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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BYD도 ‘인민군 지원 기업’… 美 국방부 조달망서 中 빅테크 퇴출 수순

2026.06.09 13:58

바이두 등 188개 中 ‘軍 지원 기업’ 지정
中 기술 생태계 전방위 제재
민간 기업 뒤 숨은 ‘軍民 융합’ 정조준

미국 국방부가 알리바바, 바이두, 비야디(BYD) 등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와 첨단 제조 기업들을 무더기로 ‘인민해방군(중국군) 지원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중국이 두각을 나타내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전반을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중국 기술 생태계 전체를 전략적 경쟁 대상으로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각) 미 국방부는 8일 국방수권법(NDAA) 1260H조에 따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군사 기업 188곳 업데이트 명단을 관보에 게재했다. 이 명단에 오른다고 해서 당장 기업 자산이 동결되거나, 미국 수출이 전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달 30일부터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미 국방부와 직접 조달 계약을 맺거나 갱신할 수 없다. 내년 6월 30일부터는 제3자를 거쳐 이들 기업 부품이나 서비스가 포함된 최종 제품을 구매하는 것조차 전면 금지된다.

2025년 7월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 중 알리바바 부스. /연합뉴스

이 ‘제3자 조달 금지’ 조항은 중국 기업들에 치명타다. 미 국방부는 세계 최대 단일 구매자다. 내년 6월부터 미국 방산·항공·통신 기업은 물론, 미 국방부와 거래하는 한국 등 전 세계 모든 기업은 자사 납품망에서 명단에 있는 중국 기업 기술과 부품을 완전히 걷어내야 한다.

새 명단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검색 엔진 1위 바이두,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가 포함됐다. AI 빅테크 기업 텐센트, 낸드플래시 제조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 자율주행 라이다 업체 로보센스, 바이오 기업 우시앱텍 등 현재 중국 첨단 산업을 일선에서 이끄는 기업들도 대거 망라됐다.

미 국방부는 이들 기업이 전차나 미사일을 만드는 전통적 방산업체가 아님에도 중국 정부 주도 군민(軍民) 융합 전략에 기여한다고 판단했다. 겉으로는 철저한 민간 기업 형태를 띠고 있지만,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나 공업정보화부(MIIT) 등 주요 국가 기관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첨단 기술을 군 현대화에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방위민주주의재단(FDD) 소속 크레이그 싱글턴 중국 전문가는 “워싱턴은 더 이상 이들 기업을 고립된 회사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기술 스택 전체를 전략적 경쟁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개별 기술이 인민해방군 지휘 체계나 감시, 무인화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관보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단순 쇼핑몰이나 검색 엔진을 넘어 클라우드, AI, 대규모 데이터 처리 인프라를 보유했다는 점이 지정 근거가 됐다. 미국은 해당 플랫폼이 군사 지휘와 정보 처리, 무인 무기 모델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전기차 시장 강자인 비야디 역시 전투 차량과 드론, 야전 전력망 등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는 배터리와 전동화 플랫폼 기술이 표적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니트리 등 일부 기업은 중국 정부가 첨단 기술 강소기업을 집중 육성하고자 지정한 ‘작은 거인’ 정책 수혜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군민융합 기여 증거로 적시했다.


이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공급망 전반에 강한 연쇄 작용을 일으킬 전망이다. 미 국방부 지정 명단은 ‘안보 위험 기업’이라는 낙인효과를 일으킨다. 미국 내 다른 연방 정부 기관은 물론 우방국 공공 조달 시장, 대규모 인프라 사업으로까지 배제 기준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방산, 통신, 항공 조달망에 제품을 납품하는 우방국 기업들은 30일부터 자사 조달망 내에 해당 기업 제품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 국방부에 납품하는 군용 차량이나 장비에 비야디(BYD) 배터리, 알리바바 클라우드 서비스, 로보센스 라이다 센서, 텐센트 통신 모듈이 섞여 있다면, 입찰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 미국 대형 로펌 와일리레인은 “곧 발효할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제851조에 따라 미 국방부는 1260H 명단에 오른 기업을 위해 로비하는 단체와 계약을 맺는 협력사와도 계약 체결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관련해 지금보다 엄격하고 강화된 실사 의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다.

미국 내 공공조달 시장 퇴출이 사실상 제도화되자 대상 기업과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날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 적용해 차별적인 명단으로 중국 기업들을 쫓아내고 있다”며 “미국은 잘못된 관행을 멈추고 중국 기업에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차별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명단에 신규 포함된 제약·바이오 기업 우시앱텍 측은 로이터에 “우리 명단 포함은 명백한 실수”라며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자 즉각적인 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도 자사 제품과 서비스는 철저히 상업용이라며 명단 발표 당시부터 줄곧 소송 등 법적 대응 의사를 내비쳤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직후 단행됐다. 미 국방부는 앞서 지난 2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 일부 핵심 반도체 기업을 제외한 채 유사 명단을 관보에 게재했다가 특별한 설명 없이 곧바로 철회한 전력이 있다. 당시 양국 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한 행정부 차원 결정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비야디 같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미국에 공장들을 짓고 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한다면 환영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에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역 갈등 진화 등 정상회담 화해 무드가 지나자 미국은 다시 기술 패권을 겨냥한 전방위 압박 카드를 집어 들었다. 미중 정상 간 만남에도 기술 안보 주도권을 둘러싼 본질적 갈등 구조와 미국의 대중국 강경 견제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방증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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