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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까지 흔드는 산업 스파이… “반도체가 제1 타깃”

2026.06.10 00:02

[대한민국 기술영토를 지켜라]
<1> 유출되는 성장 엔진
게티이미지뱅크

“피고인의 국가핵심기술 유출로 피해 회사와 대한민국이 입을 재산상 손해 액수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수원고법은 지난해 5월 SK하이닉스의 D램 미세공정 신기술 자료를 무단 유출한 외국인 직원 A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며 이렇게 지적했다. 1심 때의 징역 1년6개월에서 형량이 대폭 가중됐다. 메모리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2022년 외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하기 직전 4000쪽이 넘는 내부 문서를 몰래 출력해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가 유출한 자료에는 SK하이닉스가 2010년 개발에 착수해 2022년부터 D램 제품에 적용한 전류 누설 방지 등 국가핵심기술이 담겨 있었다. 2심 재판부는 “산업기술 내지 영업비밀 유출 범죄는 기업의 생존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국가 산업경쟁력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국가 경제안보 관점에서 엄한 처벌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런 2심의 판단은 이후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사법부 역시 기술 유출 범죄를 개별 기업 차원의 재산권 침해나 불공정 거래 행위 수준을 넘어선 국가 경제안보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는 중죄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을 표적으로 한 외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늘면서 안보의 최전선 역시 군사분계선 철책에서 연구소와 첨단 생산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해 온 한국 입장에서 기술 경쟁력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첨단기술은 한번 탈취되면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는 ‘불가역적 특성’을 지닌다.

현재 해외 산업스파이의 제1 타깃이 되는 건 압도적 기술력을 자랑하는 반도체 분야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5년(2021~2025년)간 적발해 경찰·검찰에 이첩한 기술 유출 사건은 총 107건에 달하는데, 이 중 40건(약 37%)이 반도체 기술이었다. 이어 디스플레이(21건), 전기전자(이차전지 포함·9건), 자동차(7), 조선(6), 바이오(4) 등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과 맞물려 한국 기업의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국정원 설명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9일 “현재 복수의 기술 유출 징후를 포착해 범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선도 기업에서 발생한 기술 유출 피해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이나 특정 산업 침체에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한국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분야에서 경쟁국의 추월을 허용하는 계기가 되고, 이는 대한민국 국운을 좌우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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