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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망설일 때 아이들이 개척했다… 학교로 들어간 교회들

2026.06.05 16:41

“우리 아이들이 교역자보다 낫다”… 사역자 대신 학생 리더 세워 선순환
우울증·방황 겪던 학생이 전도자로… 교단 차원 ‘학원선교’ 제도적 지원
엄혜진 성서교회 목사가 '다음세대가 없는 교회에서 다음세대를 품는 교회로'라는 주제로 강단에 올라 학교 현장 개척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높은 위치에 놓인 강대상에 빨간 카펫이 깔린 전형적인 교회 예배당. 장년 출석은 200명에 달했지만 중고등부는 10명 안팎이었다. 그마저 줄어드는데도 교회 안 누구도 이를 위기로 느끼지 못했다. 경기도 용인 성서교회(송대진 목사) 청소년부를 맡은 엄혜진 목사는 코로나 시기 일대일 양육과 수련회 등 할 수 있는 것을 다 쏟았지만 아이들의 발길은 뜸해졌다. 밤마다 남편에게 “내가 사역자로서 자질이 없는 건가”라며 눈물로 하소연하던 날들이었다.

반전은 교회 문턱을 넘어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교회엔 다음세대가 없다고 외치지만 학교엔 아이들이 많다”는 강의에 도전을 받은 엄 목사는 수련회 수양관 대신 아이들을 학원복음화 집회로 데려갔다. 변화는 한 학생에게서 시작됐다. 평소 교회 출석이 뜸하던 학생이 “제가 학교에서 기독교 동아리를 해보겠습니다”라며 먼저 손을 든 것이다.

이 학생의 헌신으로 지역 중학교에 기도모임이 세워졌고, 예수를 들어본 적 없던 친구들이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피자를 먹으러 동아리에 왔던 3학년 장기 결석생이 다시 예배당을 찾기도 했다. 현재 중고등부 출석 인원은 15명으로, 과거와 달리 지금 출석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 현장에서 동아리를 섬기는 전도자들이다.

제1회 백석총회 학원복음화 세미나에 참석한 교단 관계자들과 목회자들이 단상에 모여 다음세대 사역을 향한 결의를 다지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엄 목사는 5일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열린 백석총회(총회장 김동기 목사) 제1회 학원복음화 세미나에서 “다음세대가 없던 교회가 이제는 다음세대를 품는 교회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변하자 어른들이 움직였고, 3월 이후 매달 모인 후원금은 800만원가량 쌓였다.

십자가 목걸이 한 선생님 찾고, 운동장에서 찬양

선교적 교회를 표방하는 새중앙교회는 학원복음화 사역을 통해 다음세대를 잇고 지역 교회와 연합에 나섰다. 16년째 교회에서 청소년 사역을 맡고 있는 김신유 목사는 ‘유스비카’(유스비전캠퍼스)라는 이름으로 지역 중·고등학교 45곳에서 기도모임을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학년별로 학생 리더를 세우는 데 부흥의 비결이 있었다.

김신유 새중앙교회 목사가 단상에 올라 지역 중·고등학교와의 공식적인 MOU 체결 및 파트너십 구축 사례를 소개하며 사역의 확장을 설명하고 있다.


김 목사는 “우리 아이들이 교역자인 나보다 백 배 더 잘한다”고 강조했다. 방안에 갇혀 글만 쓰던 한 중학생 아이는 기도모임을 만들기 위해 교무실에서 십자가 목걸이를 한 선생님을 찾아다녔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기독교 영상이 떠 있는 과학 선생님을 우연히 발견해 도움을 청했고, 학교 과학교실에서 첫 모임이 시작됐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 아이는 3월 한 달간 운동장에서 찬양을 부르며 모임을 알렸고, 결국 목회자의 딸이었던 친구가 합류해 모임을 학교에 새로 열었다.

김 목사는 “기도모임을 섬기는 리더 아이들 중에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약을 먹었던 친구들도 있다”며 “하지만 그 아이들은 ‘학교에 나와 똑같이 아픈 친구들이 너무 많은데, 그 마음을 이해해보라고 하나님이 나를 먼저 겪게 하신 것 같다’며 다시 교실로 들어간다”고 전했다.

“내가 가고 싶은 학교라도 양보한다”

이 사역은 단일 교회를 넘어 인근 지역 교회들과의 연합으로 확장되고 있다. 다른 교회 학생이 리더를 맡으면 그 자리를 넘긴다. 김 목사는 “교회끼리 경쟁이 일어나지 않느냐고들 묻지만, 내가 들어가고 싶은 학교라도 그 지역 교회에 맡기고 우리 아이들을 그 교회 모임에 붙여준다”고 말했다.

때로는 학교가 문을 열기도 한다. 김 목사는 성동중학교 비신자 학생 13명에게 악기를 가르쳐준 것을 계기로 학교 안에 사무실을 얻었다. 그는 금요일마다 학교로 출근해 쉬는 시간마다 간식을 나눠주고 매월 운동장에서 찬양 버스킹을 연다.

새중앙교회의 황덕영 담임목사가 강단에 올라 참석자들에게 축사를 전하고 있다.


부흥 현장을 포착한 백석 총회는 교단 차원의 제도적 지원을 모색했다. 이날 세미나는 최새롬 선교사가 섬겨온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 사역을 교단 차원으로 확장하려는 첫 공식 행사였다. 백석총회는 2022년 학원선교사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학원선교위원회(위원장 서충환 목사)를 신설했다. 또한 이날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은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대표 이선 목사)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사역의 외연을 넓혔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회장 이선 목사와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 대표 최새롬 선교사가 5일 초·중·고등학교 복음화를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황덕영 새중앙교회 목사는 축사에서 “경찰서도 병원도 주민센터도 있는 동네 전체가 우리 선교 현장”이라고 말했고, 김동기 총회장도 이날 설교에서 “지나치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가 예수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바깥에 넘쳐난다”

이날 강의에서 최새롬 선교사는 이 사역이 왜 필요한지를 비신자 청소년의 시선으로 진단했다. 교회에 처음 온 학생들이 복장이나 흡연 문제로 입구에서 제지받고 “교회와 맞지 않는다”고 받아들이거나, 헌금을 회비로 오해하는 사례를 들었다. 처음 오는 이들이 교회를 이해하고 적응할 품을 기존 성도들이 내어줘야한다는 것이다. 최 선교사는 인구 감소 위기 속에서도 불교 등 타 종교와 하나님의교회 등 이단이 학교의 공식적인 제도를 통로로 활용해 다음세대에 먼저 다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새롬 선교사가 강단에 올라 학원 사역의 필요성과 교회-가정-학교를 잇는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 사역 모델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최 선교사는 “타 종교와 이단은 다음세대가 없다고 말하지 않고, 500만여명에 달하는 학령인구 전체를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한다”며 “다음 세대가 없는 것이 아니라 교회 바깥에 넘쳐난다. 중요한 건 학교 현장의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들을 어떻게 교회 안으로 담아내느냐”고 강조하며 한국교회의 인식 전환과 연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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