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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한인 사업가 납치·살해 주범 검거…사건 발생 10년만

2026.06.09 23:59

납치 후 살해, 몸값 요구까지…유족 “늦었지만 정의 실현 기대”
존빅 레물라 필리핀 내무지방정부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필리핀 케손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임된 전 경찰 라파엘 둠라오의 체포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필리핀통신사(PNA)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안 = 정인균 기자]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사업가 지익주 씨 납치·살해 사건의 핵심 피의자가 사건 발생 약 10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필리핀통신사(PNA)에 따르면 필리핀 당국은 9일(현지시간) 지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전직 경찰 간부 라파엘 둠라오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둠라오는 사건 당시 필리핀 경찰청 마약단속국 소속으로 근무했으며, 납치와 살인에 가담한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다.

지 씨는 2016년 10월 필리핀 팜팡가주 앙헬레스 자택에서 경찰을 사칭한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범인들은 지 씨를 마닐라 경찰청 본부 내 시설로 끌고 간 뒤 살해했으며, 이후 가족들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장소가 경찰청 본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필리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수사 결과 범인들은 마약 관련 혐의를 조작해 지씨를 납치한 뒤 금품을 노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씨는 납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으나 범인들은 이를 숨긴 채 가족들에게 지속적으로 몸값을 요구했다. 이후 시신은 화장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은 당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가 추진하던 강경 마약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대표적 인권 침해 사례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 정부 역시 필리핀 당국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왔다.

둠라오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해 왔으나 항소심과 상급심에서 유죄 판단이 내려진 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수사당국은 오랜 추적 끝에 그의 은신처를 확인하고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검거를 계기로 남은 공범들에 대한 수사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현지 언론은 이번 체포가 필리핀 사법당국이 장기간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 해결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유족들은 “늦었지만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며 철저한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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