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부족, 청년은 과신…단백질 열풍의 역설
2026.06.06 00:32
손기영의 즐거운 건강
노년기 체중 1㎏당 1.2g 이상 단백질 섭취를
불과 한 세대 전인 1980~1990년대에도 우리는 비슷한 형태의 유행을 경험했다. 다만 그때의 주적은 탄수화물이 아니라 지방이었다. 살을 빼고 동맥경화를 막으려면 기름기를 걷어내야 한다는 저지방 열풍이 불었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탁은 전통적인 한식 기반의 밥과 반찬 중심이었기에 전체 섭취 에너지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서구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식탁까지 저지방 열풍에 영향을 받았던 이유는 육류와 유제품 섭취가 많아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높았던 미국의 연구 결과나 식단 지침들을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체 대사 과정에는 결코 좋기만 한 영양소도, 나쁘기만 한 영양소도 없다. 특정 영양소를 과도하게 줄이거나 다른 하나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접근은 우리 몸에 가장 좋은 식단을 구성하는 접근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을 보면 하루 에너지 섭취 비율 중 탄수화물은 50~65%, 단백질은 10~20%, 지방은 15~30%를 적정 범위로 제시하고 있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강조되는 가운데 우리 몸에 여전히 가장 많이 섭취하는 영양소는 탄수화물이고, 일정 비율의 지방 섭취까지 골고루 분포된 밸런스 있는 식단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쓸모 없는 영양소는 없어…밸런스 중요
한편 노인층의 식탁은 정반대의 불균형을 보인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의 하루 에너지 섭취량 중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72%에 달해 권장 기준의 최상단인 65%를 꽤 넘어가고 있다. 반면 단백질 섭취 비율은 낮은 편인데, 이는 노인들이 물에 만 밥에 장아찌나 김치 몇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대표되는 간편식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상 노년기에는 노화로 인한 근육 소실을 막기 위해 성인 권장량(체중 1㎏당 0.8~1.0g)보다 더 많은 체중 1㎏당 1.2g 이상의 단백질 섭취가 권장된다. 몸무게가 60㎏인 어르신이라면 하루 최소 72g 이상을 채워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단백질이 절실한 시기임에도 오히려 섭취가 부족해지니 근육량이 급감하는 근감소증에 노출되기 쉽다.
그렇다면 단백질은 어떻게 먹어야 할까. 만약 체중이나 활동량을 고려해 하루 총 70~90g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를 특정 식사에 한꺼번에 몰아서 대량으로 섭취하는 것보다 매끼 고르게 분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성인 기준으로 우리 몸이 한 번에 흡수해서 근육 합성이나 세포 보수에 온전히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단백질의 양은 대략 20~30g 안팎이기 때문이다. 닭가슴살 손바닥 크기 한 덩이, 고등어구이 3분의 2 마리, 계란 3~5개 정도다. 이 범위를 뛰어넘어 한 번에 과도하게 많이 먹는다고 해서 그만큼 근육합성이 촉진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하루의 목표량을 세 끼 식사에 알맞게 나누어 배치할 때, 영양소는 비로소 버려지는 부분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몸의 자산이 된다.
건강을 위한 식단 관리는 영양소와의 전쟁이 아니다. 시대마다 얼굴을 바꾸며 찾아오는 유행 식단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과거의 저지방 유행을 기억한다면, 트렌드를 이해하되 특정 영양소를 극단적 많이 섭취하거나,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에 익숙한 노인층에 필요한 것은 매끼 단백질 반찬을 고르게 곁들이며 식탁 위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지속 가능한 건강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식탁이 아니라, ‘밸런스 있는 식사’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정석적인 원칙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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