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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교사가 내 아이 학대했다" 학부모 막무가내 신고가 부른 부메랑

2026.06.09 10:54

더스쿠프 이슈 넘버링+
교권이 무너진다 1편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강화 추진
교권 5법 개정 · 제도 보완했지만
교사들 괴롭히는 아동학대 신고
대부분 학부모의 무고성 신고…
가르칠 의욕 잃어버리는 교사들
땅에 떨어진 교권 이대로 괜찮나
일부 학부모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교사의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나는 무슨 복이 많아서 교사가 됐을까 생각할 만큼 교사 일이 정말 좋았다." 10년 넘게 교사 생활을 하면서 단 한차례의 학부모 민원도 받아본 적 없던 교사 A씨. 하지만 한 학부모로부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이후 그에게 학교는 돌아가기 두려운 공간이 됐다. 

# A 교사만이 아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 대부분이 '무혐의'로 결론 나지만, 교사들은 우울증과 트라우마 등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 물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강화를 위해 5개의 법안을 개정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나름의 방안도 마련했다.

# 그럼에도 학교 현장에선 무수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제도적 한계 속에서 일부 학부모는 '아님 말고 식'의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의 가르칠 의지마저 꺾어 놓고 있다. 우리 학교 이대로 괜찮을까.

#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휴대전화 사용을 저지하는 여교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해당 학생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교사의 얼굴을 가격했다. 하지만 해당 교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학생은 형사처벌을 면했다. 

# 올해 5월엔 제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고학년 학생이 교사를 20여분간 폭행하는 사건이 터졌다. 정서ㆍ행동 문제로 상담을 받던 해당 학생은 교사에게 주먹과 발로 폭행을 가했다. 교사는 전치 2주 상해 진단을 받았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젠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상황까지 심심찮게 터져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자칫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 두려워 학생의 문제 행동을 제지하지 못하는 교사가 숱하다는 점이다. 

2023년 학부모의 극성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사건' 이후 정부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추진했지만 현장에선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당시 교육부는 "가정 내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아동복지법ㆍ아동학대처벌법이 학교 현장이나 교원의 직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면서 "이를 악용한 일부 학부모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원들의 정당한 교육 활동이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아동학대 가해자의 84.1%(이하 2024년)는 부모다. 유치원 교직원이나 초ㆍ중ㆍ고교 직원은 각각 0.4%, 2.3%에 그친다(보건복지부). 
[사진|뉴시스]
교육부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교육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면책조항을 마련하고(초중등교육법ㆍ유아교육법),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경우 교육감의 의견서를 참고(교원지위법ㆍ아동학대처벌법)하도록 했다. 이른바 '교권 보호 5법(교육기본법ㆍ초중등교육법ㆍ유아교육법ㆍ교원지위법ㆍ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통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교사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지난해 교직원 41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79.3%가 "교육활동 보호에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ㆍ고소에 여전히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45.1%에 달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선 학부모의 '분풀이식' '아님 말고식'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피해를 입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중학교 교사 박소현(가명)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박 교사는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내용을 정정해달라는 학부모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 

"학부모가 생기부를 정정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교사에겐 생기부 내용을 정정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어요. 생기부 정정은 원칙적으로 불가하고, 생기부에 오류가 있다는 객관적 증빙자료가 있을 경우에만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후 학부모가 학교에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생기부를 정정할 내용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그러자 이번엔 '(내가) 평소 자녀를 정서적으로 아동학대한다고 의심해 왔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했어요." 

이후 수개월간 이어진 조사 결과 경찰은 '혐의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최종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박 교사는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 받았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휴직을 신청했다.

박 교사는 "학교로 돌아가면 아이들을 다시 마주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면서 "아이들이 무심코 '왜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느냐'고 물을 텐데 어떤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진|뉴시스]
이는 박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고성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 대다수가 우울증 등으로 정상적인 교직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지금 우리는 뭘 해야 할까. 

■ 짚어볼 점① 무고성 신고 얼마나 될까 = 먼저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 중 검찰이 기소하는 사건의 비중을 살펴보자. 지난 3년간(2023년 9월 25일~2025년 8월 31일) 교사를 향한 아동학대 신고 1439건 중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에 해당한다면서 의견서를 제출한 사례는 1023건(71.0%)에 이른다.

그중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349건을 제외한 674건 가운데 검찰이 기소해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2.5%(17건)에 불과하다. '경찰 수사 개시 전 종료'는 24.6%(166건) '검찰 불기소 결정'은 65.2%(400건) 등이었다. 전체의 89.8%가 사실상 무혐의로 종결된 셈이다(교육부). 

■ 짚어볼 점② 허술한 정서적 학대 정의 = 이처럼 학부모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허술한 법에서 찾을 수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정서적 학대'를 한줄로 정의하고 있다.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제17조 제5호). 정의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보니 "아이의 기분이 나빴다" "아이가 불안해한다" 등 학생이나 학부모의 주관적인 주장만으로도 아동학대 신고가 가능하다. 

관건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신고가 교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일단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교사는 무혐의를 입증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 '혐의 없음'으로 판단하더라도 검찰에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려야 한다.

이 때문에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간 '아동학대 피의자'라는 멍에를 떠안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실제 기소율이 2.5%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사로선 불편한 과정일 수밖에 없다. 교육계 안팎에서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측은 "정서적 학대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조차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정서적 학대의 요건을 구체화ㆍ명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아동복지법에도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에 면책조항이 담겼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고소할 경우 처벌 기준이 되는 아동복지법에 면책조항을 명시해야 한다는 거다. 

■ 짚어볼 점③ 교육감 의견 실효성 제고 = 짚어볼 점은 또 있다. 허울뿐인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다. 앞서 교육부 자료에서 언급했듯, 교육감이 "정당하다"고 의견을 제출한 아동학대 신고 사례 중 89.8%가 사실상 무혐의로 처리됐다.

그럼에도 경찰 조사 개시 전 사건이 종결된 경우는 16.2%에 그쳤다. 수사기관이 교육 전문성이 있는 교육청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이에 따라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란 의견을 내고, 경찰이 이를 무혐의로 판단하는 경우엔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지 않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물론 지난해 1월 이후 여야 국회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4건(백승아ㆍ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성국ㆍ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나 발의했지만 모두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치권이 "교권 회복"을 외치면서도 정작 중요한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미뤄둔 셈이다. 

■ 짚어볼 점④ 학생의 학습권 = 더 큰 문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피해를 입는 게 교사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가 휴직하거나 사직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돌아온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봐 위축된 교사가 교육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선 "아이들이 싸워도 내버려 둬야한다" "아이들을 말렸다가 한쪽 편을 들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 "흐린 눈을 하고 못 본 척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돈다. 교사가 학생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할 때 그 결과의 책임은 사회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교사 한지현(가명)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사회 공동체 구성원을 길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학교는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조차 교사가 바로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교사들이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조차 못하는 무너진 교실, 그 부메랑은 이미 학생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누구의 책임일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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