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0일째 “팔자”… 코스피 한때 8000선까지 급락
2026.06.06 00:45
코스피가 미국 반도체주 약세에 발목 잡혀 5일 장중 한때 8000선까지 밀렸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시장 예상에 못 미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반도체주 전반에 대한 실망 매물이 쏟아진 여파다. 여기에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단기에 급등한 코스피에서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5.54% 급락한 8160.59에 마감했다. 장 초반 낙폭이 7% 가까이 커지면서 장중 8038까지 후퇴하는 등 80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또 프로그램 매매가 일시 중단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날 국내 증시의 하락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전날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인 것이다. 브로드컴이 다음 분기 실적 가이던스(전망)를 내면서 AI(인공지능) 반도체 매출 전망을 160억달러라고 했는데, 이것이 시장 예상치인 172억달러에 못 미친 게 도화선이 됐다. ‘AI 거품’이 재발한 것이다. 이에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브로드컴 주가는 하루 만에 12.59% 폭락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7.74%)·AMD(-3.56%)·샌디스크(-3.92%)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주도 줄줄이 급락 마감했다. 이날 국내 증시의 ‘투 톱’인 반도체 대형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6.4%, 9.9% 떨어진 32만9000원, 20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 행진은 이날도 이어졌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8000억원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20거래일 동안 69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120조원을 순매도했는데, 이 가운데 삼성전자(61조원)와 SK하이닉스(42조원)가 103조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기존에 설정한 한국 투자 비율 등을 맞추기 위해 국내 주식을 대거 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중순 이후 외국인 매도 규모가 하루 평균 3조원 수준으로 급격히 커졌다”며 “현재 매도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상장이 단기적으로 코스피의 하락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스페이스X는 12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인데, 총 5억5560만주를 공모해 약 750억달러(약 115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였던 사우디 아람코의 2배를 훌쩍 웃도는 규모다.
그러다 보니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공모를 위해 최근 글로벌 1위 수준의 급등세를 보인 코스피를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는 글로벌 유동성의 블랙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특히 글로벌 증시에 비해 상승률이 높았던 코스피에서 자금 이탈이 커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주도주의 과열 해소 과정에서 코스피의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6·3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당분간 증시 부양책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점도 코스피의 낙폭을 키운 한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는 4일 1.84% 하락한 데 이어, 이날은 5.54% 급락했다. 또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코스닥은 4일 2.31% 상승했다가 이날 4.5% 급락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끝나 단기적인 상승 재료가 사라졌다고 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물가와 환율 상승 우려, 스페이스X 상장에 따른 M7(미국 7대 테크주) 수급 우려, 실적 발표 공백기 등으로 인해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나스닥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