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한 50대女...1년 후 혈액암 진단받은 불행의 씨앗은?
2026.06.05 18:02
고형암인 유방암 치료를 무사히 마친 50세 환자가 불과 1년 뒤 급성 혈액암을 진단받았다. 파키스탄 쇼카트 카눔 기념 암병원 연구팀은 유방암 보조 요법을 받은 후 1년 만에 부작용으로 혈액암에 걸려 숨진 50세 여성 환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환자는 유방암(우측 침윤성 관상피암 3등급) 진단을 받은 뒤 경제적·종교적 이유로 항암제를 쓰는 항암화학요법을 거부했다. 대신 황체형성호르몬 방출 호르몬(LHRH) 유사체와 레트로졸을 병용한 신보조 호르몬 요법과 졸레드론산 투여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유방 보존 수술과 액와 림프절 절제술에 이어 보조 방사선 치료를 끝냈다. 치료 직후 영상 검사에서는 재발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환자는 약 1년 뒤 윗배 통증, 검은 변, 호흡 곤란, 멍듦 등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심전도 및 혈액 검사 결과, 혈액암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의 일종인 급성전골수구백혈병(APL)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즉시 올트랜스 레티노산과 이다루비신 등으로 치료를 시작했으나, 환자는 두개 내 출혈 등 합병증으로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다가 며칠 만에 숨졌다.
이 사례 연구 결과(From Solid Tumor to Hematologic Malignancy: A Case Report of Acute Promyelocytic Leukemia Following Breast Cancer Treatmen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암은 크게 혈액암과 고형암으로 나눌 수 있다. 혈액암은 골수에서 생기는 백혈병·림프종·다발성골수종 등이며, 고형암은 혈액암 외 장기(조직)에 생기는 모든 암을 일컫는다. 이 사례 속 환자는 고형암인 유방암을 치료한 뒤 혈액암(이차성 혈액암)에 걸린 비교적 드문 사례다.
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선이나 약물의 자극은 골수 세포의 DNA에 손상을 입힌다. 이 손상된 DNA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15번과 17번 염색체 조각이 서로 잘못 결합하는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비정상적인 융합 유전자는 혈액 세포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고, 결국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 미성숙 세포가 골수 내에서 과다 증식하게 되면서 급성 혈액암을 일으킨다. 이를 치료연관 혈액암이라고 한다.
대규모 역학 조사 결과를 보면 유방암 환자가 치료 후 이차성 혈액암에 걸릴 확률은 약 0.2~1.8%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10년 추적 관찰 연구에서는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유방암 생존자가 급성골수성백혈병(AML)에 걸릴 발병률이 약 1.8%로 나타났다. 국내 대학병원의 연구 결과에선 이보다 낮은 약 0.2% 안팎의 발병률을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유방암 환자 100~5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항암제를 전혀 쓰지 않고 호르몬 요법과 방사선 치료만으로 1년 만에 혈액암에 걸린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편 이차암의 모태가 되는 원발성 유방암의 발병률은 한국 여성이 미국 여성보다 훨씬 더 낮다. 미국 암학회(ACS)에 의하면 이는 유전적 요인보다는 환경과 생활 습관의 격차에서 비롯된다.
첫째,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과 양에 비례한다. 폐경 후에는 난소가 아닌 지방 조직에서 에스트로겐이 만들어진다. 미국의 성인 비만율(BMI 30 이상)은 40%를 넘는 반면, 한국의 경우 5~7% 수준이다. 미국의 높은 비만율이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
둘째, 임신과 모유 수유 기간에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억제돼 유방암 예방 효과가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수십 년 앞서 초산 연령의 상승, 출산 횟수 감소, 모유 수유 기피 등 경향을 겪었기에 그 위험 요인이 현재의 60~70대 고령층에 나타나고 있다.
셋째, 미국의 유방암 발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높아지며 환자의 평균 나이는 약 62세다. 반면 한국은 과거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사이에 정점을 찍었고 최근 점차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넷째, 미국 여성들은 폐경 증상 완화를 위한 호르몬 대체요법(HRT)이나 경구피임약을 한국 여성보다 훨씬 더 오래 사용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유방암 치료를 받으면 무조건 백혈병 위험이 커지나요?
A1.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 유방암 환자 중 치료연관 혈액암이 발생하는 비율은 0.2%~1.8%로 매우 낮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혈액암을 겪지 않으니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유방암 생존율이 높아져 장기 생존자가 늘어남에 따라 정기 검진 때 혈액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Q2. 호르몬 치료나 방사선 치료만 받아도 혈액암이 생길 수 있나요?
A2. 매우 드물지만 가능합니다. 치료연관 혈액암은 주로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등 세포독성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뒤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호르몬 요법과 국소 방사선 치료만 받은 환자에도 발병할 수 있습니다.
Q3. 유방암 완치 후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혈액암을 의심해봐야 하나요?
A3. 특별한 이유 없이 피부에 멍이 자주 들거나, 빈혈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숨이 차는 증상, 잇몸 출혈이나 검은변, 원인 불명의 극심한 두통 등이 나타나면 골수 기능 이상이나 응고 장애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일반 혈액검사인 전혈구(CBC)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