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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30 참정권 시위, 누가 순수성 짓밟나

2026.06.10 00:10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앞에 손피켓이 붙어 있다. 박지연 인턴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시작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9일로 닷새째로 접어들었다. 이번 집회를 주도한 2030 청년들은 '참정권 보장'과 '재선거'를 전면에 내세웠다. 극우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과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선동하거나, 선동당하지 마세요' '(성조기 말고) 태극기만 흔들어주세요' 등을 적은 대자보가 곳곳에 붙었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구호를 제지하는 자정 움직임도 많았다.

2030 시위 참가자들의 주장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선거 공정성이 훼손되고 헌법상 권리인 참정권을 침해당한 것에 대한 분노로 집약된다. 전국 12개 대학 총학생회도 6·10 민주항쟁 기념일인 10일 이번 사태를 규탄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한다고 한다. "어렵게 얻어낸 참정권이 39년이 지난 오늘날 국가기관에 의해 침해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을 정부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그 문제(투표용지 부족)를 지적하는 청년들에 대해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하지만 시간을 더하며 시위 양상이 달라지는 건 우려스럽다.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강경보수의 구호와 벽보가 평화 시위 요구를 덮으며 점점 과격해진다. 개표가 끝난 투표함 반출을 막기 위해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을 막고 있는 시위 참여자 일부가 여자 유소년 핸드볼 대표팀 선수들을 막아선 채 소지품을 검문검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남성 시위자는 "양말도 벗겨야 한다"는 성희롱성 발언도 했다. 현장 배치 경찰에겐 '가짜 경찰' '중국 공안'이라며 신분증을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시위가 극우세력에 이용당하기 시작하면 그 취지와 순수성이 짓밟힌다. 그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정치권이 국정조사 등에 나선다고 하니 이젠 호흡을 가다듬고 차분히 그 결과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여야는 국정조사마저 정치에 활용하며 기싸움만 벌인다면 청년세대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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