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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피하자”…해외 집 사는데 3200억 송금

2026.06.05 11:16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 한은 자료 분석
1~4월 송금액 3191억, 작년 전체의 35%
다주택자 규제 등 작년 규모 뛰어 넘을듯
미국, 최대 투자처…엔저에 日 수요 급증


[AP]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국내 거주자가 송금한 금액이 올해 들어 32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과 비거주주택에 대한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자,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해외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엔화 약세, 경기회복 기대감이 맞물린 일본 투자 수요가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거주자의 부동산 취득 목적 해외 송금액은 2억1030만달러(약 3191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전체 송금액(5억9050만달러)의 약 35%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 속도대로라면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한 송금액이 지난해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해외 부동산 취득을 위한 송금액은 2021년 5억8900만달러(9038억원)에서 ▷2022년 5억4090만달러(8300억원) ▷2023년 3억6680만달러(5629억원)까지 감소했다. 그러다 ▷2024년 4억1950만달러(6437억원)로 상승한 뒤 ▷2025년 5억9050만달러(9061억원)까지 뛰었다.



업계에서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늘어난 데는 고강도 규제, 자산 분산 수요 등을 꼽는다. 해외 부동산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다. 국세청이 역외 탈세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신탁 신고를 강화하는 등 조처를 하고 있지만 국내 다주택 취득 시 적용되는 대출 규제나 과세를 피할 수 있다.

올해 4월까지 해외 부동산 취득을 위한 송금액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1억1200만달러(1719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 3600만달러(552억원), ▷기타 3130만달러(480억원) ▷아랍에미리트 1390만달러(213억원) ▷호주 760만달러(117억원) ▷말레이시아 250만달러(38억원) ▷캐나다 220만달러(34억원) 순이었다. 이 중 올해부터 일본 부동산 투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4월 일본으로 송금된 금액은 지난해 연간 송금액(7770만달러)의 46.3%에 육박했다.

올해 초 일본 오사카에 있는 1억5000만엔 규모 타워맨션을 매입한 A씨는 “원화 자산에만 집중하기보다 자산을 분산하고 싶었다”며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엔화 약세 국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일본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규제도 상대적으로 적다”며 “국내에 비해 안정적인 정치구도를 갖췄다는 점도 투자 이유”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규제를 피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현지에서는 ‘한국인 집주인 유치’ 움직임도 나타난다. 서울글로벌부동산협회 소속 중개사들은 이달 17일부터 22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동남아 해외부동산 투어’를 진행한다.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 현지 부동산 업체가 쿠알라룸푸르로 국내 공인중개사들을 초청한 지 약 6개월만으로 국제학교 진학 수요 등과 연계해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외 부동산이라고 해서 세금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 부동산 양도차익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이중과세 방지 협정에 따라 현지에서 낸 세액을 공제한 뒤 나머지를 국내에서 내는 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해외에서 양도소득세를 냈을 경우, 국내에서 이를 공제받을 순 있지만 국가별 과세 체계와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 세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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