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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비트코인 운명의 시간? [강양구의 ‘사이언스 인사이트’]

2026.06.05 21:01

(5) 일반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 차이 아시나요


지난 5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가 IBM과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9개 양자 컴퓨팅 기업에 총 20억달러(약 3조원)를 지원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들 기업의 지분도 일부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만큼이나 양자 컴퓨터 개발의 주도권을 독점하려는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행보다.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양자 컴퓨팅을 내세운 기업의 주가가 출렁인다. 하지만 정작 양자 컴퓨터가 정확히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양자 컴퓨터가 세상에 등장하면 기존 컴퓨터는 무용지물일까? 정답은 ‘아니다.’ 양자 컴퓨터가 수년 내에 상용화될까? 역시 정답은 ‘아니다.’

양자 컴퓨터가 기존의 암호 체계, 예를 들어 은행의 비밀번호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무력화시킬까? 정답은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시점은 언제쯤이 될까?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양자 컴퓨터를 둘러싼 최소한의 기본 교양을 머릿속에 담고 있어야 한다.

양자 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와 달리 많은 양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수억년 계산을 단 몇 초로 줄이는 법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집 앞에 세워뒀던 자전거를 오랜만에 탈 일이 생겼다. 그런데 자전거 자물쇠의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다. 0000부터 9999까지 네 개 숫자를 맞춰야 열리는 자물쇠다 보니, 비밀번호 후보는 무려 1만개나 존재한다. 운이 좋아서 처음 한두 번 시도에 자물쇠가 열릴 수도 있지만, 재수가 없으면 1만번을 시도해야 할 처지였다.

평균을 내봐도 약 5000번의 확인 절차가 불가피하다. 일반적으로 비밀번호 후보가 N개인 자물쇠를 무작정 열기로 시도할 때의 평균 확인 횟수는 약 2분의 N(N/2)번이 되니까. 컴퓨터를 동원해도 마찬가지다. 속도는 빠르겠지만, 작업의 본질은 약 5000번 시도하는 일과 다를 게 없다. (다행히, 평소 좋아하는 숫자를 몇 개 조합해서 열 번 만에 성공했다!)

비슷한 상황이 또 있다. 여기 영업사원이 있다. 오늘은 이 영업사원이 거래처를 돌면서 수금하는 날이다. 어떤 순서로 거래처를 돌아야 최단 경로일까? 거래처가 A, B, C 세 곳이라면 처음 방문하는 거래처는 세 곳 중 하나, 두 번째로 방문하는 거래처는 남은 두 곳 중 하나, 세 번째로 방문하는 거래처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한 곳이다.

경로의 총수는 3×2×1=6가지다. 이 모든 경로를 파악해서 시간을 계산하면 최단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거래처 숫자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거래처가 n개라면 경로는 n×(n-1)×…2×1가지가 된다. 거래처 숫자가 10곳(n=10)만 돼도 362만8800가지나 돼서 비교할 엄두가 안 난다. 거래처가 20곳(n=20)이면 약 243경가지나 된다.

만약 거래처가 30곳이라면 1초에 1경(1016)회를 계산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로 모든 경로를 확인하는 데 약 8억년 이상이 걸린다. 이렇게 반복 연산이 필수인 문제라면 그 규모가 커질수록 계산 시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현재의 컴퓨터가 무용지물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양자 컴퓨터가 필요하다.

큐비트가 바꾸는 계산의 규칙

컴퓨터는 익숙한데 그 앞에 붙은 ‘양자’는 무엇일까? 물질을 계속해서 쪼개다 보면 원자, 전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원자 한 개나 전자 한 개를 살펴보면, 우리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물리 법칙 그러니까 뉴턴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원자와 전자는 전혀 다른 방식의 물리 법칙을 따른다. 이 물리 법칙을 ‘양자 역학’이라고 부른다.

양자 역학을 따르는 미시 세계에서는 원자나 전자가 우리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오른쪽과 왼쪽에 틈이 두 개 있는 판을 향해서 원자나 전자를 쏜다. 만약, 일상 세계라면 원자나 전자는 두 틈 가운데 한쪽만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원자나 전자는 오른쪽과 왼쪽 틈을 동시에(!) 통과한다. (이런 상태를 ‘중첩’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일반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차이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알다시피, 컴퓨터는 ‘0’과 ‘1’의 두 숫자를 이용하는 이진법을 이용한다. 왜냐하면, 이진법이 껐다(0), 켰다(1) 전기 신호에 가장 맞춤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컴퓨터가 처리하는 정보의 단위, 비트는 0이나 1 가운데 하나다. 2비트는 이들의 조합으로 네 가지 상태를 나타낸다.

2비트 일반 컴퓨터는 00, 01, 10, 11 이렇게 네 개의 패턴을 한 번에 하나씩만 처리할 수 있다. 반면에 양자 컴퓨터는 네 패턴 모두를 중첩해서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이런 양자 컴퓨터의 정보 단위를 흔히 ‘양자비트(quantum bit)’ 또는 ‘큐비트(qubit)’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양자 컴퓨터와 일반 컴퓨터의 결정적인 차이와 새로운 쓰임새가 등장한다.

양자 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와는 달리 엄청난 양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글머리에 언급했던 순차적으로 맞춰야 할 비밀번호 숫자가 열 자리로 늘어나거나, 영업사원이 돌아야 할 거래처 숫자가 늘어나더라도 양자 컴퓨터로는 감당할 수 있다. 은행 비밀번호나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비밀 체계가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비밀번호 체계의 아주 기본적인 원리는 소인수분해의 비대칭이다. 예를 들어 73×137=1001이다. 하지만 1001을 두 소수의 곱으로 나타내는 일(소인수분해)은 어렵다. 1994년 양자 컴퓨터로 이 소인수분해를 해결할 방법이 고안됐다(쇼어 알고리즘). 이 알고리즘은 비트코인이 사용하는 다른 종류의 수학 난제도 풀 수 있다. 양자 컴퓨터가 현대 암호 체계의 핵심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열렸다.

IBM의 카운트다운, 한국의 준비는?

현재의 양자 컴퓨터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사실 지금은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최선의 방식이 무엇인지조차도 과학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IBM과 구글이 초전도 상태의 전기 회로로 큐비트를 구현하는 방식을 밀어붙이고 있어서 그쪽으로 힘이 쏠리는 상태다.

여기서 또 다른 난점도 있다. 양자 컴퓨터의 양자 상태 유지 불안정이다. 실제 연산 단위인 논리 큐비트 하나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오류를 감지하고 정정하는 수백~수천개의 물리 큐비트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극도로 낮은 효율을 높이는 일은 또 다른 과제다.

IBM과 구글은 자신이 개발한 양자 컴퓨터 성능을 큐비트 숫자로 공개하고 있다. IBM의 로드맵대로라면 2029년 논리 큐비트 200개를 찍고서 2033년 약 2000개를 구현하는 양자 컴퓨터가 목표다. 비트코인의 암호 체계 일부를 가까스로라도 깨려면 약 2000개 안팎의 논리 큐비트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있다. 2030년을 전후해 비트코인 격파 쇼가 예상되는 이유다.

양자 컴퓨터가 산적한 난제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방어하는 쪽에서도 ‘양자 내성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같은 대비를 할 테다. 하지만 IBM과 구글이 앞서나가고 중국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뒤따르는 상황을 보면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능성만으로도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시장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양자 컴퓨터가 인공지능(AI) 성능을 개선하는 일과 결합할 때의 파장은 더욱 더 커진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한국 양자 컴퓨팅의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산업 차원에서 양자 컴퓨팅에 뛰어들 기업은 삼성전자 정도다. 그런데 고작 눈앞의 얄팍한 단기 성과를 나누는 일에 아등바등하는 삼성전자가 과연 새로운 미래 산업에 뛰어들 수 있을까?

[강양구 과학전문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2호(2026.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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