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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이효석문학상] 아무도 읽지 않은 보고서, 버려진 한 사람의 삶

2026.06.09 17:18

지상중계 ① 황시운 '일일업무 보고서'
무가치한 노동에 갇힌 장애인
그런 그의 보상금 노리는 가족
"이런 처절한 고백 오랜만에 봐"


소설가 황시운.


재택근무자 세진의 이야기다. 그는 두 다리가 마비된 장애인으로, 뉴스 등을 스크랩해 정해진 시간에 보고서를 올리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보고서가 담긴 메일의 수신확인 버튼을 누르면 늘 '읽지 않음'으로 표시돼 있다. 분담금을 내기보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게 유리하다고 회사는 판단했다. 세진은 그래서, 자신의 하루가 매일 버려지는 기분으로 산다.

그러나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언니 세영은 동생 세진의 보상금을 노리고 있다.

제27회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진출하며 다수 심사위원에게 극찬을 받은 황시운의 단편 '일일업무 보고서'의 설정이다. 한 인간의 삶이 형식적 장치로만 취급되는 노동 현장을 들여다보면서 동시에 한 인간의 존엄이 무너진 자리의 고립감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천천히 '빌드업'을 쌓다가 마지막 순간에 동떨어져 보이던 두 소재를 한데 겹치며 고통을 폭발시키는, 이 고통을 '관람' 중인 독자 자신까지도 잔인하게 느껴지는 힘을 내재한 문제작이다.

세진이 처음부터 장애를 가진 건 아니었다. 사고였고, 소송 끝에 받아낸 보상금은 2억7000만원이었다. 엄마의 주택자금으로 쓴 뒤 남은 돈은 1억5000만원. 병원에서 기대수명이 '62.6세'라 했으니, 20년쯤 남은 삶을 위해선 이 돈을 지켜야 한다. 세진이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언니는 세진의 돈을 탐한다. 삶의 잔혹함은, 정작 세진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토록 경멸했던 피붙이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있다.

이 작품에서 대소변의 문제는, 한 인간의 존엄과 연결되는 중차대한 일로 그려진다. 고립과 고독은 육체라는 현실 앞에서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로. 그건 '더러움'이 아니라 '눈물겨움'이다. 세진이 왜 누룽지와 젓갈로만 연명하는지를 확인하는 순간, 독자는 그의 고통에 조금은 참여하게 된다. 그건 한 개인의 불행만이 아니라,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에 관한 고통스러운 보고서로 읽힌다. 이때, 수신인은 독자다. 이 작품을 읽지 않는다는 건 '읽지 않음'으로 기록되는 세진 회사의 상사와 같은 자리에 서는 일일 수 있다. 이 고통을 폐기하지 않으려면 이 고통을 열어야 한다.

검지의 거스러미, 입술의 각질을 힘껏 잡아 뜯어 결국 피를 보며 시작되는 이 소설엔 군더더기가 없다. '책상에 고개를 처박은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통증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삶은, 통증을 견디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와 같은 문장에 이르면 독자는 문장에 찔리고야 만다.

조해진 소설가는 "이렇게까지 처절한 고백을 오랜만에 본다. 이런 고통을 듣는 것도 독자의 몫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제일 먼저 선택했다"고, 안보윤 소설가는 "이 작품이 왜 이토록 처절한가를 생각해보면, 제목처럼, 독자들에게 보고서를 올리는 형태이기 때문이란 생각으로 읽었다. 응답해야 할 것만 마음의 불편함이 서걱서걱 일어나는 지점이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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