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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데이가 깬 '미등기 총수'…정용진, 주주 평가대 선다

2026.06.09 16:00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3년 만에 이마트 등기이사로 복귀하며 주주 평가대 앞에 다시 선다. 지난 2013년 계열사 부당지원과 노조 사찰 등 오너리스크 속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던 정 회장은, 그동안 미등기 상태로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 당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공언했음에도 정작 이마트 사내이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거세지자 결국 등기이사 복귀를 통한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의 등기이사(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정 회장을 등기이사로 추천하고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 절차를 밟는다. 이마트 역시 다가오는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 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한 뒤,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

탱크데이 논란이 다시 불러낸 등기이사 문제
정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결정은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논란 이후 거세진 압박의 영향의 크다. 정 회장은 사태 수습을 위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담했다. 지배주주이자 그룹 총수로서 경영 전반을 지휘하면서도 사법적·상법적 책임에서 벗어난 미등기 임원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말뿐인 책임경영이 아닌, 주주총회를 통해 평가받고 법적 책임을 지는 구조 안으로 들어오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번 대표이사 선임은 이러한 시장의 끈질긴 요구에 대한 답변 성격이 강하다. 다만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라는 공식적인 기회가 있었음에도 실책(스타벅스 논란)이 불거진 후에야 복귀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자발적 책임경영이라기보다는 떠밀린 결정이라는 비판도 공존한다.

자본 시장의 눈높이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정 회장은 앞으로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앞으로 '셀프 보수 승인' 논란을 피하고, 와이너리·골프장 등 비주력 무수익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줄여야 한다. 아울러 신세계푸드의 포괄적 주식교환 등 거버넌스 이슈도 일반 주주의 뜻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과제를 제시했다.
'책임경영' 없이 떠나고, '책임경영'으로 돌아왔다
정 회장의 이번 복귀는 13년 전 그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던 순간과 오버랩된다. 2013년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마트의 일상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정 회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대형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며 등기이사 사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의 해석은 달랐다. 베이커리 계열사(신세계SVN) 부당지원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었고, 이마트 노조 설립 방해 및 직원 사찰 의혹까지 겹친 이른바 '오너 리스크'의 정점이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의 사임을 두고 법적·사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 퇴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12026년 현재, 상황은 정반대로 뒤집혔다. 과거에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면, 지금은 위기 속에서 책임을 지기 위해 대표이사로 컴백하는 모양새다. 똑같이 '책임경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과거의 퇴진은 책임 회피였고 지금의 복귀는 책임의 공식적인 수용이라는 점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마트는 위기 대응, 프라퍼티는 미래사업
정 회장이 맡게 될 두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의 경영 행보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우선 이마트 대표이사 복귀는 당면한 본업 경쟁력 회복과 재무 위기 대응을 위한 '소방수' 역할에 가깝다. 과도한 차입 부담과 과거 무리한 인수합병(M&A) 후유증, 신세계건설 지원 부담 등 산적한 현안 속에서 정 회장이 더 이상 전문경영인의 그늘 뒤에 머물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직 겸임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단순한 부동산 개발사를 넘어 화성국제테마파크, AI 데이터센터 등 그룹의 차세대 핵심 사업을 총괄하는 전초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결국 정 회장이 두 회사의 사내이사를 동시에 맡는 것은 이마트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동시에 공간과 콘텐츠, 첨단 인프라를 융합한 그룹의 새 먹거리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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