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40원 돌파…금융위기 이후 최고
2026.06.05 00:00
1500원대 환율 13거래일째 지속…정부 "과도한 쏠림 즉시 대응"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4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우려가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영향이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30분 기준)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1530.0원에 개장해 장중 한때 1520원대로 내려갔지만 마감을 앞두고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는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오후 5시6분께 장중 1540.3원을 기록하며 지난 3월 31일 기록한 전고점(1530.1원)을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장중 고점(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개장가 기준으로 환율이 1530원을 넘어선 것도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5일(1500.8원) 이후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말부터 1998년 초까지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한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환율 급등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꼽힌다. 전날 국내 외환시장이 6·3 지방선거로 휴장한 사이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됐다.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0달러 후반까지 상승하며 1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이슈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최종 관세율이 지난해 한미 간 합의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국내 주식 매도 역시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4% 하락한 8369.41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조952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원화 약세가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보다 가파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전쟁 발발 직전과 비교하면 원화 가치는 5% 이상 하락했다. 이는 일본 엔화와 대만달러, 싱가포르달러는 물론 태국 바트화와 인도 루피화보다도 큰 하락 폭이다.
다만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와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은 환율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8월 원유 공급 위기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정부 관계자는 "8월 사용 물량으로 약 75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해 둔 상태"라며 "국내 필수 산업과 소비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환율이 155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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