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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반대한 난민인데 미얀마로 돌아가라는 한국, 그 후

2026.06.09 13:36

[디딤돌·걸림돌·애매한 돌, 판례와 사례로 만나는 이주/난민 이슈 1화] 난민 강제송환, 무엇이 문제인가트랜스보더링랩(Trans-border-ing Lab)은 국경과 종(種)을 넘은 몸들이 통제와 구금, 박탈과 추방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주목하고, 난민과 비인간존재의 안전하지 않음이 ‘국민’과 ‘인간’인 ‘우리’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정당화되어 온 담론에 문제를 제기하며 실천적인 앎을 모색하는 것을 활동의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12화에 걸친 이번 연속 기고는 2025년에 기획한 '디딤돌 걸림돌 애매한 돌, 판례로 만나는 이주/난민 이슈'에서 논의된 결과물입니다. 난민/이주민이 겪는 상황들이 지금-여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함께 질문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자말>

 2025년 2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공항난민 인권침해 기자회견. 국경에서 거부 당한 공항난민들은 인권침해적 상황을 견뎌야만 강제송환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상 강제송환이 종용되는 공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공익법센터 어필

돌려보내선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박해가 기다리는 곳, 고문과 같은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서는 안 되는 사람들. 국적이나 체류자격 같은 형식적인 조건으로 돌려 세울 수 없는 이들이다.

문제는 강제송환의 금지 원칙이라는 약속이 한국에서 작동하는 방식에 있다. 철석같은 약속이 무뎌지고 새어나가는 자리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본다.

강제퇴거명령서에 적힌 박해 위험 국가로의 송환

미얀마에서 온 청년 A는 한국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단체에 가입해 적극적인 활동을 해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출입국외국인청이 그에게 발령한 강제퇴거명령서에는 송환국 칸에 본국 '미얀마'가 적혀있었다.

미얀마 군부는 자국뿐 아니라 해외에서 군부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자들까지 추적·감시·체포·구금하는 등 중대한 인권 침해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 적극적인 반대활동을 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미얀마는 극도의 정치적 불안과 민간인 탄압으로 비인도적 처우의 위험이 도처에 있다. 그렇기에 한국 정부도 2021년 3월 중순부터 미얀마 국적 체류 외국인들에게 쿠데타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인도적 특별 체류 조치(G-1-99 비자)'를 허용하고 있다. 즉, 본국 송환은 단순한 추방이 아니라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가 송환될 본국에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행히 법원은 2023년 11월 이 강제퇴거명령을 위법하다며 취소했다(인천지방법원 2023구단50933 판결). 강제퇴거명령을 내릴 때 송환국을 지정하는 것은 공무원의 심사를 거쳐 적정한 국가로 지정돼야 하는 재량행위인데, 송환국을 박해 위험이 있는 미얀마로 지정한 것은 위법한 재량행사라는 이유였다.

한 해 전 우간다 국적의 난민인정자 B에 대한 강제퇴거명령 사건에서도 같은 흐름이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21구합 78282 판결). 이 사건에서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은 난민인정자였고, 퇴거명령의 송환국란은 비어 있었다. 법원은 고문방지협약상 강제송환금지 의무에는 어떠한 예외도 없으며, 강제퇴거명령 발령 단계에서부터 송환국을 검토·확인해 적어야 하고, 송환국을 특정하지 않거나 박해·고문 위험이 있는 곳으로 특정하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이 두 개의 판결로 강제송환금지 원칙이 잘 지켜지게 됐을까? 아쉽게도 실무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우간다 사건에서 피고는 항소를 포기했지만, 얼마 후 동일인에게 다시 강제퇴거명령을 내렸다. 송환국 칸에는 '우간다를 제외한 제3국'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는 다시 외국인보호소에 갇혔다. 출입국은 그렇게 판결을 우회하는 새로운 실무를 만들어냈다. "○○국을 제외한 제3국", "박해 및 고문을 받을 수 있는 국가 제외", "본인이 협조하지 않아 송환국 특정 불가, 집행 단계에서 결정 예정"과 같이 '소거하는 방식'으로 송환국을 기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실무는 송환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칸을 비워 지정하지 않던 기존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그 사람의 입국이 보장되고 ▲공정한 난민심사와 보호가 이뤄지며 ▲또다시 본국으로 송환될 위험이 없는 '안전한 제3국'으로 송환국을 지정해야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준수한 것이 되는데, 위 실무에는 여전히 그 안전한 송환국이 어디인지 적혀 있지 않은 셈이기 때문이다.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가 기다리는 사람들, 특히 난민들은 이러한 빈틈으로 인해 강제송환의 위기를 겪는다. 정부는 일단 강제퇴거명령을 내놓고, 송환국은 고민 없이 소거 방식으로 기재한다. 이제 그 소거된 자리를 난민 스스로 채워 송환국을 발견할 때까지 그 사람은 계속 구금 상태에 머무른다. 구금이 싫으면 알아서 송환국을 써내야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이 '안전하게' 송환될 국가를 찾을 능력이 없다. 출입국 행정의 모든 인프라를 갖고 있는 정부도 손 놓은 일을 한 개인이 해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게 강제송환과 구금의 압박이 동시에 그 사람에게 찾아온다. 한국 정부에 의해 난민으로 인정받거나 인도적 특별체류 허가 대상이 된 그들은 그렇게 강제송환금지 원칙이 우회하는 틈에 끼어 버린다.

공항에서 거부되는 사람들

 청주 외국인보호소. 높은 담벼락은 '보호'가 '구금'임을 알려준다. 애초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이 이곳에서 강제퇴거냐 구금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 공익법센터 어필

아직 난민인정절차 심사 중에 있는 난민신청자들이나, 난민신청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강제송환금지 원칙은 더욱 크게 비껴간다.

2022년 가을 러시아 부분동원령이 발표된 직후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에 한 무리의 러시아 청년들이 도착했다. 동원령이 변방과 소수민족에게 더 가혹하게 적용됐기에, 소수민족 출신이 많았다. 그들의 의사는 분명했다. "조국의 침략 전쟁에 끌려 들어가고 싶지 않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들을 난민심사에 회부조차 하지 않았다. "단순 징집 거부만으로는 난민이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난민법이 정한 단 7일 간의 심사로 불회부결정을 받은 그들은 대부분 제3국으로 흩어졌고, 끝까지 공항 대기실에 남아 반 년 가까운 소송 절차를 견딘 몇 명만 법원의 불회부결정 취소 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법원은 신청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 견해, 종교적 양심 등을 이유로 전쟁에 반대하고 징집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명했다면 "그에 관한 면밀한 조사를 위해 난민심사에 회부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주었다.

그런데 법원의 이러한 판결을 받기까지 수 개월간 공항에 갇혀 지내는 선택을 차마 하지 못하고 국경에서 거부돼 다른 곳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사실상 강제송환을 경험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난민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국경에서 거부될 줄' 상상하지 못했다. 그 부당한 결정을 다투려면 공항에서 수개월을 버텨야 했다.

이렇게 강제송환금지 원칙은 국경에서 난민심사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비껴 나가 아예 국경에서 이들을 거부하여 돌려 보내는 '심사 불회부 관행'으로 이어졌다(2024년 288건 중 236건, 2025년 208건 중 159건이 불회부됐다).

다행히 대법원은 최근 이러한 관행에 경종을 울리며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비로소 그 주장의 이유 없이 밝혀질 수 있는 경우"라면 난민신청자 자격을 주고 심사해야 함을 분명히 하고, "불회부 사유에 해당함을 처분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대법원 2024두64000 판결). 이런 법리에 따른다면 지금과 같이 대다수의 공항난민심사 신청이 불회부 종결돼 국경에서 추방되는 사태에 확실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공항에서는 아직 상당수의 국경 난민신청이 거부되고 있다.

박해 위험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나라

강제송환금지는 강행규범으로 분류되는 국제법의 가장 단단한 약속이지만,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자들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서와 국경 공항에서 쉽게 허물어진다. 보편적 인권을 옹호하는 국경 보호 행정과 국제법을 준수하는 법원의 결정이 계속 필요한 이유다. 박해의 위험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인류 보편의 합의가 지켜지는 나라를 기대한다.

*강제송환의 금지 원칙(non-refoulement) : 박해가 기다리는 곳, 고문과 같은 비인도적 처우나 처벌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서는 안 되는 사람들을 다시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한 국가 간의 의무다. 난민협약 제33조, 고문방지협약 제3조에 새겨져 있고 한국 난민법 제3조도 이 원칙을 천명한다. 이는 국제법 분야에서 반드시 준수돼야 하는 이른바 '강행규범'으로 분류되는 의무에 해당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종찬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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