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3대 지수 혼조 마감… 반도체주 투자 심리 회복
2026.06.09 06:40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5.6% 상승
뉴욕증시가 지난주 반도체주 급락 충격을 딛고 8일(현지시각) 반등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투자자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반도체 관련 주식들이 시장 상승을 이끌었다.
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0.23포인트(0.86%) 상승한 2만5929.6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1.99포인트(0.30%) 오른 7405.73으로 마감했다. 반면 우량주 위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80.77포인트(0.16%) 하락한 5만786.01을 기록하며 약보합세를 보였다.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날 685.93포인트(5.61%) 급등한 1만2906.69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금요일 예상을 웃도는 5월 고용 보고서 여파로 나스닥이 4% 이상 폭락하고 반도체 지수가 10% 가까이 곤두박질쳤지만, 주말을 지나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사들이는 이른바 저가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인텔 주가가 11% 치솟으며 시장 이목을 끌었다. 구글이 오는 2028년까지 300만 개가 넘는 인공지능 특화 칩을 인텔에 의존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자 기대감을 크게 키웠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도 10% 가까이 뛰었고 브로드컴 주가는 2.8% 상승했다. 인공지능 대장주로 불리는 엔비디아 역시 1.7% 올랐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대형 기술주 흐름은 다소 부진했다. 애플 주가는 1.9% 하락했다. 애플은 이날 연례 개발자 회의를 열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새로운 버전 음성비서 시리를 공개했다.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뒤집기 위한 승부수였지만, 투자자 반응은 미지근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도 각각 1% 이상 떨어졌고 메타와 아마존 주가 역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는 시장 전반에 온기가 퍼진 것이 아니라, 반도체 등 특정 종목에만 돈이 몰렸음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 이날 S&P500 지수에 속한 기업 중 320개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주말 사이 고조됐던 지정학적 위기감은 다소 누그러졌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일요일 주가지수 선물 거래가 한때 하락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역시 장 초반 급등했다. 하지만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종료했다고 밝히고 평화 협상을 위협하던 양측 긴장이 완화하면서 주식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0.82% 오른 배럴당 91.28달러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엑손모빌과 셰브론 등 주요 에너지 기업 주가는 유가 상승에 힘입어 1% 이상 올랐다. 유가가 오르면 원유를 채굴하고 판매하는 에너지 기업 수익성이 좋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을 강세장 지속을 위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다. 모건스탠리 마이크 윌슨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주가 하락을 건강한 재조정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어 연말까지 S&P500 지수가 800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씨티그룹 스콧 크로너트 애널리스트 역시 기업 이익 기대감이 커졌다며 S&P500 연말 목표치를 기존 7700에서 81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 마크 해펠레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인공지능 전망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기술주 주가가 기대치 충족 여부를 두고 압박을 받았지만 기업 기초 체력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분석이다.
증시 투자자들은 10일 발표를 앞둔 5월 소비자물가지수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물가가 1년 전보다 4.2% 올라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가 계속 높게 유지되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돈줄을 죄기 위해 이자율을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가 높으면 기업이 돈을 빌려 투자하기 어려워져 주식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자산운용사 웰스컨설팅그룹 지미 리 최고경영자는 물가 지표가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투자자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다음주 17일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결정 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이번 물가 지표 중요성은 더 커졌다.
개별 종목 가운데 통신 네트워크 칩 제조사 마벨 테크놀로지 주가는 10% 가까이 급등했다. 오는 22일 S&P500 지수에 새로 편입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보통 S&P500 같은 주요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대규모 펀드 자금이 기계적으로 유입되어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가상화폐 금융 서비스 기업 갤럭시 디지털 주가도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사업 진출 소식에 21% 폭등했다. 반면 덴마크 제약사 질랜드 파마 주가는 22% 폭락했다.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가 심각한 위장 부작용을 일으켜 임상 시험 참가자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소식이 악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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