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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변동성 17년만 최대 … 금융지주 대출여력 '뚝'

2026.06.09 17:52

역대급으로 널뛰는 원화값 … 올해 일평균 8.5원 출렁
원화변동성 전세계 4번째
브라질·태국보다도 취약
금융지주 자본적립 부담늘어
대출여력 최대 6조 감소할듯




올해 들어 대한민국 원화의 하루 변동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대로 치솟았다. 전 세계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전쟁 중인 러시아나 만성적 재정 취약국인 브라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9일 매일경제가 서울외국환중개의 연도별 대미 달러 기준 일일 환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달러당 원화값의 일일 평균 변동폭은 하루 평균 8.44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9.36원) 이후 17년 만에 가장 큰 수치다. 작년 연간 평균 변동폭(6.11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사이 하루에 움직이는 진폭이 40% 가까이 커진 셈이다.

비율로 환산한 일일 평균 변동률도 0.57%에 달했다. 이 역시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던 2010년(0.60%)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 최근 3년간 원화값 일간 변동률이 2023년 0.47%, 2024년 0.35%, 2025년 0.42%로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였음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원화의 변동성은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올해 1~6월 기준 세계 주요 42개국의 대미 달러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 원화(0.57%)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0.72%), 헝가리 포린트 및 러시아 루블(0.69%)에 이어 네 번째로 변동성이 컸다. 원화의 기초체력이 4년째 전쟁 중인 러시아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동유럽 수준으로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인 고변동성 신흥국 통화로 분류되는 브라질 헤알(0.56%), 멕시코 페소(0.49%), 아르헨티나 페소(0.48%)보다도 원화의 변동률이 더 높았다.

전문가들은 3고(고금리·고유가·고환율) 현상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당분간 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물가 압력이 커질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미국 국채금리 추가 급등으로 달러화 강세 압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순매도세가 지속되고 미국과 이란 간 종전·휴전 협상도 환 변동성을 높일 재료로 꼽힌다.

문제는 이 같은 원화의 과도한 출렁임이 실물경제 자금 공급 능력을 직접 타격한다는 점이다. 실제 원화값 약세가 지속되면서 4대 금융지주의 대출 여력도 감소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이 1550원 선까지 재차 하락하면, 4대 금융그룹의 대출 여력이 6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원화값이 떨어질수록 금융지주가 쌓아야 할 위험가중자산(RWA) 규모가 늘어나 자본 적립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실적을 계산할 때 기준으로 삼은 달러당 원화값은 1513.4원이다. 만약 원화 약세가 2분기 실적 기준일인 이달 말까지 이어져 1550원에 도달한다면, 1분기와 비교해 36.6원의 격차가 발생한다. 통상 원화값이 10원 하락하면 금융지주의 자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0.01~0.02%포인트 가량 하락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원화값이 36.6원 떨어지면 보통주자본비율은 약 0.04~0.07%포인트 증발한다.

올해 1분기 보통주자본비율이 13.09%였던 하나금융지주는 환율 영향(10원당 0.02%)을 반영하면 관련 비율이 13.02%로 낮아진다. 당국이 마지노선으로 꼽는 13% 선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KB금융(13.63%→13.56%) 신한금융(13.19%→13.15%) 우리금융(13.60%→13.55%)도 마찬가지다.

금융지주들은 RWA를 많게는 2조원 넘게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4대 지주 RWA는 약 6조원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대출 여력은 감소할 수 있다.

[차창희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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