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서울 표심 ‘재건축 지도’ 따라 움직였다 [이슈&뷰]
2026.06.05 11:34
한강벨트, 인허가·정책 연속성 선택
목동·여의도·압구정서 오세훈 강세
‘정원오 텃밭’ 성수마저 약진 이어져
목동·여의도·압구정서 오세훈 강세
‘정원오 텃밭’ 성수마저 약진 이어져
6·3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선인의 대역전승을 끌어낸 것은 ‘부동산 민심’ 이었다. 압구정·여의도·목동을 비롯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홈그라운드’였던 성수동까지 이른바 ‘압여목성’ 등 한강벨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오 후보 지지가 우세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신속한 사업 추진, 정책 연속성에 대한 기대감이 정비사업 예정지 표심을 움직인 것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개표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앞선 지역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강동·광진·동작·서초·송파·양천·영등포·용산·중구 등 10곳이었다.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주요 지역이 대거 포함된 결과다. ▶관련기사 4면
가장 뚜렷한 흐름은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재건축이 예정된 양천구에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단위별 개표 결과에 따르면 양천구 18개 행정동 가운데 오세훈 후보가 우위를 보인 곳은 목1동, 목3동, 목5동, 신정1동, 신정6동, 신정7동 등 6곳이었다. 이들 지역은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권역과 지리적으로 맞물린다.
구청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하면서 양천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국민의힘이 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한 8곳(강남·강동·광진·송파·서초·용산·양천·중구) 중 한 곳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데 3·7단지를 제외한 12개 단지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다. 14개 단지 모두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2030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고도제한 강화가 예정돼 있어, 목동 재건축 단지들은 그 전에 사업시행인가까지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향후 규제 변화와 무관하게 사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교체 시 목동 일대 재건축 사업 속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정비사업 예정지 표심을 결집시킨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역시 이를 인지하고 목동 재건축을 적극 행정 지원 중이다. 14개 단지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목동6단지는 지난달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 선정부터 조합설립까지 30개월이 걸려 역대 최단 기간을 기록했고, 통합심의 접수부터 통과까지도 5개월 만에 마무리돼 최단 기록을 세웠다.
성동구에서도 재개발 추진 지역을 중심으로 표심이 갈렸다. 특히 성동구청장 출신 정원오 후보의 텃밭으로 인식됐던 성수전략정비구역 1·2·3·4지구가 자리한 성수1가제1동과 성수2가제1동에서 오세훈 후보가 정 후보를 앞섰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사업 규모가 약 8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대형 정비사업지다.
이 곳은 서울시가 2023년 한강과 직접 연결되는 수변친화 주거단지 조성 계획을 내놓은 뒤 장기간 정체됐던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전체 4개 지구에는 9000가구 이상 공동주택과 최고 250m 높이의 랜드마크동이 계획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속도가 빠른 성수1지구는 지난 4월 GS건설을 시공사로 확정했으며, 공사비 2조1540억원 규모로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최대 사업지로 꼽힌다.
비교적 고른 지지세를 보인 영등포구에서도 대규모 재건축을 앞둔 여의도동만큼은 오세훈 후보에게 71.8%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여의도에서는 대교·시범아파트 등 15개 단지, 약 1만5000가구 규모의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대교아파트다. 대교아파트는 지난달 영등포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2024년 1월 조합설립 이후 2년 4개월 만, 지난해 8월 사업시행인가 이후 9개월 만에 관리처분인가까지 마무리되면서 빠른 사업 속도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압구정 2·3·4·5구역의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된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오세훈 후보 득표율이 84.5%에 달했다. 서울 전역 행정동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득표율이다. 압구정 2~5구역은 총 1만가구 이상, 공사비만 12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급 한강변 재건축 벨트다.
마찬가지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추진 중인 이들 구역은 모두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마쳤다. 향후 압구정2구역은 약 2700가구, 3구역은 약 5800가구, 4구역은 약 1790가구, 5구역은 약 1540가구 규모로 재편될 예정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오세훈 시장 당선 자체가 시장에서는 민간 중심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표심에서도 한강벨트와 강남권 등 재건축·정비사업 호재가 밀집한 지역에서 우세가 나타난 점이 특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는 이미 조합설립인가 단계까지 진행된 정비사업장이 많아 이들이 순차적으로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을 거쳐 이주 단계에 들어가면 이주비 문제가 민감한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며 “모든 사업장을 서울시가 지원하기는 어렵더라도 지자체 차원에서 이주 수요에 대비한 재원과 제도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윤성현·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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