈린 흐름이 드러난다. 1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9.2% 증가했다. 실질 GNI는 한 나라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뜻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도 원화 기준 5257만원으로, 전년보다 4.6% 늘었다. 그러나 달러 기준으로는 3만6963달러에 그쳐 0.3%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고환율에 따른 원화 약세로 달러 환산 국민소득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이 사이 대만과 일본은 한국을 다시 앞질렀다. 대만의 1인당 GNI는 4만626달러로 추정돼 처음 4만 달러를 넘어섰다. 일본은 3만8000달러대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올해 한국도 1인당 GNI가 4만 달러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지만 원·달러 환율 향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명목 GNI 증가율(11.0%)이 연말까지 유지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1인당 GNI는 약 5835만원까지 오르게 된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1422.23원)을 적용하면 4만1029달러 수준이다. 다만 지난 1분기 평균 환율(1466.90원)이 이어지면 3만9780달러로 낮아지고,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르면 3만900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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