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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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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똑똑한 인간보다 다정한 인간에게 값을 더 지불할 것”

2026.06.05 17:01

[특집 | AI 시대] 트렌드 데이터 분석가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장

● 10년째 매년 데이터 집대성한 ‘트렌드 노트’ 출간
● 자기계발에서 자기 관리로…이제는 ‘자기 돌봄’이 핵심
● AI 혁신보다 ‘나와 함께해준다’는 정서적 유대감이 강력
● 뜨개질, 마라톤, 필사… 몸의 고통과 현장감 즐기는 문화
● 액막이 아이템 등 평정심 찾아주는 ‘운테리어’ 사업 유망
● 개인이 쌓아온 시간과 숙련 과정, 인간 고유 자산에 열광


트렌드 분석 전문가인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장은 “AI시대에 끝까지 살아남을 트렌드는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건강”이라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2026년 현재, 인공지능(AI)은 더는 낯선 도구가 아니다.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업무를 돕고, 취향을 읽어내며, 때로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반려(伴侶)’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은 몸의 고통을 동반하는 마라톤에 열광하고, 손끝의 감각이 살아 있는 아날로그적 삶으로 회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빅데이터를 통해 시대의 마음을 읽는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은 데이터 이면에 숨겨진 현대인의 불안과 그 불안을 다스리는 ‘마음의 습관’에서 그 답을 찾는다. 기계에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거는 ‘AI 반려화’ 현상은 연결 과잉의 시대에 인류가 느끼는 깊은 고독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한국갤럽, 리서치 인터내셔널 등에서 마케팅 리서치를 연구했다. 얼마 전까지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바이브컴퍼니(옛 다음소프트)에 몸담았으며, 지금은 빅데이터 분석 그룹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해마다 그해의 데이터를 집대성한 책 ‘트렌드 노트’ 시리즈를 10년째 출간한 저술가이기도 하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그에게 AI 반려화 시대에 더욱 빛나는 ‘인간만이 지닌 가치’와 끝까지 대체되지 않을 ‘인간 고유의 영역, ‘자기 관리’를 넘어 ‘자기 돌봄’으로 진화하는 2027년 트렌드까지 들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AI 기술이 재미있다’로 인식 바뀌며 ‘반려화’
동물이나 식물에 붙던 ‘반려’라는 단어가 AI에도 붙었다. 현재, 데이터로 본 ‘AI 반려화’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반려’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된 건 코로나 사태가 터진 2019년 말부터다. 당시 많은 사람이 생활 속 다양한 영역에서 반려동물, 반려식물처럼 정서적 교감을 나눌 대상을 찾았다. 생명체만 반려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가전에도 반려성이 스며들어 있다. 마치 반려동물을 대하듯 로봇청소기에 ‘로청’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거는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지금 가장 급상승하는 반려 관련 키워드가 ‘반려 AI’다. ‘대화하다’ ‘속내를 털어놓다’ ‘나를 알아봐 주다’ ‘나를 위로하다’ 등 바로 이런 게 AI 서비스가 가진 장점이다. 누구와도 나누지 못하는 대화를 AI와 나눌 수 있고, 비밀도 보장된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바로 응답(response) 기능이다. 말을 걸면 반드시 답이 돌아온다. 반려라는 키워드 자체가 인간의 오래된 본능인 동시에, 앞으로도 지속될 본능이다. 소비자가 새로운 기술에 애착을 형성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혁신적 기능보다 ‘나와 함께한다’는 반려성에 있다.”

대중이 AI와 ‘감정적’으로 유대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가 뭔가.

“2025년 3월에 일어난 지브리풍 사진 바꾸기 열풍이다. AI 기술이 ‘놀랍다’가 아니라 ‘재미있다’로 인식이 바뀐 시발점이다. 이때부터 AI가 업무 도구가 아니라 일상적 놀이 영역에 자리 잡았다.”

이후 눈에 띄게 나타난 변화를 떠올린다면?

“그 덕에 AI는 일상성을 확보하며, 서비스로서 활발하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경험 소비(AI 서비스가 보여준 전형을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는 것) 빈도가 높아졌다. 이를테면 가족사진을 AI로 바꿔 아버지에게 선물하는 경우다. 무엇보다 저변이 넓어졌다.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기기를 사용해 정보를 찾고 이해하는 능력)가 낮은 어르신들도 AI로 자기 사진을 바꿀 줄 안다.”

AI가 일상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면서 편리해진 만큼 아날로그에 더 열광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가 과거보다 더 갈구하는 ‘인간적 가치’는 뭔가.

“지금 유행하는 취미인 뜨개질, 필사(筆寫), 야구 직관(직접관람), 러닝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역사가 오래됐고, 아날로그적이고, 같이 할 수도 있지만 혼자 즐기는 게 가능하고, 손과 발을 거의 고통스럽게 움직이는 활동이라는 점이다. 몸을 가진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을 제공하는 장소로서 박람회, 축제, 꽃(자연)놀이도 인기다. 몸이라는 실체성을 가진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서다.”

AI 시대에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은 단순히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데이터 이면에서 발견되는 현대인의 고립감이나 정체성 혼란의 원인은 뭔가.

“1995년 웹의 시대, 2010년 앱의 시대, 2025년 AI 시대가 열렸다. 그때마다 초기에는 불안이 몰려왔다. 무언가 엄청난 것이 오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르니 불안하고 조급해졌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특히나 AI는 인간과 닮았지만, 지능은 인간이 따라갈 수 없다. AI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것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한다. AI는 레퍼런스도 방대해 인간이 따라갈 수 없다. 여기서 인간은 좌절감을 느낀다. 또 다른 원인은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데 있다. 저속노화 열풍을 중년이 아닌 젊은 세대가 주도했다. 노화가 무서워서다. 아름다운 고령의 모습을 얼마나 제시하지 않았으면 자연스러운 ‘나이듦’을 무섭다고 느끼겠는가. AI가 가져올 미래에는 비전, 축복, 긍정적 변화가 분명히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겁만 주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그런 긍정적 미래를 적극 주목해야 한다. 앱의 시대에 디지털 노마드가 탄생하고 시공간의 자유를 획득한 것처럼, AI 시대에는 누구든 능력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된다. 이는 인류에게 엄청난 선물이다.”

불안 관리템, 내 몸으로 느끼는 성취감에 열광
최근 1~2년간 대중의 행동 패턴에서 나타난 가장 흥미로운 습관의 변화는 무엇인가.

“불안함을 관리하기 위한 불안 관리템(안정감을 주는 행동이나 물건)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불안 관리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싱잉 볼(티베트와 네팔의 전통악기로 노래하는 그릇이라는 의미), 요가나 명상을 위한 아로마오일, 편안한 베개 같은 것들이다. 운을 좋게 만드는 운테리어·복테리어 아이템과 명태, 달항아리 같은 액막이 아이템도 인기다. 청년세대가 24절기와 제철 음식을 찾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지난해 동지에는 액운을 막아주는 동지팥죽과 팥시루떡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올해 초에는 관악산 정기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관악산 연주대 등반 열풍이 일었다. 2030세대는 자신에게 복을 빌고, 안정감을 찾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다. 이는 기계가 아닌 인간만이 느끼는 기분이나 기운에 큰 의미를 두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대중이 열광하는 키워드 중 겉으로는 기술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적 연결’이나 ‘자기효능감’을 중시하는 사례가 있나.

“스마트워치와 앱으로 운동량을 기록하는 러닝, 마라톤이 대표적이다. 운동과 담을 쌓고 살던 사람들이 러닝화와 운동복을 사서 코칭을 받는다. 처음에는 5㎞ 마라톤에 도전해서 완주해 메달을 따고, 다음에는 10㎞ 마라톤을 완주한다. 그다음은 하프 마라톤에 도전할 꿈을 꾼다. 마라톤 선수가 될 수도 없고, 대단한 기록을 세울 수도 없음에도 개의치 않는다. 내 몸으로 느끼는 성취감이야말로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실체성이란 이런 것이다. 일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성취감을 느끼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비전이 필요하다. 지금은 이 비전을 여가나 취미에서 찾는다. 마라톤용 신발이 비싸도 그 전문성에 투자한다. 이들에게 러닝은 남는 시간에 즐기는 취미를 넘어 ‘나’라는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매개체인 것이다.”

AI로 인해 초개인화가 가능한 시대다. 그럼에도 오히려 ‘집단적 경험’이나 ‘날것의 불편함’에 매료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나.

“트렌드는 길항(拮抗)이다.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반대되는 것이 이어서 뜨게 돼 있다. 롱패딩에 이어서 쇼트패딩이 유행하고, 디지털이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 디톡스도 뜨는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과 AI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아날로그 문화의 산물인 필름 카메라를 갖고 싶어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기술 아닌 ‘마음’에 투자할 때
현재 시장에서 기술이 아닌 ‘정서적 자산’을 가장 잘 공략하고 있는 브랜드나 서비스 사례를 꼽는다면?

티베트불교 수행할 때 쓰는 싱잉 볼(노래하는 그릇이라는 의미의 티베트 전통악기)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Gettyimage
“불교가 좋은 예다. 젊은 세대가 불교 행사나 사찰을 종교와 상관없이 즐겨 찾는다. 티베트불교 수행할 때 쓰는 싱잉 볼을 9시간 동안 치는 유튜브 명상 콘텐츠 조회수가 320만 회에 달한다. 인간의 마음에 투자하는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오래된 고유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 시그니처 아이템이나 사람이 있어야 하며, 내 손에 잡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 불교는 오랜 역사와 나를 알고자 하는 철학이 있다. 목탁이나 싱잉 볼이라는 상징물이 있고, 이걸 두드리고 명상하며 스스로 마음의 안정이라는 솔루션을 찾게 해준다.”

AI 반려화 시대에 기업이 단순한 ‘편의 제공자’를 넘어 대중의 ‘반려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 혹은 덕목은 뭔가.

“다정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자동차에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한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캐릭터가 유리할까. 똑똑한 비서? 선생님? 엄마? 그보다는 아마도 다정한 친구가 유리할 것이다. 상냥하고 다시 만나 대화하고 싶은 친구말이다. 인간이 갖춰야 하는 경쟁력 역시 다정함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 가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똑똑한 인간보다 다정한 인간에게 값을 더 지불할 것이다.”

2026년 하반기와 2027년을 관통할 핵심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보나.

“자기 돌봄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자기 계발 열풍이 불었고, 팬데믹 때부터 자기 관리를 중시하게 됐다. 그 자기 관리가 자기 돌봄으로 진화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생명이 연장되면서 자기 돌봄이 중요해지고 있다. 자기 돌봄은 자기 관리를 하면서 스스로를 돌본다는 개념이다. 그래서 힘들 때도 자신을 어르고 달래며 살아갈 의욕을 북돋운다. 제철 음식이 다시금 뜨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에게 선물처럼 몸에 이로운 음식을 먹이는 거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간 중심의 키워드’를 제시해 달라.

“서사다. 내년에 낼 ‘트렌드 노트’에 서사를 심도 있게 풀려고 한다. 올해 초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흑백요리사2’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흥미로운 점은 1편과 달리 2편에서 우승한 최강록 셰프의 레시피는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 대신, 요리하며 단 90초도 자신을 위해 써본 적이 없다는 그의 서사가 큰 울림을 줬다. 마지막 미션인 ‘나를 위한 요리’로 그는 가장 자신 있는 조림 요리가 아니라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을 선보였다. 자신의 서사를 요리로 만든 것이다. 최화정·홍진경·추성훈 씨가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은 것도 그분들이 저마다 쌓아온 시간과 경험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끝까지 대체되지 않을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끝까지 살아남을 트렌드는 건강이다. 가족이나 남을 위한 건강이 아닌 스스로 지키기 위한 건강 말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성취감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건강은 성취감과 비전을 모두 부여하는 자기 만족적 웰빙이며, 스스로 땀을 흘리고 노력해야 지켜낼 수 있는 대체 불가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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