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수백억 있어야 주주? 문턱 높인 고려아연…MBK·영풍은 ‘NGO’ 역공
2026.06.05 10:41
시총 고려시 수백억원 자산가만 추천가능
소액주주 배제 논란…‘무늬만 공모’ 지적도[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010130)이 주주 추천을 통해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받겠다고 공고한 가운데 일반 소액주주를 배제한 세팅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자체 후보 추천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소액주주와 시민단체가 검증한 후보를 올리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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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일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다가올 임시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주주의 자격으로 △발행주식총수의 0.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하거나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 등을 공고했다. 주주 1인당 1인의 사외이사 후보가 추천 가능한 구조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서 공식 주주제안을 하기 위한 기준은 △지분 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다. 이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조치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개별 기업의 사외이사 추천 요건은 이사회의 자율적 결정 사항인데다, 법적 기준보다 문턱을 5배나 낮췄다는 명분까지 챙겼다.
문제는 실질에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시가총액 규모를 고려할 때, 0.1%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최소 수백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사실상 일반 소액주주나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후보 추천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구조다. 실제 올해 3월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을 0.1% 이상 보유한 주주는 47인에 불과하며, 상당수는 최윤범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주주 참여를 확대하는 공모 형식을 취했지만, 시가총액 규모를 고려할 때 일반 소액주주의 진입을 원천 차단했다는 점에서 무늬만 주주 추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법이 보장하는 주주 평등주의의 정신을 형식적 요건으로 교묘히 비틀어 대주주 입맛에 맞는 이사회를 구성하려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주주 추천 공모제를 선제 도입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사례와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극명하다. KT의 경우 ‘1주 이상을 6개월 보유한 주주’에게 사외이사 추천 자격을 부여했고, 현대모비스는 보유 기간이나 주식 수 제한 없이 ‘단 1주’만 가진 주주에게도 추천 문호를 개방했다. BNK금융지주 역시 일반 소액주주가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 당국과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이같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MBK·영풍 측은 분리선출 감사위원에 대한 자체 인사 추천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고려아연 주식을 1주 이상 보유한 모든 일반 소액주주와 전문가 단체로부터 후보를 공개 추천받겠다는 입장이다.
MBK·영풍 측은 “추천된 후보들은 독립성, 전문성, 감사위원으로서의 적합성 등을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NGO 기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투명한 검증 절차를 통해 평가할 것”이라며 “고려아연 전체 주주를 대표할 수 있는 후보로서 주주제안 절차를 통해 추천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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