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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치킨 먹으며 웃었지만…젠슨 황이 남긴 '진짜 숙제' [분석+]

2026.06.09 13:24

젠슨 황, 닷새간 방한 마쳐
방한 일정 자체가 '메시지'
'AI 팩토리·피지컬 AI' 성과
관련 기업들 목표주가 상향
"선태권 쥔 젠슨 황" 평가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일정을 마친 뒤 9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엄지척'을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9일 한국을 떠나면서 "곧 다시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CEO는 이날 오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닷새간 이어진 강행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환영이 정말 훌륭했고 저와 가족 모두 진심으로 환대받는다고 느꼈다"고 했다. 향후 방한 계획을 묻는 말엔 "제 삼겹살과 치킨 친구들도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웃었다.

황 CEO는 방한 성과에 대해 "매우 좋은 미팅을 가졌고 매우 좋은 파트너십도 발표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그는 SK하이닉스와 사업 확장·협력 다각화를 위한 다년간 파트너십을 맺었고 네이버·SK텔레콤과도 각각 AI 클라우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기여를 묻자 "가장 큰 기여는 AI 산업을 만들고 AI 생태계를 창출한 것"이라며 "훌륭한 파트너십을 맺었으니 함께 이 산업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황 CEO의 방한은 일정 자체가 메시지였다. 지난 5일 입국 직후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가졌다. 하루 뒤인 6일엔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촬영했고 7일엔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경기 시구자로 나섰다.

같은 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도 만났다. 저녁에는 7개월 전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찾았던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다시 회동했다. 전날 SK서린빌딩에선 최 회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LG·현대차·네이버 사옥을 차례로 찾았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비롯해 AI·로봇 스타트업 경영진과도 만났다.

황 CEO 방한 성과는 'AI 팩토리'와 '피지컬 AI'로 압축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AI 팩토리용 차세대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황 CEO는 SK하이닉스를 "엔비디아의 최대 메모리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 DSX 플랫폼 기반 AI 팩토리·풀스택 AI 클라우드 협력을 추진한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기가와트급 초대형 글로벌 AI 팩토리를 공동 구축한다. 내년 상반기 55MW를 시작으로 2028년 200MW, 이후 GW급까지 확장하는 구상이다.

현대차·LG·두산은 피지컬 AI 동맹의 축으로 부상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자율주행·스마트 제조 영역에서 엔비디아와 접점을 넓혔다. LG그룹은 로봇 개발 전 과정, AI 인프라,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산은 전력 공급과 발전 설비, 로봇·소재 역량을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피지컬 AI 플랫폼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황 CEO와 전 부회장과의 회동을 계기로 HBM4E·HBM5, 파운드리 분야 장기 협력 가능성을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 안팎에선 황 CEO 방한 이후 국내 AI 밸류체인에 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를 통해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공개된 복수의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한 결과를 보면 황 CEO 방한 이후 증권가에선 "AI 사이클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같은 평가의 핵심은 세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추론 서버에 필요한 D램 용량이 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네이버가 광고·커머스 중심 플랫폼에서 AI 인프라 사업자로 재평가받을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봇 양산을 통한 피지컬 AI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 목표주가도 일제히 상향 조정됐다.

장밋빛 전망만 남은 것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생태계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기술 의존도도 커진다는 지적이다. AI 팩토리·피지컬 AI의 핵심 연산 자원, 소프트웨어 플랫폼, 인프라 설계권이 여전히 엔비디아에 집중돼 있다는 이유다. 엔비디아 공급망 안으로 들어간 성과를 독자 기술·서비스 주도권으로 바꾸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김현수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상무)은 지난 7일 리멤버 커넥트를 통해 "깜짝 선물의 정체는 AI 가속기 베라 루빈·CPU 베라·AI 노트북 RTX 스파크·로봇용 AI 슈퍼컴퓨터 젯슨 토르 4종 모두 삼성·SK하이닉스 메모리를 대규모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왠지 허전하다. 먹다 나와서 간식 나눠주는 장면도 친근하게 연출됐지만 환대는 우리가 하고 선택권은 젠슨 황이 쥔 구도가 여전하다"며 "한국이 부품 공급자와 열렬한 팬을 넘어 피지컬 AI의 진짜 주도자로 올라설 수 있을지 그게 진짜 숙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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