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잠수함 있던 자리에…‘낭만 + 힐링’ 쉼터
2026.06.09 20:57
텅 빈 통일공원 함정전시관 터에 오토캠핑장과 펜션형 시설 조성
평소엔 관광 숙박시설로, 재난 땐 이재민 임시 주거공간으로 활용
강원 강릉시 강동면 ‘바다내음 캠핑장·희망하우스’ 앞 해안가는 30년 전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국내외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다.
1996년 9월18일 무장공비 26명을 태우고 이 일대 해안으로 침투하다 좌초한 북한 350t 상어급 잠수함이 발견되면서 49일간 대간첩작전이 펼쳐졌다. 무장공비 중 대부분인 24명이 죽었고 국군장병과 민간인 등 1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강릉시는 이 인근에 1만3223㎡(약 4000평) 규모 ‘통일공원 함정전시관’을 만들어 2001년부터 북한 잠수함과 한국전쟁 때 활약한 해군 퇴역함정인 전북함을 전시했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 등으로 관광객이 급감했다. 2021년 전북함을 해체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북한 잠수함도 해군 1함대사령부로 이전했다.
이렇게 텅 빈 통일공원 함정전시관 터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던 강릉시가 조성한 곳이 바다내음 캠핑장·희망하우스다. 이곳은 18면 규모의 오토캠핑장과 소규모 펜션형 숙박시설인 희망하우스 12동, 샤워장, 화장실, 개수대 등을 갖췄다.
희망하우스는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기부한 임시 조립주택을 증개축해 만든 것으로,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투숙객이 사계절 쾌적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객실 내부에 침구류와 냉난방 장치를 비롯해 취사할 수 있는 주방 공간 등 각종 설비를 갖췄다.
강릉시는 희망하우스를 평소에는 관광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산불과 태풍 등 재난 발생 시에는 이재민에게 임시 주거 공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찾은 바다내음 캠핑장·희망하우스 주차장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기는 관광객들로 분주했다. 몇몇은 아쉬운 듯 희망하우스 앞에서 동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경기 수원에 사는 김서현씨(36)는 “지난밤 객실 창문을 열고 잔잔한 파도 소리도 들으며 밤바다 정취를 만끽했다”며 “피서철에도 다시 한번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일공원 함정전시관일 때도 이곳에 와봤다는 한 관광객은 “동해안의 주요 안보관광지였던 곳이 이색적인 관광 숙박시설과 오토캠핑장으로 바뀐 걸 보니 놀랍다”며 “객실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정동진으로 향하던 중 잠시 들렀다는 이성준씨(48)는 “바다 전망이 너무 좋다.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꼭 오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하우스 숙박 가격은 1박 기준으로 비수기 주중 8만원·주말 10만5000원, 준성수기(7월1~9일, 8월21~31일) 주중·주말 10만5000원, 성수기(7월10일~8월20일) 주중·주말 13만원이다. 캠핑장 이용 요금은 비수기 주중 4만원·주말 5만원, 준성수기 주중·주말 5만원, 성수기 주중·주말 6만원이다. 위탁 운영을 맡은 강릉관광개발공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주말마다 예약이 꽉 찬다”며 “바다내음 캠핑장·희망하우스가 강릉 남부권의 새로운 숙박 명소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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