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은 졌어도, 보수는 지지 않았다… 吳·韓이 띄운 보수 재건
2026.06.05 16:00
지난 6월 3일 치러진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15.7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한 달 전 여러 기관별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박 후보 수치의 특징은 두 후보에 비해 비교적 지지율 편차가 작았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초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의 경우 30~44%를 오갔고, 무소속 후보였던 한동훈 당선인은 22.9~33.5% 사이에서 움직였다. 이에 비해 박 후보는 21.5%에서 26% 사이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 후보가 44%, 한 당선인이 22.9%의 지지율을 기록한 여론조사는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기관인 '여론조사꽃'이었는데, 여기서조차도 박 후보는 24.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5월 중순 이후 여론조사 결과 흐름을 보면 한 당선인이 박 후보의 지지율을 흡수하면서 하 후보를 앞서거나 근접하는 것으로 수렴했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부산 지역에서 있었지만, 한 당선인은 단일화에 집착하지 않았다. 6월 3일 보궐선거 개표 결과 한 당선인은 42.96%의 득표율로 41.26%를 얻은 하 후보를 1.7%포인트 차로 이겼다. 한 당선인으로 보수진영이 단일화할 경우 박 후보의 지지율이 그대로 한 당선인에게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한 당선인이 박 후보의 지지율을 그대로 흡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권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해서 자발적 단일화를 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북구갑 보궐선거 결과를 2024년 치러진 22대 국회의원 선거 때와 비교해보면 도출될 수 있는 메시지는 더 또렷해진다. 당시 전재수 민주당 후보는 52.31%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서병수 국민의힘 후보는 46.67%를 기록했다. 종합하면 22대 총선과 비교할 때 민주당은 '전재수 개인기'가 사라지며 지지율이 11%포인트 폭락한 반면, 한동훈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전체 파이를 12%포인트 가까이 키웠다. 보수 유권자들이 기존 '국민의힘 간판'을 거부하고 '한동훈'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보수 재건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더 극적이었다. 선거 초반 국민의힘 당권파는 비윤으로 분류되는 오세훈 당선인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이정현 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친윤세력과 절연할 것을 요구하며 당내 경선 후보 등록을 거부한 오 당선인을 향해 "후보 없어도 공천기강을 세울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장동혁 대표도 당시 '오 시장이 인적 쇄신,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공천 신청을 미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기자 질의에 "공천은 공정이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정현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오세훈 후보의 최측근 인사는 "장동혁(대표)이 오세훈 아닌 다른 인물들을 끊임없이 거론하는 건 오세훈이 출마하는 것보다 차라리 선거에서 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이렇게 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끊임없이 오세훈 대안론이 흘러나왔다. 당권파는 나경원 의원과 신동욱 의원 등을 오세훈 당선인의 대안으로 출마를 추진했으나 불확실한 선거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버리고 나서는 후보는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오 당선인이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나섰지만 선거 판세는 계속 어렵게 흘러갔다. 그는 선거 내내 정원오 민주당 후보에게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었다. 여론조사가 선거 당일에 가까워질수록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정 후보에 근접했지만, 정 후보를 넘어서는 조사 결과는 없었다. 선거 일주일 전 오세훈 캠프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많이 따라붙긴 했어도, 적극 투표층 쪽에서 정원오 후보 쪽 지지율이 높다"며 "아직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서소문고가 붕괴 사고라는 악재도 맞이했다.
선거 당일 오후 발표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서도 46.0%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돼 정 후보의 51.4%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표 과정도 극적이었다. 개표 초반 오 당선인이 정 후보에 큰 격차로 밀리며 패색이 짙어 보였으나 자정을 넘긴 뒤 표 격차를 빠르게 좁혔고, 새벽 사이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4일 오전 승리를 확정 지었다. 오 당선인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를 비롯해 용산·동작·광진·영등포·강동 등 한강벨트, '족집게구'로 꼽히는 중구와 양천구 등 모두 10개 구에서 정 후보를 앞섰다. 나머지 15개 구에서는 정 후보가 우세했지만, 오 당선인은 강남 3구 등에서 표차를 각각 10만표 안팎으로 크게 벌리며 전체 승부를 뒤집었다. 특히 오 당선인이 앞선 10개 구가 대부분 부동산에 예민한 지역이란 점에서 이재명 정부에 뼈 아픈 결과라는 지적이다.
인물난 사라진 보수
두 사람의 승리는 장동혁 체제에 대한 보수층의 심판이란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한 당선인은 장동혁 대표 체제 아래서 쫓겨났다. 장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는 선거 내내 하정우 심판론보다 한동훈 심판론에 무게중심을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게다가 부산 북구갑은 민주당 소속의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3선을 한 텃밭이었단 점에서 한 당선인에게는 쉽지 않은 지역구였다. 그런 그가 박 후보의 지지율을 고스란히 흡수했다는 건 당권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보수층 여론은 장 대표의 극우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왔지만, 정작 장 대표는 보수가 궤멸한 원인을 한 당선인에게서 찾았다. 때문에 장 대표 체제 아래서 처음 치러진 선거, 그중에서도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는 보수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결국 민심은 장 대표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장동혁 지도부에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 당선인 역시 장 대표와의 거리두기를 통해 선거운동을 치러서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하는 지원 유세에 합류하지 않았다. 지방선거에서 가장 상징성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와 당 지도부가 따로 선거운동을 한 것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일이다. 오 당선인 측은 장 대표의 선거 지원이 중도층이 많은 서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장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은 20% 아래에서 머물렀다. 한 당선인에 비해 보수층 확장성 측면에서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 오 당선인은 이보다 높은 30% 중반의 지지율을 꾸준히 기록했다. 그런데 선거 득표율이 50%에 육박했다는 점은 '극우'를 걷어낸 보수가 얻을 수 있는 지지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역시 장 대표에게 뼈아픈 지점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강성 세력을 심판하려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며 "여야를 떠나 평택을에 출마한 조국의 경우도 이 같은 민심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부동산도 영향을 미쳤고, 조작 기소 특검에 대한 반발심도 표심으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으며, 한 당선인 당선에 대해서는 "보수 세력이 지리멸렬하는 가운데 나온 (민심이 선택한) 대안"이라고 평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보수가 보수를 심판했다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며 "정확히 표현하자면 '보수가 극우 세력을 심판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보수 개혁의 가능성을 본 선거다. 수도권 등 지도자가 아슬아슬하게 비등했던 지역이 많았고 울산, 부산, 강원, 충청 등에서도 당초 우려했던 만큼 완패한 수준은 아니다. 민심이 완전히 등 돌린 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당대표가 극우 세력과 완전히 절연하고, 건강한 합리적 보수 중심의 정당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다음 총선은 해볼 만하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장동혁 체제부터 빠르게 끝내는 것이 보수의 최우선 과제다."
보수 재편 시작됐다
일단 이번 선거 결과로 보수 진영의 재편 움직임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오 당선인은 서울시 행정에 전념한다고 치면, 재편의 중심에는 한 당선인이 있다. 일단 그의 복당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 당선인은 그동안 국민의힘에 복당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하지만 당권파는 "한동훈 (전) 대표의 복당 문제는 당원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사실상 불가 입장을 내비쳤다. 한 당선인 측도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한 당선인 측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당의 사정과 장동혁 지도부가 어떻게 정비되느냐에 따라서 복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서울로 올라가서 중앙 정치에 개입할 수는 없고 한동안은 여러 가지 시동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지도부도 그렇고 기존 원내 의원들은 이제 한동훈이라는 존재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며 "친윤들도 보수 재건의 무게추가 한동훈에게 실리면 결국 그 방향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고, 향후에는 친윤이냐 친한이냐가 의미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한 당선인의 복귀와 당권 주도 가능성'에 대해 "아직 직접적으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며 "한동훈 (전) 대표를 싫어하는 당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앞으로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복귀를 둘러싼 양측의 충돌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조경태(6선, 부산 사하구을) 의원은 주간조선에 "한동훈 전 대표의 복귀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지만 당내 일부 세력들이 한 전 대표의 복귀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장동혁 지도부는 이제 안 된다'라는 것이 증명되면 전체적으로 그런 여론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는 절대 안 받아줄 것"이라며 "한동훈 입장에서는 현 지도부가 옹졸하게 막아서는 그림이 되면, 안 돼도 밑질 게 없는 싸움"이라고 전망했다.
한 당선인의 국민의힘 복귀 여부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친한계 인사는 주간조선에 "한동훈 전 대표의 복당은 향후 원내대표 선거와도 연결돼 있다"며 "비교적 현 지도부와의 관계와 친윤 색깔이 옅은 김도읍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한동훈의 복당이 빨라질 수 있고, 지도부 쪽 인사가 (원내대표가) 되면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송언석 현 원내대표의 임기는 6월 15일까지로, 이달 중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차기 후보로는 김도읍(4선, 부산 강서), 정점식(3선, 경남 통영·고성), 성일종(3선, 충남 서산·태안)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예 개혁신당과의 합당이나 신당 창당 같은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만 아직까지 이런 시나리오는 정치적 상상의 영역이다. 한 당선인 측 관계자는 "지방선거 전이면 몰라도 선거가 끝난 지금은 당과 당 사이, 혹은 한 당선인과 이준석 대표 간의 연합 등이 이루어질 동력이나 명분이 없다"며 "차기 총선이나 다음 대선 국면에서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조 의원 역시 "결국에는 이준석 대표와 같이 가야 한다"면서 "다만 한동훈 전 대표와 이준석 대표 사이가 좋지 않다. 지금 보수가 분열돼 있는데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이준석, 유승민, 안철수, 조경태 등 인물들의 색깔이 합쳐지면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신당 창당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제 그 시나리오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2028년 총선을 겨냥해 보수 신당을 띄울 텐데, 한동훈이 전면에 서고 오세훈 시장이 뒤에서 든든하게 파트너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에 당내 비윤계인 안철수·유승민 같은 인물들이 대거 합류하고, 수도권의 똑똑한 당협위원장들과 친한계 의원들이 뭉치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시 못 할 강력한 '보수 신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오세훈의 서울시장 수성으로 장동혁 대표가 자리를 유지할 명분이 생겼다"며 "한동훈의 복귀를 지도부가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당선인과 한 당선인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둘 다 '윤어게인'에 동일하게 반대 입장이므로 향후 보수 재편 과정에서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선 인물난도 해결?
무엇보다 이번 선거가 보수 진영 입장에서 긍정적인 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인물난'에 허덕이던 보수 정치권에서 가능성을 보인 인물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던 숫자에서도 드러나듯 오 당선인이나 한 당선인의 경우 40~50%에 달하는 득표율을 통해 현 보수정당이 단순히 보수층을 넘어서 중도층으로도 확장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요 화두였다는 점에서 오 당선인은 이재명 정부와 맞설 수 있는 중앙 무대의 대항마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차기 총선이나 대선에서 보수가 승리하려면 어찌됐든 강성 보수까지 힘을 합해야 하는데, 이 지점이 한 당선인에게는 아킬레스건이다. 국민의힘 내 현 당권파를 지지하는 당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한동훈보다 이재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 당선인과 감정의 골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오 당선인의 득표율은 보수 진영의 총합이란 점에서 이미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지적이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윤어게인' 세력에 휘둘리면 미래가 없다는 걸 잘 안다. 현재 당내에는 똘똘 뭉친 '윤어게인' 강성 세력 40%가 있고, 나머지 비당권파 세력 60%는 갈갈이 쪼개져 있어 40%가 전체를 이기는 구조다. 장동혁 대표도 이걸 믿고 '윤어게인'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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