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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씩 들고나갔다가 사라진 여성 6명…모두 ‘한 남자’ 만났는데 [오늘의 그날]

2026.06.10 00:01

물증 없는 범죄 앞에 멈춰선 수사
사법의 빈틈이 만든 20년 미제, ‘김해 연쇄실종’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 <편집자주>


SBS 그것이알고싶다 방송화면
2006년 6월 10일 밤, 비가 쏟아지던 경남 김해시에서 세 자녀를 둔 보험설계사 김미자씨가 삼계동 자택을 나선 뒤 사라졌다.

덤프트럭 사업을 함께 준비하던 홍모씨(당시 44세)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집을 나선 지 30분 뒤 김해 생림면의 현금인출기에서 210만원을 뽑았고 그가 당시 들고 나간 현금은 합산 4000만원에 달했다. 그것이 김미자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가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당일 약속 상대였던 홍씨를 불렀다. 김미자씨의 보험 고객이자 10년 지기였다. 홍씨는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아 그냥 돌아갔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그를 돌려보냈다.

나흘 뒤 밀양시 송원리의 농로에서 김미자씨의 차량이 번호판이 뜯긴 채 발견됐다. 내부 물건과 현금 4000만원은 모두 사라진 뒤였다. 그런데 차량 유기 지점 인근 폐쇄회로(CC)TV에 홍씨가 찍혀 있었다.

김미자씨가 현금을 인출할 때도,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홍씨는 함께 있었다. “만나지 못했다”는 진술은 처음부터 거짓이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홍씨는 잠적했고 경찰은 공개수배에 나섰다. 6개월 뒤인 12월, 울산 울주군에서 변장한 채 가명으로 포장마차를 하던 그가 검거됐다. 홍씨는 차량을 옮긴 사실만 인정한 채 실종과는 무관하다고 버텼다.

수사는 여기서 뜻밖의 방향으로 번졌다. 한 어머니가 “내 딸 실종이 김미자씨 사건과 너무 비슷하다”고 제보한 것이다. 딸 최점옥씨(당시 41세)는 김미자씨가 사라지기 9개월 전인 2005년 9월, 현금 3000만원을 들고 나간 뒤 행방이 끊겼다. 김미자씨의 보험 고객이었고, 김미자씨 추천으로 같은 보험회사에 취직한 사이였다. 홍씨와도 덤프트럭 사업을 준비 중이었다.

경찰이 수사 범위를 넓히자 같은 패턴의 실종이 줄줄이 드러났다. 2002년 3월 김남환씨(당시 46세)가 위자료 4000만원을 들고, 2004년 6월 김영순씨(당시 43세)가 담보금과 보험금 등 4850만원을 들고, 2005년 1월 조금선씨(당시 46세)가 사업 투자금 5000만원을 들고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세 사람 모두 홍씨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하나같이 덤프트럭 사업을 매개로 거액의 현금을 소지한 채 사라졌다. 2019년에는 김영옥씨의 실종까지 이 사건과의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피해 추정자는 6명으로 늘었다.

심증은 짙었지만 홍씨는 끝까지 부인했다. “괴한 3명이 김미자씨를 납치해 갔다”, “의심받을까 두려워 차를 옮겼을 뿐”이라며 진술을 거듭 바꿨다. 거짓말탐지기 결과도 ‘거짓’으로 나왔지만 그는 승복하지 않았다.

6명의 시신이 단 한 구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 홍씨의 방패였다. 검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고 2007년 5월 홍씨에게 내려진 형은 차량 번호판 훼손·유기에 대한 징역 2년이 전부였다. 그는 2009년 만기 출소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0년 부산에서 시신 없이 살인 유죄가 확정된 판례를 근거로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그 사건은 살해 정황이 확실했기에 기소가 가능했다. 이 사건은 다르다”고 난색을 표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2020년과 2025년 이 사건을 방영하며 제보를 호소했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실종 여성들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물증 없는 범죄 앞에서 수사와 사법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6명의 여성이 같은 인물과 연결된 채 같은 방식으로 사라졌고, 용의자의 진술은 번번이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시신이 없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살인 혐의는 끝내 적용되지 못했다.

누군가의 딸이자 어머니였던 여섯 사람의 이름만이 미제 파일 위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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