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시간 전
[데스크칼럼] 中企 수출 주역, K-뷰티 다음이 안보인다
2026.06.09 07:00
(서울=뉴스1) 김명신 성장산업부장 = 한국 제품(Made in Korea)임을 강조하라.
얼마 전 폴란드 수출에 나선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현지에서 이런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를 실감하는 찰나였다고 했다.
'K'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1분기 중소기업 수출액(약 45조 7000억 원)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썼다. 10년 전인 2016년(약 35조 5000억 원)과 비교하면 30%(32.4%)가 넘는 성장이다. 전체 수출액에선 중소기업 비중이 약 17%까지 높아졌다.
수출 중소기업 수(6만 4706개사, +2.7%)도 증가세다. 수출 기업 증가가 내수 부진 돌파구라는 시각도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K-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중소기업 수출 주역으로 단연 K-뷰티가 꼽힌다. 상위 10대 품목 수출액을 짚어보면 20.6%가 뷰티다. 온라인 수출 비중에선 65.8%까지 성장했다. 10년 전엔 10대 수출 품목(16위)에도 들지 못했던 뷰티가 이젠 수출 1위다. 북미(+37.6%)에 이어 유럽(+43.7%)까지 세를 확장하면서 수출 전망도 밝다.
제2의 K-뷰티가 등장한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출은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
문제는 '제2의 K-뷰티' 부재다. 'K-'가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꼽으라면 K-푸드와 K-뷰티에 그친다. 해외에선 K-브랜드에 러브콜을 보내는데 정작 우리는 '다음 패(牌)'가 없다.
역설적으로도 K-는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K-자형 성장'에 갇혀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제2의 K-수출 주역을 키워야 한다. 중소기업 정책이 '보호'와 '성장'으로 분리돼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방 안의 코끼리'(The elephant in the room)와 같은 규제나 정책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을 꾸리자 중소기업계에선 규제합리화 30건을 건의했다. 일례로 우리나라 의료기기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새롭게 개발된 의료기기는 식약처 인허가를 받기까지 평균 3~5년이 소요되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세계적인 세공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주얼리산업도 마찬가지다. 부가세 10%에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 등 36%라는 높은 세율은 산업 쇠퇴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2015년과 2018년, 2019년 세제 개편이 이뤄졌지만 26%의 개별소비세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주얼리의 주재료인 금 원자재에 대한 부가세로 인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금 관련 제품을 매입해 수출할 때 부가세 환급 정산 문제로 중소기업 입장에선 자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금 원자재의 경우 해외 주요국들은 과세하지 않는다.
온현성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소장은 "금 원자재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주얼리산업은 클 수 없다. 부가세는 큰 허들"이라면서 "세금 부담으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환경이 안 되고 있으며 수출과 브랜딩에서 가격경쟁력도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중국 등은 주얼리산업에 대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수출 확대 정책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보석·주얼리 시장 규모가 2026년 3947억 달러(약 605조 2000억 원)에서 2031년 4936억 달러(약 757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원 정책도 짚어봐야 한다. 미국 무역법 301조 위협에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중동 전쟁은 대응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각국 규제까지 개별 중소기업이 홀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엔 장벽이 높다.
정부는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현실화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중앙회 설문 조사에서 중소기업 410개사 중 절반(49.7%)이 "중동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계획이 없다"고 했다. 미국-이란 전쟁 100일(6월 8일)이 지났다.
당초 중소기업 정책 취지와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살펴볼 시점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수출'이 향후 중소기업 성장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글로벌 판로 연결이나 공공물류 활용, 규제 합리화 등 경쟁력 확보로 수출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K-콘텐츠로 K-뷰티가 성장했다면 K-패션도, K-주얼리도 못 할 것이 없다. K-뷰티 성공 이면에는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K-기술이 있다.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제2의 K-뷰티는 무궁무진할 수 있다. K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90도만 돌리면 V가 된다. 대한민국 중소기업 파이팅(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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