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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직원은 리스크 없이 과실 독식"…'n% 성과급'에 제동

2026.06.09 17:48

"주총 안 거친 영업이익 배분은 위법"
주주 보호 울타리 친다

'N% 성과급 주주가 결정' 법제화 추진

영업이익 900조 시대
정부, 주총 결의 의무화

성과급 논란 산업계로 번지자
'방어벽 구축' 필요성

자본시장법 등에 명시
기업 경영 자율·주주가치 보호
정부가 산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기업의 ‘영업이익 n% 성과급’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사가 연간 영업이익의 약 10%에 해당하는 조(兆) 단위 성과급 지급에 합의한 뒤 산업계 전반으로 비슷한 요구가 확산하자 과도한 주주 이익 침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방어벽을 세우겠다는 취지다.


9일 정부와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방안을 두고 산업계, 학계와 의견 수렴 및 법리 검토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논의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조항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자본시장법이나 상법, 노동조합법 등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법제화 절차에 나선 것은 자동차, 조선, 정보기술(IT) 등 업종에서 빗발치는 노조의 영업이익 n% 배분 요구와 관련해 사측과 주주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아와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며 10일 부분파업을 예고하는 등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회사 주인인 주주의 승인 없이 노사 합의만으로 사전 할당하는 것은 상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이 지난해 245조원에서 올해 800조~900조원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n% 성과급이 뉴노멀이 되면 기업 경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기업 초과이윤 배분 논쟁과 관련해 “한국에서 영업이익 일부를 떼서 (배분)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면 해외 유력 기업이 투자하는 게 망설여지지 않겠느냐”고 했다.“(기업의 초과이윤엔) 노동자의 기여도 있고, 회사 투자자의 몫도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초과이윤 배분 논쟁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단순히 임직원의 전유물이 아니라 각종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한 주주의 것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최근 산업계를 뒤흔든 ‘영업이익 n% 성과급’과 관련해 정부가 ‘주주총회 승인 의무화’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사가 연간 영업이익의 10~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안에 합의한 뒤 산업계 전반에서 비슷한 요구가 빗발치자 주주들 사이에선 “주총을 거치지 않은 영업이익 배분은 위법”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주총 승인이 의무화되면 성과급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이 줄고, 과도한 이윤 분배로 인한 기업의 재원 고갈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노사가 기업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더라도 반드시 주총 결의를 거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산업계, 학계와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논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익의 n%를 떼어달라’는 요구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면서 최소한의 법적 통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각계 의견을 두루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n% 성과급 논란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은 SK하이닉스다. 2021년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고 2025년 상한선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SK하이닉스 임직원은 1인당 평균 1억원대 성과급을 받았다. 그러자 삼성전자도 초기업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제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말 노사는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자사주 형태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메모리 사업부는 1인당 성과급이 약 6억원에 달한다.

불씨는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기아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각각 지난해 순이익,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조선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30% 분배 요구에 나섰다.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IT(카카오·네이버), 통신(LG유플러스)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영향으로 대기업 하청업체 노조까지 영업이익 공유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법조계와 경영계에선 이 같은 사전 할당식 이익 분배를 두고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절차적 정당성과 주주 이익 침해에 대한 논란이 많다. 현행 상법은 주주와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순자산액에서 자본금과 적립금 등을 제외한 범위 내에서 이익을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성과급은 회계상 ‘비용’에 해당함에도 이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로 사전 할당해 분배하는 방식은 사실상 상법상 이익처분의 한계를 우회해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업계 관계자는 “주주는 회사 실적이 안 좋으면 주가 하락이나 배당 삭감 등으로 손해를 보는데, 영업이익의 n%를 고정적으로 성과급으로 주면 임직원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이익의 업사이드만 가져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최근 회원사에 배포한 특별 권고안을 통해 “기업의 이익 배분은 노조법상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영역”이라고 못박았다.

n% 성과급 제도가 고착화하면 인건비에만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6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98%는 DS 부문에서 나온다. 단순 계산으로 두 회사에서만 60조원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써야 하는 셈이다.

주총 승인 의무화가 시행되면 n%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것은 물론 과도한 영업이익 분배에 주주가 제동을 걸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노사 합의안 역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성과급을 위한 자사주 소각을 주총에서 다룰 예정인데,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노동계의 반발은 변수로 꼽힌다. 양대 노총은 지난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 과정에서 대기업 정규직을 넘어 하청·협력업체 비정규직까지 과실을 누려야 한다며 한 발 더 나아간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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