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 마른장마 이제 그만!” 올해부턴 ‘이것이 장마’ [장마가 온다]①
2026.06.09 07:00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맘때면 기다렸다는 듯 반복되는 논란이 있습니다.
'장마라더니…'
'장마라더니 비가 왜 안 와?'
'장마 끝났다더니 비가 왜 많이 와?'
최근 이 논란에 기상학계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올해부터 장마철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놨습니다. 바뀐 장마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 논란의 시작…"장마가 무엇이길래"
평년 기준 장맛비는 6월 19일쯤 제주를 시작으로 23일 전후 남부지방, 25일 전후 중부지방으로 확대돼 7월 하순까지 한 달가량 이어집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이 논란은 무려 20년 가까이 이어져 왔습니다. 어느 쪽이든 '장마 시기엔 한 달 정도는 비가 꾸준히 내려야 한다'는 대중적 인식과 실제 강수 현상의 차이에서 비롯됐습니다. 기존 장마 개념만으로는 실제 장마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기상학계가 답하다…"장마철은 비가 내릴 수 있는 조건"
기나긴 논란 끝에 지난 5일 기상학계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각 대학의 기상학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한국기상학회와 장마특화연구센터가 그 중심에 섰습니다.
| 장마: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대사전을 따름) 장마철: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며 북상하는 시기에 남쪽의 온난·습윤한 기단과 북쪽의 한랭한 기단 사이에서 다양한 기작에 의해 다량의 강수가 한반도에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는 기간 장맛비: 장마철 내리는 비 |
먼저 '장마'는 기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정의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반면 '장마철'은 장마의 개념을 확대해 새롭게 정리한 것입니다.
얼핏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장마철'의 핵심은 '다양한 기작에 의한 강수가 발생하기 좋은 시기'라는 점입니다. 즉 장맛비를 정체전선으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기 비가 내릴 수 있는 다양한 기상 조건을 포함했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는 시기'로 규정했다는 겁니다. '가을장마'처럼 고기압이 남하하는 시기는 '장맛비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정리하면 장마철은 비가 내리든 안 내리든 '비가 내릴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는 기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장마 기간의 의미는 이렇게 우리의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왜 기존 '장마'에 대한 정의를 바꾸지 않고 별도로 '장마철'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내놓았을까요. 두 개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정리할 순 없었을까요?
국립국어원에 직접 문의해 봤습니다. 국립국어원 측은 표준국어대사전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뜻풀이해 주는 것이라며, 사전적 정의까지 바꾸려면 사회적으로 널리 인식되고 많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재정립은 장마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일 뿐,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 "마른장마도 장마철"…실제 장마 특징 담아
우선 새로운 장마철 정의에 따르면 비가 오지 않는 '마른장마'도 '장마철'입니다.
최근 장마철 강수일수가 적어져서가 아닌 실제로 해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해는 비가 적고 어떤 해는 많으며 또 어떨 땐 장마 이후 더 많은 비가 쏟아지기도 합니다. 해마다 달라지는 장마의 특징이 잘 반영된 셈입니다.
지난 50여 년간 자료를 보면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장마철 비가 내린 날은 전체 기간의 54~57% 수준이었습니다. 생각과 달리 실제론 장마 기간 절반 정도만 비가 왔다는 뜻입니다.
■ "더 이상 우기는 없다"…장마철 이후 폭우 '원인이 달라'
한동안 이어졌던 우기 논란도 끝냈습니다.
최근 온난화 영향으로 비의 강도가 강해지는 추세긴 하지만 사실 과거에도 장마철 이후에 강한 비가 잦았습니다. 과거 월별 강수량을 표현한 자료입니다. 붉은색 점선 구간이 장마철, 녹색이 8월인데요, 장마철 이후 강수량도 장마철 못지않은 모습입니다.
그런데 비가 내린 원인을 따져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게다가 우기는 사실 단순히 '비가 오는 시기'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는 동남아처럼 열대 몬순 기후가 아니고 우기가 있으려면 강수가 적은 건기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손석우 장마특화연구센터장 역시 여기에 대해 "학계 논의 결과 '장마철을 우기로 대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교과서 속 오호츠크해 고기압은 잊어라"…'장마철' 비가 내리는 조건은?
교과서 속 개념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옛날 교과서를 떠올려 보면 아래 그림처럼 장마는 '남쪽의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과 북쪽의 한랭 다습한 오호츠크해 기단 사이에서 생긴 장마 전선에서 내리는 비'라고 표현했습니다.
대신 아래와 같이 실제로 영향을 주는 구체적인 조건을 밝혀냈습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장맛비가 오는 원인은 정체전선뿐 아니라 저기압이나 중규모 대류계 등 다양하다는 겁니다.
"기후변화로 예전 장마는 조용하게 오래 내렸다면 요즘에는 짧고 강하게 쏟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고 분석합니다. 다만 장마를 포함한 여름철 강수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기상청은 올 장마철 역시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크고, 일부 지역에는 극한 호우 가능성도 예고했습니다.
올해부터 정의한 장마철은 '시기'입니다. 비가 오든 오지 않든 '북태평양고기압 확장 탓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호우 위험이 높은 기간'인 만큼 사전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새롭게 정의된 장마철, 올해만큼은 불필요한 논란보다 철저한 대비가 우선이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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