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토드 블랜치 당시 법무부 부장관(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옆에 두고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공화당에 이어 행정부의 법무·정보 등 핵심 요직을 자신의 ‘호위무사’들로 채우며 친정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집권 여당의 무덤’으로 통하는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시험대를 앞두고 여당은 물론 관료사회의 이탈을 막고 정권 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정면돌파 전략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야당 등 일각에서는 일방주의적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여당 내에서도 의회 청문회 통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두 달여 공석 상태였던 법무부 장관에 자신의 개인 변호사였던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을 지명했다. 블랜치 장관 후보자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형사 기소됐던 트럼프 대통령을 최일선에서 방어했던 개인 변호사 출신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을 비롯해 각종 사법 리스크 대응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으며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에는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 등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에 또다른 최측근인 윌리엄 펄티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을 지명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정보기관 간 정보 공유 실패가 대형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면서 2004년 신설된 국가정보국은 미국 내 핵심 정보를 취합·조정하는 ‘정보 컨트롤타워’다.
지난해 7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경내에서 윌리엄 펄티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NI와 연방정부 차원의 수사·기소를 진두지휘하는 법무부 수장 자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로 속속 채워진 셈이다.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이들 핵심 요직에 ‘트럼프 충성파’들이 포진하면서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블랜치 후보자는 법무장관 대행으로 있으면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형사 기소를 승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정적에 대한 표적 수사를 주도했다는 게 야당인 민주당의 인식이다. 블랜치 후보자는 또 장관 대행 권한을 이용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를 무력화했다는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 법무부가 지난달 19일 공개한 합의서에는 미 국세청(IRS)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관련 기업의 과거 세무 문제에 대한 조사·감사를 사실상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납세 기록 유출의 책임을 지라며 국세청을 상대로 낸 100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한 대가로 합의한 것이었다. ‘트럼프 호위무사’를 자처해 온 블랜치 후보자의 이런 이력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방 상원 인준 과정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상당한 반대가 나올 수 있다고 관측한다.
펄티 국장 대행도 인선 직후부터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연방주택금융청장으로 일하면서 애덤 쉬프 민주당 상원의원(캘리포니아),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대척점에 선 인물들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집중 제기해 고발을 주도한 경력 때문이다. 사모펀드 창업자 출신으로 정보기관이나 국가안보 분야 업무 경력이 일천해 전문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펄티 국장 대행은 공식 국장직이 아니라 국장 대행 신분이어서 상원 인준을 받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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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스 ‘중간선거 후 사임’ 보도에 “소설”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 기반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 속에 그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자신을 둘러싼 사임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와일스 비서실장은 지난 5일 자신이 11월 중간선거 이후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를 “소설 같은 기사”라고 부인한 뒤 “분명히 말하건대 저는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저는 트럼프 대통령을 모시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자랑스럽게 여기고, 대통령의 의제를 추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지 와일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4명이 잇따라 선임되며 교체가 잦았던 것과 달리, 최초의 여성 출신 백악관 비서실장인 와일스는 트럼프 2기 첫 비서실장으로 이달 말이면 트럼프 1·2기 통틀어 최장수 비서실장 재임 기록(1년 5개월)을 경신하게 된다.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캠프를 이끌었던 와일스 실장은 전략 기획과 내부 갈등 관리 측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69세의 와일스 비서실장이 유방암 진단을 받은 사실을 알리며 “그(와일스)는 내가 아는 가장 강인한 사람 중 하나”라고 치켜세우는 등 신뢰를 재확인했다.
앞서 데일리메일은 지난 5일 와일스 비서실장이 건강 문제와 펄티 국가정보국장 대행 지명 과정에서의 내홍을 이유로 중간선거 이후 백악관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와일스 실장은 “펄티가 연방주택금융청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지켜봐 왔다. 국가정보국장 대행으로서도 그와 같은 에너지와 집념을 보여줄 거라고 믿는다”며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